전체메뉴
권혜경 “아이 학대하는 부모 ‘나쁜 사람’ 아닌 ‘아픈 사람’이죠”
더보기

권혜경 “아이 학대하는 부모 ‘나쁜 사람’ 아닌 ‘아픈 사람’이죠”

손효림기자 입력 2016-08-17 03:00수정 2016-08-17 03:00
뉴스듣기프린트
트랜드뉴스 보기
뉴욕서 활동하는 정신분석가 권혜경… ‘감정조절’ 펴내고 분노 현상 분석
“약자 보호할 사회 안전망 갖춰야”
권혜경 정신분석가는 “한국의 일부 호텔 수영장에서 아이의 출입을 금지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대표적 약자인 아이를 귀찮은 존재가 아니라 다 함께 보호할 대상으로 여기는 여유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호텔, 식당, 커피숍에서 젊은 직원들이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를 입에 달고 일하는 게 가슴 아팠어요. 약자인 이들이 스스로를 한없이 낮추지 않으면 안 되는 사회라는 걸 피부로 느꼈어요.”

미국 뉴욕에서 심리치료클리닉을 운영하는 권혜경 정신분석가(45)는 10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에 대한 인상을 이렇게 말했다.

그는 뉴욕대에서 음악치료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후 세계적인 심리치료 기관으로 유명한 전미심리치료연구소(NIP)에서 정신분석가 자격을 땄다. 최근 펴낸 ‘감정조절’(을유문화사)에서는 안전하지 못한 사회가 감정 조절에 취약한 개인을 만드는 구조를 분석하며 감정을 컨트롤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트라우마 치료 전문가인 그는 1년에 한 번 한국을 방문해 치료법을 알리고 있다. 트라우마는 큰 사고뿐만 아니라 성장하면서 받은 상처로 인해서도 생긴다.

주요기사

“아이를 학대하는 부모는 ‘나쁜 사람’이기보다는 ‘아픈 사람’입니다. 그 부모도 힘든 가정에서 자라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할 겁니다.”

운전기사를 폭행하고 ‘갑질’한 재벌 3세들 역시 ‘아픈 사람’이라고 진단했다. 오로지 자기보다 더 강한 존재인 부모에게만 평가받았을 뿐 누리는 것을 당연시하다 보니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상실했다는 것. 모두 치료가 필요하단다.

은근과 끈기의 민족으로 불렸던 한국인이 ‘냄비 근성’을 갖게 된 건 오랜 세월 외침에 시달린 데다 전쟁과 정치 불안정, 숱한 대형 참사를 겪은 데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아픈 기억을 빨리 털어버리고 생계를 이어 나가려는 일종의 방어기제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불안한 사회일수록 어린이, 가난한 이 등 약자에 대한 포용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나도 힘든데 너희까지 봐주지 않겠다’는 심리가 팽배해지는 거죠. 벼랑 끝으로 내몰린 약자들은 작은 자극에도 쉽게 폭발할 수 있고요. 분노 범죄가 늘어날 수밖에 없죠.”

결국 사회 안전망을 갖추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가장 약한 아이들부터 보살펴야 합니다. 소득이 적어도 아이를 안심하고 키울 수 있게 양질의 보육시설을 갖추는 게 중요해요. 돈뿐만 아니라 지식, 경험을 더 가진 사람들은 이를 나눠야 하고요.”

24시간 문을 여는 가게가 많고, 무엇이든 빠르게 집으로 배송해 주는 서비스가 발달하는 문화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자고 제안했다.

“나의 편리함을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힘들게 일하는지 연결지어 봤으면 좋겠어요. 서로가 이어져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분노도 조절할 수 있답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정신분석가 권혜경#감정조절#분노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주요뉴스

1/3이전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