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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뚫고 부산∼서울 500km ‘광복 마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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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뚫고 부산∼서울 500km ‘광복 마라톤’

정지영기자 입력 2016-08-16 03:00수정 2016-08-16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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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통일 마라토너’ 강명구씨 “일제 강제징용 희생자 유골, 모국으로 모셔오자”
텐트-침낭 실은 손수레 밀고 하루 10시간씩 12일간 달려
작년엔 통일기원 美대륙 횡단
‘강제징용 희생자 유해봉환 추진’과 ‘평화통일’을 기원하며 부산에서 서울까지 달린 강명구 씨(왼쪽)가 15일 장거리 레이스에 필요한 장비와 식료품이 실린 손수레를 밀며 서울 광화문광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15일 낮 12시. 새까맣게 그을린 한 남성이 작은 손수레를 밀며 “평화! 통일!”을 외치면서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앞으로 달려왔다. 폭염을 무릅쓰고 12일 동안 부산에서 서울까지 쉬지 않고 달렸지만 그의 얼굴에서 지친 기색은 찾기 어려웠다. 오히려 행복한 표정이었다.

주인공은 ‘평화통일 마라토너’ 강명구 씨(59). 그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을 당해 돌아오지 못하고 이역만리에서 생을 마감한 피해자들의 유해를 조국으로 모셔야 한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 500km를 달렸다”고 말했다. 4일 부산 성지곡로 항일 학생 의거 기념탑을 출발한 강 씨는 대구, 대전, 충남 천안, 경기 용인을 거쳐 정확히 광복 71주년인 이날 광화문광장에 골인했다.

첫날부터 기온은 줄곧 35도를 웃돌았다. 40도가 넘는 날도 있었다. 아스팔트는 맨발이 닿으면 화상을 입을 정도로 펄펄 끓었다. 1.5L짜리 생수를 하루 다섯 병 이상 마시며 매일 10시간씩 달렸다. 마땅한 숙소가 없으면 텐트를 치고 잠을 청했다. 그와 함께 달린 손수레에는 텐트와 침낭, 보온병, 각종 약이 가득했다.

힘든 마라톤 국토 종주였지만 그는 “살인적인 더위에 지치기도 했지만 고생할수록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후손 된 도리를 다하기 위해 달린 것뿐”이라고 씩씩하게 대답했다. 조상의 원혼(원魂)을 다시 모셔 와야 한다는 자신의 생각을 널리 퍼뜨릴 수 있다면 더위 정도는 극복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다잡았다고 그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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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씨는 지난해에도 남북통일을 기원하며 손수레를 끌고 미국 대륙 5300km를 횡단해 화제를 모았다. 그의 나라 사랑은 황해도 출신인 아버지의 영향에서 비롯됐다. 어려서부터 북한 얘기를 많이 듣고 자란 덕에 자연히 남들보다 통일에 대해 강한 애착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취미가 달리기인 강 씨는 “두 다리로 어느 나라든 뛸 수 있는데 오직 북한만 가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며 “빨리 평화통일이 이뤄져 북한 땅을 달려보고 싶다”고 했다.

미국에서 26년 동안 자동차 액세서리 사업, 식당 운영 등을 했던 강 씨는 ‘평화 통일’ ‘강제징용 유해 모셔오기’를 알리는 데 주력하며 인생 2막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내년 9월 네덜란드 헤이그를 시작으로 터키, 이란 등 16개국을 돌며 평화통일 메시지를 전 세계에 알리겠다”고 말했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광복마라톤#강명구#강제징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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