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계동 택시신화? 모두 조합원들 땀 덕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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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협동조합 출범 1년 박계동 이사장
크고 작은 잡음 투명운영으로 극복… 연말까지 전국 10개 도시 진출
정비-충전소 협동조합도 추진

5일 서울 마포구 한국택시협동조합 주차장에서 박계동 이사장이 출범 1년을 맞은 쿱(COOP)택시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5일 서울 마포구 한국택시협동조합 주차장에서 박계동 이사장이 출범 1년을 맞은 쿱(COOP)택시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서울 마포구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역 근처 한국택시협동조합 사무실의 한쪽 벽에는 160여 명의 얼굴 사진이 빼곡히 붙어 있다. 직접 택시를 운전하는 조합원들의 사진이다. 4일 오후 만난 박계동 이사장(64)은 사진들을 가리키며 “이들이 쿱(COOP)택시 성공 신화를 만든 주인공”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출범한 쿱택시가 업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쿱은 협동조합을 뜻하는 영어(cooperative)의 앞글자를 땄다. 박 이사장은 1년 전 사재를 털어 조합 설립을 이끌었다. 그는 14대 국회의원 시절인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4000억 원’을 폭로한 스타 정치인 출신이다. 국회사무처 사무총장을 지내고 19대 총선 출마를 끝으로 정계를 떠났다. 박 이사장은 “2012년 국회에서 ‘협동조합기본법’이 통과되는 과정을 보면서 협동조합이 우리 경제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라 직감해 과감히 뛰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시작은 녹록지 않았다. 당장 자금 마련부터 난관이었다. 박 이사장은 전 재산이나 다름없던 자신의 아파트를 팔고 여기저기서 돈을 빌렸다. 협동조합에 함께할 택시기사 150여 명을 모집한 뒤 이들로부터 2500만 원씩 출자금을 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인수자금 40억 원을 마련했다. 가까스로 조합이 출범했지만 택시기사들은 협동조합이라는 제도를 낯설어했다. 조합 운영 방식을 놓고 크고 작은 잡음이 발생했다.

해결의 실마리는 투명성이었다. 매달 회사의 모든 전표를 외부 회계법인에 제출해 감사를 받고 조합원들에게 모든 결과를 공개했다. 또 대의원 총회 등을 통해 조합원들이 협동조합 경영에 직접 참여하도록 했다. 박 이사장은 “민주적이고 투명한 운영 덕분에 자연스럽게 조합원 사이에 끈끈한 신뢰가 생겼다”고 말했다.

협동조합 운영이 안정을 찾으면서 덩달아 수입도 뛰었다. 지난해 7월 출범 당시 20만3300원대에 불과했던 쿱택시 한 대당 하루 평균 수입은 지난달 29만 원을 기록했다. 서울 택시업계의 평균 한 대당 수입은 23만 원 수준이다. 쿱택시 조합원들은 월평균 250만 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법인택시 기사의 기본 급여가 115만∼130만 원 수준임을 감안할 때 100만 원 이상 높은 것이다. 박 이사장은 사납금을 폐지한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쿱택시 성공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올 상반기 포항과 대구 등에 이어 올해 말까지 10개 이상 도시에 진출을 준비 중이다. 박 이사장은 “수입 다변화를 위해 정비·충전소 등 관련 업종에도 협동조합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5년 안에 자본금 500억 원 규모로 협동조합 모델의 대형마트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디지털미디어시티#dmc#쿱택시#coop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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