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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 난민촌 용납 못해”… ‘톨레랑스’ 잃어가는 파리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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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 난민촌 용납 못해”… ‘톨레랑스’ 잃어가는 파리 시민들

동정민특파원 입력 2016-08-04 03:00수정 2016-08-04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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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화약고’ 중동 난민]<下>‘표류하는 佛-獨 난민정책’ 동정민 특파원 르포
“기어이 파리 안방까지 난민에 내줘야 되겠나.”

지난달 31일 프랑스 파리 16구 난민촌 공사 건설 현장. 이곳에서 20년 동안 살았다는 80대 콜롱브 씨는 울먹거리듯 말했다.

“집값이 떨어질 게 분명해요. 그것도 싫지만 무엇보다 무서워요. 그 작은 시골 마을에서도 신부가 테러를 당했는데 난민촌마저 생긴다면….”


구민 10여 명도 모여 콜롱브 씨와 같은 목소리를 냈다. 16구는 최고급 부촌이 몰려 있는 ‘파리의 강남’이다. 프랑스는 생드니를 포함해 파리 북부 지역이 이민자 밀집 지역으로 슬럼화되자 ‘함께 사는 모델’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16구에 노숙인, 알코올의존증 환자 등 집 없는 시민 200명이 머물 수 있는 임시 거주지를 건설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달고 시장이 “파리에 난민촌을 건설하겠다”라고 공언한 만큼 종국에는 이곳이 난민촌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파리 시도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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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쉬는 파리 프랑스 파리 16구에서 30년 넘게 산 바실 씨가 3일 ‘이슬람 난민촌’이 될 가능성이 큰 노숙인 숙소 건설 현장의 안내판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그는 “구민들이 이 건물이 들어선 이후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다양성을 강조하는 프랑스는 이민자 정책에서도 관대했다. ‘인종의 용광로(melting pot)’라는 표현처럼 이민자들을 흡수하듯 동질화시킨 미국과 달리 프랑스는 병원이나 군대에 이슬람 사제를 두고 이슬람 종교위원회도 인정하는 등 이슬람 문화를 존중해 왔다.

하지만 최근 무슬림 이민자와 난민들이 프랑스 사회에 동화되지 못하고 이슬람국가(IS)의 테러리스트가 되고, 반대로 프랑스 사회의 무슬림 혐오와 난민 공포가 커지는 악순환이 계속되자 프랑스도 ‘동화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주민들의 반발로 쉽지 않은 것이 프랑수아 올랑드 정권의 고민이다.

16구 구청장인 클로드 고아즈겐은 구민 5만 명이 낸 탄원서를 시청에 제출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그는 “불로뉴 숲이 상가트가 되도록 놔둘 순 없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도버 해협과 맞닿아 있는 상가트는 지난해 프랑스를 떠들썩하게 했던 난민촌 도시 칼레 인근 지역이다. 검은색 비닐로 둘러싼 판자촌 오두막, 쓰레기와 오물이 섞여 악취가 코를 찌르는 이곳을 유럽인들은 ‘정글’로 불렀다.

16구 공사 현장에서 만난 로맹 씨는 “수용 인원 200명 안에 들지 못한 난민들이 숲과 도로에 텐트를 칠 게 뻔하다. 시끄럽고 더러워질 이곳의 미래가 끔찍하다”라고 몸서리쳤다. “왜 하필 여기냐”라고 외치는 16구 구민들은 한결같이 “사회당인 이달고 시장이 부자에 대한 반감으로 (16구에 난민촌 건설을) 결정했다”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현지 공사 책임자는 “왜 16구만 안 되느냐”라며 구민들의 이기적인 행태를 비난했다.

유럽에서 난민을 가장 많이 받아들인 독일에서는 1일부터 ‘난민 노동시장 통합 프로그램’이 발효됐다. 직업교육에 참여하는 난민은 체류를 보장하고, 고급 독일어 테스트에 합격하면 영주권을 준다. 반면 독일 사회로 통합되려는 노력을 거부하는 난민은 생계비 지원도, 체류권도 주지 않는다.

매년 난민 8000명의 사회 적응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온라인 레퓨지’의 폴커 베르부스 대표는 “독일어가 안 되니 자국에서 정보기술(IT), 엔지니어 등 전문직에 종사했던 난민들이 대부분 식당과 공사 현장에서 일한다”라며 “직업·언어 교육, 인터넷 환경 마련을 지원하고 있는데 이는 독일 사회로 편입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프랑스도 장기 거주할 외국인은 프랑스 제도와 공화국 가치에 대한 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하겠다는 ‘통합·수용 계약’에 서명하도록 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2007년부터 언어와 사회문화 코스 이수 후 시험에 떨어진 이민자는 체류 허가 때 불이익을 받도록 했다.

하지만 난민의 동화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이행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도 “왜 우리가 세금으로 이들을 적응시켜야 하느냐”라는 반감이 크다. 이 때문에 독일은 기부를 받고 있지만 베르부스 대표는 “쾰른 사건 이후 난민 기부금이 뚝 끊겼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올 1월 신년맞이 축제 때 쾰른을 비롯한 독일 전국 대도시에서 약 1200명의 여성이 성폭행이나 절도를 당했다. 범죄를 저지른 120명 대부분이 북아프리카 난민 출신이었다.

어떻게든 난민을 껴안으려는 유럽연합의 쌍두마차인 독일, 프랑스와는 달리 북유럽과 동유럽의 중소 국가들은 아예 노골적으로 난민을 거부하는 분위기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지난달 27일 오스트리아 정상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난민들을 ‘독(毒)’으로 표현하며 “단 한 명의 난민도 필요 없다”라고 매몰차게 말했다. 헝가리는 EU의 난민할당제를 못 받아들이겠다며 10월 찬반 국민투표를 한다. 최근 스위스의 한 도시는 주민투표로 할당된 난민을 거부하고 벌금을 내기로 결정했다. 덴마크는 올 1월 난민들의 주거비와 식비지원금을 충당하기 위해 난민들이 소지하고 있는 1만 크로네(약 170만 원) 이상의 귀중품을 압수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유럽난민#똘레랑스#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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