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밍아웃하면서 음악 시작…어머니 덕분에 당당해질 수 있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일 14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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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출신 자매 듀오 ‘티건 앤드 세라’ 인터뷰

지난달 22일 오후 경기 이천시 지산리조트에서 캐나다 출신 자매 듀오 ‘티건 앤드 세라’를 만났다.

이날 오후 ‘지산 밸리록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서 뜨거운 무대를 꾸민 둘은 최근작 ‘Love You to Death’에서 프로듀서 그레그 커스틴과 함께 복고적이면서도 신선한 신시사이저 팝으로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커스틴은 아델의 ‘Hello’를 공동 작곡하고 제작한 인물.

1995년 결성된 티건 앤드 세라는 성소수자 인권 운동으로도 유명하다. 각자 동성애자인 둘은 음악과 외부 활동을 통해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담으려 노력해왔다. 다음은 일문일답.

-둘이 너무 비슷하게 생겨서 헷갈린다. 둘을 구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걱정 마라. 우린 지금처럼 늘 왼쪽이 티건, 오른쪽이 세라, 이렇게 앉는다.(웃음)”(세라)

-첫 내한이다. 한국의 인상은 어떤가.

“오래 전부터 와보고 싶었다. 우리가 사는 캐나다 밴쿠버에서는 주로 차로 이동해 잘 안 걷게 되는데 서울 시내를 돌아다녀보니 예쁜 신발이 너무 많아서 쇼핑 욕구가 자극된다. 음식도 맛있고 사람들도 친절하며 거리가 깨끗하다.”(티건)

-지산 록 페스티벌의 느낌은?

“풍광이 아름답다. 매니저에게 트위터,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려야한다며 계속 말하면서 왔다. 그동안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홍콩에서는 공연했는데 트위터를 통해 한국에 반드시 가봐야 한다, 관객들의 열정이 대단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우리 밴드 드러머가 한국계인데 그도 한국에 와야 한다고 주장했다.”(티건)

-20년 가까이 음악을 하면서 음악 스타일의 변화도 많았는데….

“진화였다. 초기엔 펑크 록의 느낌이 강했는데 팝 음악 쪽으로 이행했다. 우리가 얘기하고자 한 것을 더 효과적으로 표현하게 됐다고 생각한다. 거친 록을 하던 시기에도 우린 1980, 90년대 신시사이저 음악을 늘 좋아해왔으니까.”(세라)

-성소수자 인권운동으로 유명하다보니 세계 순회를 하면 반대 세력과 부딪치는 경우도 있을 것 같다.

“아직은 다행히 없었다. 해당 국가의 사회적, 종교적 관습이나 그들의 문화에 상처가 되지 않도록 예민하게 행동하려 한다. 음악으로 하여금 말을 하도록 할 뿐이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완고했던 미국, 캐나다도 극적인 변화를 거치는 것을 지켜봤다. 더욱 완고한 다른 나라 역시 언젠가 그렇게 되리라는 희망을 본다.”(세라)

“무대에서는 직접 발언을 하는 대신 노래하고 춤추며 관객들을 즐겁게 해주는 데 주력한다.”(티건)

-당신들은 쌍둥이이고 둘 다 동성애자다. 성적 취향은 선천적인 거라 보나, 후천적인 거라 보나?

“누구를 좋아하느냐는 당신의 일부분에 들어있는 것이라 믿는다. 난 처음부터 여자가 좋았던 것이고.”(세라)

“그런 성향을 지닌 이가 동성애자 집단에 노출이 안 돼 있으면 억압돼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갖고 태어난다고 생각하니까. 우리 어머니는 늘 아버지와 헤어지면 게이가 되보고 싶다는 농담을 하곤 했다. 사람들이 더 많은 교육을 받게 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티건)

-한국의 성소수자 커뮤니티에게 하고픈 말은?

“다른 종류의 커뮤니티에 손 내밀고 전략적으로 지원도 받아야 한다. 변화에 대한 긍정적 사례들을 봤으면 한다. 법적인 변화가 궁극적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먼저 친구와 가족에게 알리는 용기가 필요하다.”(세라)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알았을 때, 서로에게 가장 먼저 커밍아웃했나?

“난 티건에게 가장 나중에 알렸다.(웃음) 남자 말고 여자에 끌린다는 것을 느끼고 당황하며 첨엔 친한 친구들과만 그런 사실을 공유했다.”(세라)

“세라가 내게 커밍아웃하면서 함께 음악을 하기 시작했다. 서로의 모든 것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밴드가 탄생한 것이다.”(티건)

“우리가 스스로 당당해지고 성소수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데는 어머니의 역할이 컸다. 우리가 커밍아웃하자 어머니는 동네에 나가서 ‘그거 알아? 쟤네 게이래’ 하고 일부러 놀리면서 장난치기도 했다. 우리에게 늘 자신의 모든 것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고 가르치셨다.”(세라)

-당신들은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가.

“자매이지만 사업 파트너이자 아티스트로서 동반자다.”(세라)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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