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멜라니아 표절 경위’ 보도… “연설문 초고 맘에 안든다고 찢어버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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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 공식지명]
“트럼프캠프, 전문가 무시하다 사고”… 장남 연설문도 표절시비 휘말려
오바마-바이든도 과거 표절 의혹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 씨의 연설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데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유명 연설 작가들이 쓴 초고를 멜라니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찢어버리고 새로 쓰면서 문제가 된 것”이라고 19일 보도했다.

NYT가 12명이 넘는 트럼프 캠프 관계자를 취재한 결과 멜라니아 연설문 초안은 2001년 9·11테러 당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대국민 호소문을 쓴 유명 연설 작가 매슈 스컬리와 존 매코널이 작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초고를 6월 트럼프 캠프에 넘겼고, 트럼프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뉴욕옵서버 발행인의 손을 거쳐 멜라니아에게 전달됐다. 그러나 멜라니아는 몇 구절만 남기고 찢어버린 뒤 새로 쓴 것으로 알려졌다.

연설문 초고 작성자들은 멜라니아가 전당대회에서 연설을 하기 전까지는 초고가 어떻게 수정됐는지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선거 전문가들은 트럼프 캠프가 전문가의 판단을 따르기보다 후보자의 본능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터져 나온 대형 사고라고 평가했다. 중요한 연설문의 경우 전문가들이 단어 하나하나, 사실 하나하나를 모두 확인하고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표절 여부도 검토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공화당 대선 후보 부인이 민주당의 현직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의 연설문을 베낀 데 대해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흑인 여성들의 경우 “미국 최초의 흑인 영부인의 연설문을 베꼈다”며 분노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트럼프 부부는 전당대회장인 클리블랜드에서 뉴욕으로 돌아온 후에야 연설문이 표절 의혹에 휘말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멜라니아는 19일 어디론가 숨어버렸고, 트럼프는 좌절감과 분노를 토해내면서 지냈다.

트럼프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연설문도 표절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 등은 19일 전당대회에서 발표된 트럼프 주니어의 지지 연설문이 작가 F H 버클리가 올 5월 격월간 잡지 ‘아메리칸 컨서버티브’에 기고한 ‘트럼프 vs 신흥계급’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파장이 커지자 버클리는 AP통신에 “내가 트럼프 주니어 연설문의 주요 작성자였다. 표절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원저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연설을 하면서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치사에서 연설문 표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미 공영 라디오방송 NPR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대선 후보 경선 당시 2006년 드벌 패트릭 매사추세츠 주지사의 연설문과 유사한 문구들이 포함된 연설을 했다. 1987년 10월 대통령 선거에 나섰던 조 바이든 부통령은 영국 노동당 대표 닐 키녹의 연설을 표절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연설문#표절#멜라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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