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가는 아기들, 한번 더 안아줘야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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梨大 입양아 돌봄 동아리 ‘아가뽀뽀’
홀트복지회서 하루 6∼7시간 봉사

15일 서울 마포구 홀트아동복지회 발달놀이터에서 이화여대 봉사동아리 ‘아가뽀뽀’ 회원인 김민희(오른쪽), 윤하영 씨가 15년째 동아리의 상징인 노란 앞치마를 두르고 입양아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15일 서울 마포구 홀트아동복지회 발달놀이터에서 이화여대 봉사동아리 ‘아가뽀뽀’ 회원인 김민희(오른쪽), 윤하영 씨가 15년째 동아리의 상징인 노란 앞치마를 두르고 입양아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15일 서울 마포구 홀트아동복지회 임시보호소 안에 마련된 발달놀이터. 노란 앞치마를 두른 앳된 얼굴의 여대생 2명이 능숙한 손놀림으로 10여 명의 아이를 어르고 달랬다. 갓난아기부터 아직 말 못하는 아이들의 눈짓과 작은 신음도 귀신같이 알아채고 품에 안아 다독이는 손길이 웬만한 아기 엄마 못지않았다.

이화여대 입양아 돌봄 동아리 ‘아가뽀뽀’는 2001년부터 단 한 번의 무단결석 없이 하루 6, 7시간 입양아들을 돌봐 왔다. 회장인 김민희 씨(21·국문과 2학년)는 “시험공부로 밤을 새우고 와도 해맑게 웃는 아이들을 보면 없던 힘이 솟는다”며 웃었다. 한창 외모 꾸미기에 관심이 많을 대학 1, 2학년생들이지만 봉사하러 올 땐 모두 민얼굴이다. 윤하영 씨(19·간호학과 2학년)는 “아이들 입에 들어갈까 봐 화장과 액세서리는 금지”라며 “봉사하는 2년 동안 손톱도 못 기르고 네일숍에 가도 일주일 만에 지워야 한다”고 말했다.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이 행여 세균에 감염될까 봐 깨끗이 세탁한 옷과 양말도 따로 챙겨 온다.

24명의 동아리 회원은 방학 중에도 2인 1조로 매일 놀이터를 찾는다. 학기 중엔 다음 날 시험이나 엠티가 있어도 예외가 없다. 김 씨는 “책임감이 중요하기 때문에 한 번이라도 빠지지 않는 성실함이 첫째 선발조건”이라고 말했다.

봉사를 마친 학생들은 아이의 표정, 건강, 어떤 놀이를 즐거워했는지 등을 꼼꼼히 적은 ‘자가체크’ 보고서를 채팅방에 올려 공유한다. 위탁가정에서 일주일에 두 번 오는 아이들의 상태를 다른 돌보미 회원들이 잘 알게 하기 위해서다.

윤 씨는 “지난주 시무룩했던 아이가 이번 주에는 신나게 놀았는지 걱정이 돼 봉사가 없는 날도 보고서를 확인한다”며 “아이들이 언제 출국할지 모르고 봉사시간도 엇갈려서 오늘이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안아 준다”고 말했다.

아이에 대한 막연한 사랑은 입양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올 6월엔 아가뽀뽀 회장 출신이 홀트아동복지회에 입사했다. 김 씨는 “모두 천사 같은 아이들인데 외모와 나이, 성별을 따지는 국내 입양문화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박윤균 인턴기자 서울대 사회교육과 졸업  
#홀트아동복지회#이화여대#아가뽀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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