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책의 향기]“‘햇살’ 같던 아들이 괴물이 되었다”
더보기

[책의 향기]“‘햇살’ 같던 아들이 괴물이 되었다”

손효림기자 입력 2016-07-16 03:00수정 2016-07-16 03:00
뉴스듣기프린트
트랜드뉴스 보기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수 클리볼드 지음/홍한별 옮김/472쪽·1만7000원·반비
저자는 아들 딜런이 사람들을 살해하고 있다는 소식에 차라리 아들이 자살하기를 기도하는 모진 운명에 처했다. 그는 “아들이 괜찮지 않은데도 괜찮아 보일 수 있다는 사실만 알았더라면…. 사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다섯 살 생일을 맞은 딜런(오른쪽)과 저자. 클리볼드 가족 제공
금발머리가 빛나 ‘햇살’이라 부른 아들이었다. 부모는 텔레비전 시청과 설탕이 많이 든 시리얼 섭취를 제한했고 책을 읽어 주고 기도하며 아이를 재웠다. 종이접기를 잘하던 아이는 수줍음을 조금 탔지만 예의 바르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렸다.

1999년 4월 미국 콜럼바인고교에서 총기를 난사하고 폭탄을 터뜨려 학생 12명과 교사 1명을 살해하고 24명을 다치게 한 두 남학생 중 딜런 클리볼드가 바로 ‘햇살’이다. 이 학교 졸업반이던 두 학생은 사건 현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딜런의 어머니인 저자는 화목한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둘째 아들이 ‘괴물’이 된 과정을 16년간 찾아다녔다. 딜런을 키운 18년도 되짚어 보고 또 되짚었다. 마음을 사정없이 베어 버리는 칼날 같은 퍼즐 조각을 맞추는 일이었지만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알아야만 했다.

저자가 마주한 건 완전히 낯선 아들이었다. 천연 항우울제를 복용했고 술도 마셨다. 딜런의 일기장에는 죽기 2년 전부터 우울감과 자살 충동에 대해 적혀 있었다. 학교에서는 호모라고 놀림 받았고, 때때로 맞았다.

주요기사

“좋은 부모라면 아이들이 어떤 상황인지 알죠.”

저자가 너무나 많이 들었던 힐책이다. 누가 봐도 그는 ‘좋은 부모’였다. 아이가 우울함을 언뜻언뜻 내비쳤지만 해석해 내지 못했을 뿐이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고통을 철저히 감춘다는 사실을 전문가에게 뒤늦게 확인했다. 똑똑할수록 더 치밀하단다.

딜런은 친구들에게는 사건의 단서를 일부 흘렸다. 권총을 사려 한 사실도 친구는 알았다. 사이코패스 성향을 지닌 에릭과 어울리면서 딜런은 죽음을 향해 달려간다. 축구 경기에 졌다는 이유로 딜런에게 달려들어 미친 듯이 화낸 에릭을 봤지만 저자와 남편은 참았다. “두 아이를 무자비하게 갈라놓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라며 아이의 친구 관계에 세밀하게 주목하라고 당부한다.

하지만 에릭만을 탓하진 않는다. 에릭은 다른 아이들도 총기 난사 계획에 끌어들였지만 그 아이들은 거부했다. 반면 딜런은 끌려 들어갔다고 담담히 기술한 대목에서는 객관성을 잃지 않으려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 딜런이 죽기 위해 학교로 향했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을 죽였음을 알게 된 저자는 자살 유족 모임에 참여한다. 그리고 고백한다.

“뇌의 건강을 잘 살피고 건사하는 방법을 몰랐다. 내 삶에서 가장 크게 후회하는 것은 딜런에게 그걸 가르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자가 자살 예방 활동에 나선 건 ‘스쿨버스에 탄 아이들을 테러로부터 구하기 위해 내 목숨을 대신 내주는 것 말고도 할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가족 혹은 친구는 전혀 모르는 가운데 한 아이가 고통에 시달리고 있고 타인이나 스스로를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건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하지만 고개를 돌려서는 안 된다. 비극이 벌어진 뒤 ‘그때 그랬다면’을 수만 번 되뇌어도 소용없다는 걸 알기에. 괴물이 된 아들마저 받아들인 저자의 깨달음에 많은 이가 귀 기울이기를 소망한다.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사람들이 위기에 처하기 전에 도울 수 있다면 세상이 더 안전한 곳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원제는 ‘A mother‘s reckoning: Living in the Aftermath of Tragedy’.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수 클리볼드#a mother‘s reckoning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주요뉴스

1/3이전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