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독자서평]‘인간은 원래 모순적’ 받아들여야 평등 가능해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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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와 함께하는 독자서평]
◇일본 양심의 탄생/오구마 에이지 지음/김범수 옮김/358쪽·1만6000원/동아시아

※지난 일주일 동안 513편의 독자 서평이 투고됐습니다. 이 중 한 편을 선정해 싣습니다.

“나치는 10%에 불과했는데 왜 90%의 독일 시민들은 홀로코스트를 막지 않았죠?”

1967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큐버리고등학교 역사 수업 시간, 한 학생의 질문으로 인해 실험이 진행된다. 교사 론 존스는 학생 30명에게 회원증을 나눠준다. 이들을 중심으로 ‘파도당’ 모집이 시작된다. 실험 3일 만에 회원은 200명으로 늘어난다. 이들은 가입을 거부하는 학생에게 회유와 협박, 폭행도 서슴지 않았다.

실험 5일째, 론 존스는 파도당을 강당에 모아놓고 ‘현재 국가는 비상사태다. 파도운동을 전국적으로 확산해 조국을 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학생들은 열광적으로 반응한다. 그러나 파도운동의 지도자가 화면에 나타나자 모두 침묵했다. 아돌프 히틀러였기 때문이다. 학생뿐 아니라 론 존스 역시 실험을 진행하며 독재자 역할에 본능적으로 빠져들었다고 고백한다. 론 존스와 파도당에 가입한 학생들의 본성이 다른 사람들보다 거칠었기에 이런 결과가 나타난 걸까?

일제 치하를 겪은 우리는 본능적으로 인간의 ‘악함’을 인지할 수 있다. 그러나 ‘악함’은 불특정 다수, 나치라는 무리, 일본이라는 한 국가가 아니라 개인의 마음에 씨처럼 심겨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일본 제국주의 시대에도 양심에 따라 자국의 행태를 비판하고 식민지 사람들의 상황을 대변하려던 인물이 있었다. 오구마 겐지는 일본군 전우였던 조선인 오웅근을 위해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오웅근이 일본인으로 징집되었지만 이후 일본 국적을 상실하면서 보상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오구마 겐지의 아들이자 저자인 오구마 에이지는 이 책에서 아버지의 일생을 통해 전쟁과 인간, 평화에 대해 독자가 생각해 볼 여지를 남겨 놓는다.

사람의 마음에는 양심이라는 씨앗과 ‘파도당’이 될 수 있는 씨앗이 함께 심겨 있다. 양심의 씨앗이 잘 자라려면 물을 주기적으로 주고 빛을 보여줘야 한다. 또한 잡초를 뽑듯 ‘악함’을 유발하는 씨앗의 생산물을 제거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나치가, 일본 제국주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배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인간 평등’은 모두가 함께 추구해야 할 가치가 분명하지만 교육만으로는 그런 세상이 오지는 않는다. 한 사람의 선한 행동을 보고 영웅으로 만드는 행위도, 나쁜 측면만 보고 악인으로 몰아가는 행위도 올바른 인간 이해가 아니다. 조금 불편하겠지만 누구나 ‘파도당’의 열심회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인간 존재의 모순을 겸손히 받아들일 때, 비로소 ‘인간 평등’이 가능해진다.

송수민 경기 하남시 망월동
#일본 양심의 탄생#오구마 에이지#파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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