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구글·페이스북이 잘나갈수록 인류는 위험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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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누구의 것인가/재런 레이니어 지음/노승영 옮김/560쪽·2만5000원·열린책들
◇누가 우리의 미래를 훔치는가/마크 굿맨 지음·박세연 옮김/696쪽·2만4000원/북라이프

영화 ‘트랜센던스’(2014년)에서는 천재과학자 윌(조니 뎁)의 뇌가 들어있는 슈퍼컴퓨터가 인터넷에 접속해 세상을 조종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저자들은 컴퓨터와 인터넷 같은 가상공간 네트워크가 과도하게 연결된 사회의 미래를 경계한다. 동아일보DB
영화 ‘트랜센던스’(2014년)에서는 천재과학자 윌(조니 뎁)의 뇌가 들어있는 슈퍼컴퓨터가 인터넷에 접속해 세상을 조종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저자들은 컴퓨터와 인터넷 같은 가상공간 네트워크가 과도하게 연결된 사회의 미래를 경계한다. 동아일보DB
현실에는 없는 증강현실(AR) 속 ‘포켓몬’을 잡겠다고 강원 속초시로 사람들이 몰려가고, 드라마 속 커플들은 자율주행 모드로 달리는 차 안에서 ‘진하게’ 키스를 나눈다. 기술 발전은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고 과거에는 사람이 직접 해야 하는 일로 여겼던 일들을 좀 더 스마트해진 기기에 의존하게 한다. 이미 오래전부터 스마트폰 없는 하루,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없는 일상은 상상할 수 없게 됐다.

기술의 진화는 사람들에게 편리해진 현재와 더불어 장밋빛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일상이 아랫돌 빼서 윗돌 괸 불안한 기초 위에 자리 잡고 있다면, 기술 발전을 믿었던 우리의 ‘뒤통수’를 노리고 있다면 어떨까. 가상현실(VR)이라는 용어를 처음 고안하고 온라인 ‘아바타’(분신)를 최초로 개발한 미국 컴퓨터 과학자 재런 레이니어, 안보 전문가이자 미국 연방수사국(FBI) 상임 미래학자인 마크 굿맨은 한목소리로 과학기술의 발전에서 기인한 비극과 어두운 미래를 이야기한다.

레이니어는 저서 ‘미래는 누구의 것인가’에서는 정보 경제의 역설을 말한다. 온라인을 통해 제공된 공짜 서비스들은 과거 유사한 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하던 산업을 몰락하게 했고, 이에 따라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 전성기에 14만 명을 고용했고 기업가치가 280억 달러였던 사진회사 코닥은 파산했고, 이제 사진의 대명사는 인스타그램이 됐다. 2012년 인스타그램이 페이스북에 인수될 당시 기업가치는 10억 달러, 직원은 13명이었다. 산술적으로 과거 14만 명이 창출하던 가치를 364명이 만드는 격이다. 자율주행이 상용화된다면 운전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도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저자는 선원들을 유혹해 배를 난파시킨 그리스신화 속 ‘세이렌’을 딴, 구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같은 이른바 ‘세이렌 서버’가 극소수만 막대한 부를 얻는 시장을 만들고 결국 경제를 붕괴시킬 것이라 전망한다.

굿맨은 더 노골적이다. ‘누가 우리의 미래를 훔치는가’ 속에서 저자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이 사람들의 일상을 공개하도록 유도하고 공개된 정보를 팔아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다고 경고한다.

알려진 기업뿐 아니다. 해커, 핵티비스트(해킹을 정치 수단으로 삼는 행동주의자), 테러 조직 등 사이버 공간의 불법 행위 주체들이, 포털 사이트 구글에도 검색되지 않지만 데이터 규모는 300배에 달하는 ‘딥 웹’에서 해킹 기술 정보를 공유하며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온라인에서 흘리고 있는 무의미한 정보조차 이들에게는 표적이 될 수 있다. 앞으로 사물인터넷(IoT), 로보틱스, 인공지능, 유전공학 등 현실과 가상이 연결될수록 ‘얼리어답터’인 이들이 기존과 차원이 다른, 사람의 생명도 직접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안보 문제를 유발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기술 발전을 비관적으로 보지만 저자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레이니어는 공짜로 정보를 제공해 온 사용자들에게도 정보 수집에 대한 대가를 지불할 때 승자 독식 구조로 잘못 설계된 정보 경제도 바로잡힐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굿맨은 위험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사이버 공격을 막을 새로운 형태의 제도를 제시한다. 정부, 학계, 민간, 시민사회가 다층적으로 역량을 모아 사이버 위협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대응하는 ‘맨해튼 프로젝트’가 일례다.

이들이 제시한 부의 재분배, 다층 공조 제도 같은 모호한 대안들은 아직 우리의 일상에 녹아들고 있는 가상공간을 이해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 같아 아쉽다. 그러나 사이버 공간을 최일선에서 접하고 연구하는 사람들답게 각각 32장, 18장으로 촘촘히 구성된 책 속에는 정보혁명 이후 여러 현상을 통찰력 있게 정리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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