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허브 한양대학교]얼굴도 모르는 선배에게 받은 도움 “기부 실천하고자 마음먹은 계기됐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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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대학원 나노융합과학과 김지은 학생
안진호 교수 연구실 학생들 사이서…학술대회 상금 기부하는 전통 생겨
후배의 등록금 걱정 덜어주고…노력의 결실과 기쁨 나누는 취지


“한 번 해 보면 기부에 대한 생각과 주변을 보는 시선이 달라질 겁니다. 적은 금액이라도 실천해 보세요. 한 사람이 거액을 기부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여러 사람이 조금이라도 기부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기부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김지은 씨(한양대 대학원 나노융합과학과 15학번·사진)는 올해 3월 대학원 후배들을 위해 1000만 원을 흔쾌히 기부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이공계 학생 중 향후 반도체 산업을 이끌어갈 우수 인재를 선정해서 준 장학금이었다. 학부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뒤늦게 공학도의 길에 들어선 김 씨에게는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 얻은 소중한 성과였다.

김 씨가 구슬땀을 흘려 얻은 큰돈을 기부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 역시 도움이 간절했던 순간 누군가의 나눔을 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600만 원에 달하는 입학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교내 장학금 제도를 알아보던 중 대학원 연구실 선배의 기부금으로 입학금 전액을 지원받았다. 김 씨는 어려운 순간 누군가에게 받은 도움이 얼마나 소중한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주저 없이 기부를 택할 수 있었다.

김 씨는 “얼굴도 모르는 선배였는데 정말 고마웠다”면서 “이를 계기로 연구실에 기부 전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나중에 나도 꼭 어려운 후배를 위해 기부를 하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김 씨가 말한 전통이란 김 씨가 속한 안진호 교수 연구실에서 이어지는 기부 릴레이를 말한다. 안 교수 연구실에는 학술대회에서 받은 상금이나 장학금을 후배에게 기부하는 전통이 있다. 통상 공동연구의 경우 발표자나 제1저자가 상금을 받게 되는데, 연구 성과는 연구실 팀원들의 도움 없이 혼자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노력의 결실과 기쁨을 함께 나누자는 의미에서 시작된 기부가 연구실의 전통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덕분에 후배들은 등록금 걱정 없이 연구에만 매진할 수 있다. 선배에게 받은 도움을 후배에게 되돌려주는 문화는 안 교수 연구실 소속 학생들에게 큰 보람이다.

김 씨는 행여나 기부에 일말의 망설임을 갖게 될까봐 장학금이 입금되기 전에 미리 대학본부 대외협력처에 기부 절차를 알아보고 주변에 기부의 뜻을 알렸다. 그리고 장학금이 들어오자마자 기부를 서둘렀다. 잠시라도 돈을 갖고 있으면 생각이 바뀔까봐 바로 실행에 옮긴 것이다.

가족은 거액을 모두 내놓는 것에 대해 처음에는 “아깝지 않냐”며 아쉬움을 비추기도 했지만 이내 김 씨가 반도체 장학생에 선발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응원했다. 이제 가족은 김 씨가 장학금 전액을 기부했다는 것을 주변에 알리며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김 씨는 “부모님이 내가 기부한 사실에 뿌듯해하시는 모습을 보고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자랑스러운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다짐을 밝혔다.

김 씨는 한 번 기부를 해보니 인생관도 크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학부 시절 공부에만 몰두해 4년 내내 장학금을 받았지만 학교 행사나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경험이 없었던 그였다. 그러나 기부를 계기로 주변을 돌아보게 됐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서까지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김 씨는 “대학원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면 첫 월급도 기부할 생각”이라며 “금전 기부를 해보니 재능 기부에도 관심이 생겨서 내 능력을 사회에 환원하고 도움을 나누며 살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대개 기부를 실천하는 사람들은 기부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기부를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적은 금액이라도 지금 실천하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말이다. 하지만 김 씨는 기부는 특별한 것이라고 말한다.

“기부를 하니 제가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았어요. 예전에 제가 고마워했던 것처럼 누군가가 저에게 고마워하겠죠. 그럼 그 사람에게는 제가 특별한 사람이 되는 거잖아요. 앞으로도 다양한 방법을 찾아서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글로벌허브 한양대학교#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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