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스카이 아임백, "떠나신 분들도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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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7월 8일 0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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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스카이 IM-100(아임백)에 두 가지 의미를 담았습니다. '스카이가 다시 돌아 왔다'라는 의미도 있지만요. 어쩔 수 없이 팬택을 떠나신 분들이 많았잖아요. 그 분들도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2016년 7월 7일, 이른 아침 팬택 상암 본사를 찾았다. 오랜만의 발걸음. 기억을 더듬어 보니, 2014년 5월 8일이 IT동아가 이곳을 방문했던 마지막 날짜였다. 베가아이언2 기자간담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느새 2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고, 그 때의 팬택과 지금의 팬택은 많이 다른 모습이다. 2번의 워크 아웃과 법정 관리. 전 직원 수는 김포공장 1,000여 명과 팬택 상암 본사 2,000여 명 총 3,000명에서 300명 정도로 줄었고, 현재 사용하고 있는 사옥도 임대로 바뀌었다. 벤처 기업의 신화로 불렸던 팬택의 안타까운 현 자화상.

그랬던 팬택이 '내가 돌아왔다'라고 알리듯 '스카이 IM-100(이하 아임백)'을 출시했다. 1년 7개월만의 신제품 출시. 반가웠다. 아임백 리뷰를 진행한 IT동아 김영우 기자의 '팬택을 보는 시선에는 안타까움과 기대가 교차한다. 대기업 중심의 불리한 시장 구조에서 힘든 경쟁을 하면서도 그들의 제품에는 항상 자신감이 느껴졌다'라는 말처럼, 팬택에는 어딘가 모를 '짠함'이 함께한다.

팬택 상품기획팀 박세영 과장
팬택 상품기획팀 박세영 과장

그래서 직접 들었다. 스카이 아임백을 총괄 기획한 팬택 상품기획팀의 박세영 과장. 그녀는 9년 전, 팬택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앞서 언급한 드라마(?) 같은 과정을 모두 겪고, 이제 '내 자식'이라고 부르는 아임백을 처음부터 총괄 기획했다.

스카이, 팬택이 돌아왔습니다.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지난 월요일, 'KBS 차정인 기자의 티타임 테크쑤다' 녹화장에서 보고 3일만에 다시 뵙는다. 당시 아임백에는 숨은 의미도 있다는 말과 '팬택을 떠나신 분들이 다시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는 말에 감동을 받았다. 오늘 인터뷰도 그래서 요청드렸다.

박세영 과장(이하 박 과장): (웃음). 아니다. 감사할 따름이다. 이번에 아임백을 출시하고 난 뒤에 많은 분이 관심을 보여주시는 것 같다. 정말 도움도 많이 주시고. 책임감이 무겁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앞으로 계속 노력하는 일만 남은 것 같다.

IT동아: 이건 박 과장님을 처음 만났을 때도 묻고 싶었다. 혹시 그 흔히 말하는 '공대녀'이신건가. 학창 시절, 인기가 많으셨을 것 같다. 아무래도 남자들의 소굴 아닌가.

박 과장: 하하(웃음). 맞다. 전공은 전자공학이다. 인기는… 별로 없었다. 휴학한다고 하니까 "군대가냐?"고 놀리던 친구들이 기억난다(웃음). 팬택에는 2008년 2월, 신입사원으로 지금의 상품기획팀으로 입사했다. 기술이 상품화되는 것이 너무 재밌어 보였기 때문이다.

팬택 상품기획팀 박세영 과장
팬택 상품기획팀 박세영 과장

IT동아: 상품기획팀은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하다.

박 과장: 제품 출시전부터 제품에 관련된 모든 것을 기획한다. 크게는 PRM(Product Road Map) 그러니까, 향후 몇 년간의 제품 라인업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전략을 짜고, 해당 전략에 따라 제품을 기획한다. 세부적으로는 각 제품들이 어떤 가격대의 어떤 컨셉으로, 어떤 디자인으로 출시할지 등도 결정한다. 전체적인 제품 방향성을 만들어 나가는 기획팀이라고 생각하시면 된다. 아임백에 탑재되는 프로세서, 메모리(RAM), 디스플레이(해상도), 배터리 용량 등 세부 부품들도 모두 고민하고 결정했다.

팬택 스카이 IM-100
팬택 스카이 IM-100

IT동아: 개발자(엔지니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박 과장: 엔지니어 분들과는 조금 다르다. 오히려 조언을 많이 받는다. 이렇게 묻는 식이다. '이 디자인에서 이것이 구현 가능할까요?'라고. 그러면 엔지니어 분들이 '된다' 혹은 '안된다'라고 조언을 주신다. 이건 지금의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과거 일반 휴대폰(피처폰) 등을 개발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임백의 경우, 개인적으로 엔지니어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다. 뒷면을 보면 아시겠지만, 아임백의 '휠 키'가 상당히 크다. 그래서 내부 기판에 탑재해야 하는 회로 등이 조금 아래로 내려와야 한다. 내부 설계를 바꿔야 하는 셈이다. 이 자리를 빌어, 엔지니어 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과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웃음).

팬택 스카이 아임백, 제 자식 같은 걸요.

IT동아: 하하. 그건 그렇고, '휠 키'다. 과거 스카이의 그 '휠 키'가 돌아온 것 아닌가.

박 과장: 많이 얘기하신다. 과거 스카이 피처폰에 적용했던 휠 키를 아직까지 많은 분이 기억하시는 것 같다. 당시 반응도 많이 좋았다. 'IM-8500(슬라이드)', 'IM-S200K(슬라이드)', 'IM-U700S(폴더)'에 적용했었다. 버튼을 대체하는 휠 키는 새로운 시도로 좋게 봐주셨던 것 같다.

IT동아: 아임백을 기획하면서, 모티브로 삼은 것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제품을 만들고 기획할 때 생각했던 컨셉 같은 것 말이다.

박 과장: 정말 많이 고민했다. 실제로 팬택 상품기획팀에서 일하며, 직접 메인으로 기획한 제품은 아임백이 처음이다. 그래서 더 많이 긴장했던 것 같다. 아임백 이전에 선보였던 제품들에 대해서 먼저 얘기해야겠다. 예전에는 (휴대폰을 기획할 때) 기술 트렌드와 경쟁사 트렌드를 많이 참고했다. 특히, '기술적인 측면에서 어느 부분을 공략할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 어떤 신기술을 담아낼 수 있는지, 이런 것들을 신경쓰고. 그런데, 지금의 스마트폰은 더이상 선보일 신기술이 없다.

팬택 스카이 IM-100
팬택 스카이 IM-100

IT동아: 맞다. 동의한다. 이제 스마트폰은 상향평준화에 도달했다. 5G 네트워크가 상용화되거나, 블루투스나 NFC와 같은 근거리 무선 통신이 새로 등장하거나, 획기적인 프로세서가 나타나는 일은 근 시일 내에 요원하다. 40만 원대 스마트폰, 60만 원대 스마트폰, 그리고 80만 원대 이상의 스마트폰 등 가격대도 정해졌다.

박 과장: 그래서 더욱 고민이 깊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정말 이것 아니면 다들 짐 싸야 하지 않나. 그래서 겸허하게 진심을 담았다. 내가 스마트폰을 어떻게 사용하는게 가장 좋을까? 실생활에서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까? 여기에 집중했다.

팬택 상품기획팀 박세영 과장
팬택 상품기획팀 박세영 과장

휠 키와 스톤, 그녀가 말하는 스카이 라이프 스타일

IT동아: 휠 키와 함께 선보인 (스톤)이 거기에 해당하는 것인지.

박 과장: 휠 키로 대체할 수 있는 동작은, 우선 벨소리와 볼륨 조절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실생활에서 스마트폰으로 무엇을 하는지를 고민한 다음, 좀더 편하게 이용하려면 휠 키를 어떻게 적용할까 고민했다. 동영상을 감상할 때, 휠 키를 돌리면 앞뒤로 시간을 넘기는 것을 보다 세밀하게 할 수 있다. 예능이나 드라마 등을 볼 때 원하는 곳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특히, 어학 공부할 때 자막을 찾거나, 강의 동영상을 보는 학생들에게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카메라를 실행한 뒤에 타이머 기능도 휠 키로 이용할 수 있다. 이 부분은 내부에서도 말이 많았다. 줌인-줌아웃 기능이 더 어울리는 아니냐고. 하지만, 실생활에서 셀카를 자주 찍고, 셀카를 찍을 때 타이머 기능이 좋다는 의견을 많이 받았다(웃음).

팬택 스카이 IM-100 스톤
팬택 스카이 IM-100 스톤

IT동아: 뭐, 휠 키는 이전 제품에서도 검증된 부분이다. 다만, 지금 얘기한 휠 키 기능은 전용 플레이어, 그러니까 기본 탑재되어 있는 카메라 앱, 볼륨 조절 기능, 기존 동영상 재생 앱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요즘 젊은 사람 아니, 많은 사람은 음악을 들을 때 스트리밍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지 않나. 동영상도 VOD, 모바일TV 등을 스트리밍으로 시청하는 사람들이 많고. 휠 키를 다른 서드파티 앱에서도 사용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조금 아쉽다.

박 과장: 그 부분도 생각했다. 휠 키 API를 공개해서 협업할 수도 있다. 추후 버전으로 생각 중이고, 검토 중이다. 아임백이 100만 대, 200만 대 판매되서 이 기능을 원하는 분들에게 먼저 연락이 오면 참 좋을 것 같다(웃음).

IT동아: 스톤도 있다. 무선 충전되는 블루투스 스피커. 가성비 좋은 액세서리로 요즘 많은 분들이 이것만 구매할 수 없느냐고 묻는다(웃음).

박 과장: 하하(웃음). 처음 기획할 때, 지금 아임백과 스톤, 2개를 더해서 제품명 'IM-100'으로 가려고 했다. 지금의 아임백 전용 액세서리리는 개념이 아니라, 하나의 제품으로 묶고 싶었다. '데일리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고 싶었기 때문이다. 정말 일상을 생각했다. 물론, 변화가 있으면 반대가 있기 마련이다. 혹자는 '스마트폰이나 잘 만들지, 왜 엑세서리를 내놓느냐'라고 말하신다. (실제 IT동아 이상우 기자도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아이맵과 스톤을 통해 사용자들이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팬택 상품기획팀 박세영 과장
팬택 상품기획팀 박세영 과장

'아임백을 사면 이런 것도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구나'라는 '경험'을 주고 싶었다. 아침에 일어날 때 시끄러운 알람 소리가 아닌 평소 즐겨 듣는 좋아하는 음악을 풍성한 음질로 들으면서 일어나면 어떨까. 퇴근 후 집에 들어갔는데, 빛이 나면서 나를 반겨주면 어떨까. 바쁜 아침에 출근 준비하는데 누가 옆에서 몇 분 남았다고 말해주면 어떨까. 이런 것들을 담았다. 직접 사용해보니 삶의 질이 달라졌다. 행복했다. (정말 행복했냐는 기자의 질문에) 제 자식이라 그런 것 같기도 한데. 그랬다. 사용하면서 행복했다(웃음). 휴대폰 스피커로 듣는 것과 블루투스 스피커로 듣는 것은 경험이 다르다.

음… 스톤의 제품명은 'SL-100'이다. SL이 뜻하는 것은 SKY Life Style이다. 뒤의 100은 아임백의 100에 맞춘 것이고. (이 부분에서 기자는 한참을 웃고 있었다) 정말 진심을 담았다. 그것만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IT동아: 제품명에 정말 많이 고민한 것 같다.

박 과장: 'IM-100' 고민만 일주일 정도 했다. 제품명에 원래는 이렇게까지 고민하지 않는다 . 내부에서는 기존에 사용하던거 A920이나 930, 940으로 하자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스카이로 새로 시작하는데 다시 한번 점검해보자는 의견이 많았다. 그래서 예전 모델명을 다 조사하고, '팬택의 P는 어떨까요?', '스카이인데 P는 좀…' 등등 의견이 너무 많았다. 회의도 한참 했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플랫폼을 통합하자라며 일단 알파벳을 없앴다. 과거 사용했던 스카이의 상품명을 점검하니 1000 모델과 함께 가장 낮은 숫자가 IM-700이었다. 이때 100 단위로 내렸고, '아임백'은 그렇게 탄생했다. 그리고 향후 제품명은 10씩 올라가는 것으로 정했다. 110, 120 이런 식으로. 이렇게 제품을 출시하면, 앞으로 35년은 있어야 700에 도달할테니, 그 때까지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팬택 상품기획팀 박세영 과장
팬택 상품기획팀 박세영 과장

IT동아: 퀄컴 스냅드래곤 430, 이 얘기도 안할 수 없다.

박 과장: 맞다. 이 부분도 많이 얘기하신다. 처음 기획할 당시에도 600대 시리즈와 430을 놓고 많이 고민했다. '아무리 최신 프로세서라지만, 400대를 탑재했다고 하면 이슈가 되지 않을까?'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이 부분은 꼭 말씀드리고 싶다. 430이 기존 600대 시리즈 보다 성능이 높다. 그리고 배터리 효율도 20% 늘어났다. 더 좋은 성능에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IT동아: 맞다. 그래서 기자도 놀랐다. 편집부에 아임백 리뷰 제품이 들어왔고, 관심 있던 제품이라 확인했더니 프로세서가 430이라더라. 그 때는 '430? 400 시리즈?'라며 실망했었다. 하지만, 실제 '히트', '로스트킹덤'을 실행해 보고, 벤치마크 프로그램 '안투투' 등을 돌려보니 생각이 달라지더라. 생각해보면, '펜티엄', '셀러론'이라고 말하면 과거의 유물처럼 생각한다. 실제로 최근에 나온 펜티엄이나 셀러론은 정말 좋은데.

박 과장: 그래서 430을 선택했다. 그리고 만약 600대 시리즈를 선택했다면, 가격도 지금보다 좀 더 비싸졌을 것이다.

IT동아: 마지막 질문이다. '아임백, 이 기능 만큼은 제가 보증합니다'라는 것이 있다면.

박 과장: 음… 특별한 기능 하나만 꼭 얘기해야 하는지. 열 손가락 깨물어 안아픈 손가락 없잖은가. 무엇 하나 빼고 싶지 않다. 있는 그대로 봐주셨으면 싶다.

팬택 상품기획팀 박세영 과장
팬택 상품기획팀 박세영 과장

팬택 상품기획팀 박세영 과장의 인터뷰는 1시간을 조금 넘겨서 끝마쳤다. 이날 인터뷰를 마치고 편집부에 돌아와, 간단하게 내용을 전달하니 후배 기자가 그러더라. "그렇게 감성같은 얘기 보다 스마트폰이나 잘 만들라고 해요." 맞다. 맞는 얘기다. 하지만, 가면처럼 숨어서 진심을 보이지 않는 사람과 있는 그대로를 내비치는 사람은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있는 그대로 팬택을 떠난 분들을 그리고 했고,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제품으로 빚어냈다. 결과가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겠지만, 이런 사람들이 만든 제품이라면 한번 믿어도 좋지 않을까.

팬택 스카이 IM-100 배경 화면
팬택 스카이 IM-100 배경 화면

인터뷰 도중 박 과장이 "아임백 배경 화면의 비밀을 아세요?"라고 묻더라. 모른다는 말에 그녀는 "스카이 잠금 배경 화면은 문이 살짝 열려 있어요. 그 틈으로 하늘이 보이죠.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하늘이 보인다는 뜻이에요. 이 배경 화면도 엄청 고민했거든요. 실제로 잠금 화면을 열고 들어가면, 홈 배경 화면에는 하늘이 나타나요"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럼 이제 떨어지는 일만 남은 건가라는 말에, 그녀는 "아뇨! 날아야죠!!!"라고 답하더라. 글쎄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녀는 (감성을 이용해) 사기를 칠만한 사람은 아니더라.

동아닷컴 IT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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