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이태훈]두 가지 숙제 짊어진 두 檢事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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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훈 사회부 차장
이태훈 사회부 차장
지난주는 대우조선해양과 롯데그룹 비리 수사가 시작돼 검찰과 재계가 부산하게 움직였던 한 주였다. ‘제2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라 불리는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8일 대우조선해양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하자, 10일에는 서울중앙지검이 재계 서열 5위의 롯데그룹 비리 수사에 뛰어들었다. ‘형님 먼저, 아우 먼저’랄까. 검찰을 대표하는 핵심 수사팀 2곳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거대 비리 척결을 향한 신호탄을 이틀 간격으로 쏘아 올렸다.

수영계 비리나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수사 등 올해 들어 크고 작은 검찰 수사가 있었지만 대우조선해양과 롯데그룹 수사는 ‘김수남 검찰의 첫 수사’라고 보는 게 옳다. 검찰의 특별수사를 대표하는 부패범죄특별수사단과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 인지수사 부서가 대거 투입된 수사 주체, 방대한 수사 인력, 대기업 총수와 권력을 향하고 있는 최종 타깃 등에 비춰 보면 김 총장의 첫 작품이란 점이 더 분명해진다. 압수수색에도 대우조선해양에 150여 명, 롯데그룹에 240여 명을 투입해 검찰의 정예 인적자원을 총동원한 느낌이다. 어느 모로 보나 지난해 12월 취임한 김수남 총장 휘하의 검찰이 치밀한 준비 끝에 큰 칼을 빼든 것이 확실해 보인다.

롯데그룹을 향한 검찰 수사가 역대급으로 시작되자 ‘왜 지금’인가를 궁금해하는 국민이 많다. 검찰은 롯데 측의 증거 인멸이 그룹 차원에서도 조직적으로 이뤄져 기업 수사의 성공을 위해 더는 늦출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많은 준비도 중요하지만 적이 알아차리기 전에 기습해야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사실 검찰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올 들어 법조계와 재계에서는 검찰이 롯데를 대상으로 큰 수사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있었다. 지난해 롯데 경영권을 둘러싸고 불거진 신동주 신동빈 회장 형제간의 갈등 국면에서 불투명한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등 문제점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면서 어떤 식으로든 대수술이 불가피하다는 국민적 공감대도 롯데 수사의 명분으로 작용했다. 국민들이 보기에는 검찰이 갑작스럽게 수사에 나선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검찰은 물밑에서 롯데그룹 오너가의 비리를 깊이 내사해 왔고 총선 이후 수사 시기를 저울질하다 10일 행동에 나선 것이다.

수사 초기이지만 ‘김수남표 수사’를 가늠해 볼 수 있는 특색들이 조금씩 눈에 띈다. 검찰은 롯데그룹 수사에서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의 수사 조직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수사력을 효과적으로 결집하기 위해 3차장 산하의 특별수사4부와 첨단범죄수사1부를 동시에 투입했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특수부 등 인지수사 부서와 서울중앙지검장의 중간에서 수사를 조율하고 지휘하는 것이 주된 임무였지만 이번 롯데 수사에서는 이동열 3차장이 사실상 총괄수사팀장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패 수사는 적시에 효과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해온 김수남 총장의 평소 지론에 비춰 보면 대우조선해양과 롯데그룹 수사가 마무리되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다. 롯데그룹 수사를 총괄하는 이동열 3차장이 2006년 대검 중수부에서 함께 현대자동차그룹 비자금을 수사할 당시 압수수색에 나선 지 약 한 달 만에 수사가 거의 일단락된 사례가 있다.

경기침체가 극심한 때 진행되는 수사인 만큼 대기업 수사가 경제에 주는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신속하게 수사하되, 국가경쟁력을 좀먹는 부실 대기업과 재벌 오너가의 전근대적 비리가 있다면 철저히 파헤쳐 엄단해야 하는 두 가지 숙제가 김기동 이동열 검사에게 맡겨졌다.

이태훈 사회부 차장 jefflee@donga.com
#대우조선해양#롯데그룹 비리#서울중앙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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