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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못할 질환 ‘전립샘 비대증’… 민간요법 찾다간 더 큰 화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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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못할 질환 ‘전립샘 비대증’… 민간요법 찾다간 더 큰 화 불러”

조건희기자 입력 2016-05-16 03:00수정 2016-05-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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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전립샘 비대증 치료법’ 좌담회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이진한 정책사회부 차장(왼쪽부터), 김계환(인천길병원), 배재현(고려대 안산병원), 이규성(삼성서울병원), 김현우 교수(성바오로병원·이상 비뇨기과)가 전립샘 비대증의 올바른 치료법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전립샘(전립선) 비대증은 ‘민망한 질환’이다. 남자답지 않아 보일까 봐, 나이 들어 보일까 봐 주변에 “소변 줄기가 약해졌다”고 선뜻 말하지 못하고 민간요법을 찾는 중년 남성이 많다. 동아일보는 2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좌담회를 열어 이규성(삼성서울병원) 배재현(고려대 안산병원) 김현우(성바오로병원) 김계환 교수(인천길병원·이상 비뇨기과)와 함께 전립샘 비대증의 현황과 치료법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했다. 진행은 이진한 정책사회부 차장(의사)이 맡았다.

―단도직입으로 묻겠다. 톱야자열매(소팔메토) 추출물을 원료로 한 건강기능식품이나 온열치료기는 전립샘 비대증에 효과가 정말 없나.

▽이규성=의학 전문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실린 연구 결과를 소개하겠다. 전립샘 비대증 환자 3000여 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엔 소팔메토 건강기능식품을, 다른 쪽엔 전분만 들어 있는 위약(僞藥)을 줬는데 증상 개선 효과에 차도가 거의 없었다. 결국 건강기능식품은 일시적인 위약 효과만 낼 뿐 치료제로 착각해 장기 복용하면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게 학계의 시각이다.

▽김계환=온열치료기도 그렇다. 요도나 직장에 삽입해 전립샘 심부의 온도를 45∼50도로 유지시켜 주는 기기인데, 현재 시판되는 제품 중에는 의료기기로 검증받지 않고 공산품으로만 허가받은 제품이 많다. 이런 제품들은 기본적으로 전립샘의 온도만 정교하게 올려주지 못해 사용자가 주변에 화상을 입는 경우가 있다. 전립샘 비대증의 근본 원인을 해결해 주지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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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립샘 비대증 환자가 실제론 얼마나 되나?

▽김현우=정부 발표로는 2014년 100만 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실제로 증상이 있는데도 병원을 찾지 않는 환자가 372만 명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립샘이 원래는 호두알 크기(15∼20g)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100명 중 8명, 본인의 전립샘 크기를 아는 사람은 5명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절반 이상은 전립샘 검사를 받아 본 적도 없다. 전립샘 비대증은 만성 고령 질환이어서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환자는 더 많아질 거다.

▽김계환=한국의 중년 이상 남성은 자신의 아버지가 그 연령대에 자다가 일어나서 요강에 소변보는 걸 보며 자라왔다. 나이가 들면 소변 줄기가 약해지는 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하고, 고칠 필요도 못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꼭 치료해야 하나? 손대기 참 겁나는 부위인데….


▽배재현=
전립샘 비대증은 진행성 질환이다. 가만히 두면 결코 더 나아지지 않고 점점 악화되다가 합병증을 얻고 수술이 어려운 지경에 이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소변이 나오지 않는 ‘급성 요폐’다. 전립샘이 커지면 처음엔 소변을 배출하기 위해 방광의 힘이 강해지는데, 시간이 지나면 방광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결국 소변을 갑자기 참을 수 없는 과민성 방광증이나 요실금이 생기고, 심하면 소변을 뽑아내는 도뇨관을 찬 채 여생을 보내야 한다.

▽이규성=
초기에 ‘알파차단제’나 ‘5알파환원효소억제제’ 등 전문의약품을 복용하기 시작해 전립샘의 성장을 억제했다면 충분히 건강하게 생활했을 환자들이 뒤늦게 수술조차 어려운 상태로 병·의원을 찾아오는 게 가장 안타깝다. 또 소변을 보기 힘든 게 전립샘 비대증이 아닌 방광암 등 다른 원인에 따른 것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시기를 놓치지 않고 진료를 받는 게 좋다.

―약을 먹다가 끊으면 전립샘이 오히려 전보다 더 커질까 봐 복용을 미루는 환자도 많은데, 어떻게 치료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가?


▽김현우=
전립샘의 크기는 매년 0.7∼3g씩 증가하는데 ‘5알파환원효소억제제’를 복용하면 성장을 멈추고 원래 크기의 70∼80%로 줄어든다. 그런데 한국 환자들은 잘 복용하다가도 증상이 개선된다 싶으면 병원에 가지 않는다. 복용을 1년간 지속하는 환자의 비율이 37%에 불과해 미국(40%)이나 유럽(73%) 등 선진국보다 낮다. 약을 끊으면 그동안의 효과가 없어지고 전립샘이 원래 크기로 돌아갈 수 있는데, 이 때문에 ‘복용을 시작하는 것을 아예 늦추는 게 낫다’는 잘못된 인식이 번진 거다.

▽배재현=
전립샘 비대증은 완치보다는 조절과 관리가 중요한 만성 질환이다. 연 1회 정도는 잔뇨 검사를 받고 2, 3년에 1회 정도 전립샘 크기 검사를 받는 게 좋다. 환자 중 10∼15%는 결국 수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엔 내시경과 레이저 기술이 발달해 전립샘의 크기를 정교하게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 성공률이 높고 출혈은 거의 없다. 전립샘을 통째로 들어내고 방광과 요도를 직접 연결하는 전립샘암 수술과 달리 수술 후 요실금 발생 비율도 1%가 채 되지 않는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전립샘 비대증#좌담회#치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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