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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떻게?]“1980년대 검열기관 거치며 바뀐 작품들 손 좀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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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떻게?]“1980년대 검열기관 거치며 바뀐 작품들 손 좀 봤습니다”

김지영기자 입력 2016-05-09 03:00수정 2016-05-0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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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단편 전집’ 개정판 낸 이문열 씨
이문열 씨는 요즘처럼 무한한 정보가 제공되는 시대를 ‘새로운 현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이 시대와 문화의 접점을 찾는 게 어렵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천=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 ‘이문열 중단편전집’(전 6권·민음사) 개정판이 최근 출간됐다.
‘금시조’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익명의 섬’….
발표 당시 우리 소설계에 충격을 주며 그의 대표작이 된 작품들이다.
출판사를 옮겨 내면서 ‘필론의 돼지’를 ‘필론과 돼지’로 바꾸는 등 일부 변화를 줬다. 》


3일 경기 이천시 부악문원에서 이문열 씨(68)를 만났다. 전날 건강검진을 다녀왔다고 했다. 작가는 지난해 신장암 수술을 한 뒤 정기적으로 병원에서 검사를 받는다.

“건강이 괜찮다”며 그는 밝게 웃었다. 3월 맡은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이사장에 대해선 “문인단체에서 지금껏 직책을 맡아본 적이 없는데, 이번엔 문인을 포함해 예술인을 도울 수 있는 일이고, 봉사한다는 마음에 맡았다”고 담담하게 밝혔다.

중단편전집 재출간이 반가웠다는 얘기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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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그늘이 묻어 있어 꽤나 애착이 갑니다. 원고가 검열기관을 거치며 바뀌기도 했고, 자기검열도 거친 작품이 적잖아요. 그랬던 것들을 손을 좀 봤습니다.”

6권으로 발간된 ‘이문열 중단편전집’ 개정판. 중편 12편과 단편 39편을 묶었다. 민음사 제공
가령 ‘사과와 다섯 병정’에선 6·25전쟁 때 인민군에게 총살당한 국군들이 귀신이 돼 떠도는 장면이 나온다. 처음엔 무단이탈한 국군 병사를 헌병이 사살하는 것으로 썼지만 국군이 같은 편을 죽일 수 있느냐는 보안사의 지적에 인민군으로 바꿨었다. 그랬던 것을 “수십 년을 억울해하면서 넋으로 지내기엔 잘 맞지 않아” 원래대로 돌렸다. ‘필론의 돼지’도 조사 ‘의’가 자신의 작품에 너무 자주 쓰인다는 생각에 ‘과’로 바꿨다.

그는 최근 장편 ‘변경’의 후속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혀 왔다. 후속작의 시대적 배경은 ‘변경’의 1950∼70년대 이후인 1980년대로 잡았다고 했다.

그는 “복잡한 심경에 좀처럼 (후속작) 진도가 안 나간다”고 했다. 이번 4·13총선 결과를 가리키는 얘기였다. 그는 선거 때 새누리당 김문수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을 했다.

“처음부터 여당이 승리할 거라고 낙관한 건 아니지만…. 김문수 후보가 박근혜 대통령과 대권 경선에서 경쟁을 하며 각을 세우기도 했는데 친박으로, 낙하산으로 몰리더군요. 대구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크게 격앙돼 있었어요.”

그는 총선 결과에 대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절묘한 승리”라고 했다. 그가 선거 현장에서 느낀 것은 사람들의 심리가 이성적인 판단에 바탕을 두지 않고 감정적으로 과장돼 있으며 그것이 SNS의 여론몰이와 연관돼 있다는 것. 그는 “울적하고 조심스러워진다. 앞으로 더할 텐데…”라고 덧붙였다.

앞서 집필을 더디게 하는 부분이 또 있었다. 지난해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났을 때였다.

“YS의 업적으로 3당 합당, 역사 바로잡기도 고르게 평가돼야 할 텐데, 여론이 민주화 투사로만 집중 조명하는 듯해 아쉬웠습니다.”

‘변경’ 후속작은 원고지 4500장 분량으로 3부작으로 구상하고 있다. 제목은 ‘대위법 80년대’ 혹은 ‘푸가 1980’ 등을 고려하고 있다. 1980년대를 소설화하는 데 대해 ‘전두환을 봐준다’ ‘보수우파의 글쓰기’ 같은 비난이 나올 것 같아 우려된다면서도 그는 “색깔 없이 이야기를 풀어가려고 한다”고 했다.

“1980년대는 비유하자면 하나의 목소리로 부르는 단성 음악이 아니고 여러 개의 멜로디로 이뤄진 다성 음악의 가락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화, 산업화, 세계화의 변화가 섞여 있는. 어느 시대든 한 목소리만 있었던 시대는 없잖아요.”
 
이천=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이문열 중단편전집#이문열#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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