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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인터넷이 세계의 문화적 차이 부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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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인터넷이 세계의 문화적 차이 부추겨

구가인기자 입력 2016-05-07 03:00수정 2016-05-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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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프레데리크 마르텔 지음/배영란 옮김/596쪽·2만6000원·글항아리
대도시부터 개발도상국 빈민촌까지 인터넷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 책에 따르면 현재 25억 명으로 추산되는 누리꾼은 2020년경에는 50억 명, 2025년에는 70억 명에 육박할 것이다. 저자는 “그럴수록 인터넷의 지역화는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글항아리 제공
#. ‘혁신’은 미국 실리콘밸리 사람들이 가장 중요히 여기는 가치다. 페이스북 직원부터 스탠퍼드 학생까지 모두가 창업을 꿈꾼다. 남다른 아이디어만 있다면 돈은 어디서든 구할 수 있다. 이곳의 한 벤처기업 투자자는 말한다. “실패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건 문제되지 않는다. 바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새로운 벤처를 만들면 되기 때문이다.”

#. 중국의 정보기술(IT)은 ‘모방’과 ‘검열’로 성장했다. 런런은 페이스북을, 유쿠는 유튜브를, 바이두는 구글을 따라했으며, 약 6억 명에 달하는 중국 누리꾼은 이 서비스를 활발히 이용 중이다. 반면 ‘원조’ 사이트들은 중국에 접근이 차단됐거나 검열당한다. 중국 정부의 검열 인력은 4만∼1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일부 전문가는 “중국 공산당의 목표가 자국 IT기업의 편의를 봐주는 것이며 검열 또한 그 목표를 위한 수단”이라고 평가한다.

인터넷 초기, 디지털 발달이 국경을 초월해 세상을 하나로 만들 것이라는 주장이 많았다. 이 예상은 빗나갔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계는 ‘평평해’지지 않았다. 이질성을 통해 성장한 미국의 IT문화와 국가가 통제하는 중국의 그것이 판이하듯 말이다.

프랑스 사회학자이자 작가인 저자는 “‘글로벌 인터넷’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세계화된 플랫폼은 존재하지만 콘텐츠까지 세계화되지는 않았다”면서 “오히려 인터넷이 각 지역의 문화적 차이를 공고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인터넷의 지역화를 확인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 베이징, 요하네스버그, 가자 지구 등 50여 개 도시를 오가며 현지의 IT 실태를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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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소개하는 각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 실태와 대응 방식은 흥미롭다. 중국에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장기 매매를 고발할 순 있지만 ‘3T’로 통하는 티베트, 타이완, 톈안먼 문제를 비판하지 못한다. 그래서 중국 누리꾼들은 톈안먼 사건 발생일을 6월 4일 대신 ‘5월 35일’이라고 쓴다. 최근에는 ‘4월 65일’ ‘3월 96일’이라고도 한다.

2009년 이란 대선 결과에 반대해 녹색혁명이 일어난 후 이란 정부의 인터넷 통제도 강화됐다. 테헤란에서 구글 검색창에 ‘sex’라는 단어를 치면 이슬람 경전인 꾸란 구입을 권하는 페이지가 뜬다.

온라인은 오프라인을 반영한다. 브라질에서 많이 썼던 SNS ‘오르컷’은 처음에는 상류층이 이용하고, 중산층이 대거 합류하며 브라질의 핵심 사이트가 됐다. 그러나 하급 계층 이용자가 늘자 브라질의 중산층은 모두 페이스북으로 갈아탔다. 도메인 주소에 사용되는 ‘.eu’는 유럽연합(EU)의 불안한 위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eu’는 독일의 ‘.de’나 프랑스의 ‘.fr’와 같은 국가 도메인보다 수가 적고, 2012년 이후부턴 계속 정체 상태다.

책은 디지털화에 대한 막연한 낙관주의와 회의주의 모두를 경계한다. 책 말미에 저자는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에 따라 인터넷은 달라진다”고 결론 내린다. 풍부한 취재를 따라 읽다보면 “인터넷을 대문자 단수인 Internet 대신 소문자 복수인 internets로 표기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이 꽤 설득력 있게 느껴진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스마트#프레데리크 마르텔#오르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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