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인생길 동반자가 되어줄 박이문의 선물같은 메시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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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문 아포리즘 1·2/박이문 지음/각권 272쪽·각권 1만3200원/미다스북스

오로라가 펼쳐지는 북극도, 뼈까지 뜨거워지는 사막도, 물빛이 푸른 섬나라도 좋다. 아니, 좋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 곳이라도 좋다. 뒷일은 생각지 않고,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무작정, 격렬히 외로워지기 위해, 말이 통하지 않는 곳으로, 돌아올 기약이 있든 없든, 잠적이든 여행이든 뭐든 간에, 일단 떠난다면. 그래도 동반자로 책 두어 권은 필요하리라.

최근 전집이 발간된 우리 시대 인문학의 거장 박이문 포스텍 명예교수의 글에서 경구를 가려 뽑은 이 책은 그런 여행자의 배낭에 들어갈 만하다. 예술과 과학, 동양사상 등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던 박 교수는 ‘사유의 둥지를 완성했다’는 평을 받는다. 책에 담긴 글은 둥지에서 튀어나온 나뭇가지들이다.

“우리가 병든 것은 우리만의 시간을 소음과 바꾼 까닭이다. …”(혼자만의 시간)

“…그는 아직도 혼자다/그는 여기서 딴 곳에 있다.”(바다에는 시인이 산다)

박 교수는 영원히 젊다. 청년들마저 추억을 주억거릴 때 그는 “지나간 경험이 아무리 귀하더라도 내가 정말 돌아가고 싶은 곳은 바로 지금 영원한 현재 이 순간, 이 시간, 이 삶이다”라고 말한다.

병마와 싸우고 있는 박 교수를 최근 만났다. 그는 책에 실린 글 “이제 아주 나쁜 것도 좋소/추한 것도 아름답소/후회도 소망도 없이/아쉬움도 충만도 없이/그냥 담백하고 맑게 가라앉은 심정으로/모든 것과 조용히 화해한 심정이오”와 같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우리에게 책을 선물로 주었다. 1권 제목은 ‘이 순간 이 시간 이 삶’, 2권은 ‘저녁은 강을 건너오고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이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박이문 아포리즘#박이문#오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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