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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인류를 향기롭게 한 꽃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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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인류를 향기롭게 한 꽃의 세계

손효림기자 입력 2016-05-07 03:00수정 2016-05-07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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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읽다/스티븐 부크먼 지음/박인용 옮김/428쪽·1만8000원/반니
마음을 위로하고 사랑을 전달하는 꽃
기원 ,재배, 의미 등 꽃의 모든 것 담아
시각과 후각, 미각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은 물론이고 예술적 영감까지 제공하는 꽃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우리와 함께 한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튤립, 큰개불알풀꽃, 수선화, 장미, 머리를 꽃으로 꾸민 여성, 원추리. 동아일보DB
“병원에서 나오는데 봄꽃이 활짝 피었더라고요. 진짜 화사하게요. 갑자기 너무 속상해서 그만 주저앉고 싶데요….”

쓰러진 남편을 입원시킨 여인은 멍한 눈으로 말했다. 굳세게 버텨 왔는데…. 꽃은 그런 거다. 우리 곁에서 축복과 위안을 주는 동시에 눈부신 아름다움 때문에 고통을 너무도 또렷하게 대비시키는 존재.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곤충학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그야말로 꽃의 모든 것을 담고자 애썼다. 꽃의 기원을 다룬 초반부에 겉씨식물, 속씨식물, 씨방, 수분 등이 등장한다. 학창 시절 생물 수업의 기억을, 먼지 쌓인 다락방에서 끄집어내듯 되살린다.

생물학적 지식을 열정적으로 전달하는 부분을 지나면 비로소 꽃과 관련된 역사, 문화, 예술의 세계가 펼쳐진다. 조지 워싱턴은 독립전쟁 중에도 편지를 써서 정원사에게 단풍나무, 월계수, 사시나무를 심으라고 지시했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정원에서 농작물과 곡류로 실험을 거듭했고, 토머스 제퍼슨의 채소밭에는 호박, 양배추가 늘 자리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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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벌은 뗄 수 없는 사이. 꿀벌을 길러 아침마다 구운 토스트에 걸쭉한 꿀을 발라 먹는 저자는 칸쿤, 메리다 등이 있는 멕시코 남부 지역에 가면 세계에서 가장 맛 좋은(본인 기준이다) 꿀 ‘수난카브’를 만날 수 있다고 소개한다.

문학, 미술 작품에 등장한 꽃은 셀 수 없을 정도다. ‘햄릿’에서는 자살한 오필리아의 무덤에 제비꽃이 피어나길 축원한다. 당시엔 좋은 사람의 무덤엔 제비꽃이 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세계화는 화훼산업도 비켜가지 않았다. 매년 항공기나 트럭을 통해 운반되는 꽃은 150억 송이에 달한다. 미국인이 밸런타인데이에 연인에게 선물하는 꽃은 대부분 콜롬비아, 에콰도르, 코스타리카에서 재배된다. 꽃은 향수의 주재료이기도 하다. 에스티로더의 향수 ‘뷰티풀’에는 꽃을 포함해 무려 700여 개의 성분이 들어 있다!

의외의 사실도 적잖다. 성행위 체위를 다룬 인도의 책 ‘카마수트라’에는 화관 만드는 법, 꽃으로 침상을 장식하는 법도 나온다. 1997년 뉴질랜드에서 여성을 성폭행한 용의자는 사건 현장 지역에만 있는 웜우드(쑥의 일종)의 꽃가루가 옷에서 대량으로 발견돼 결국 8년형을 선고받았다. 이처럼 강력사건 해결의 열쇠가 되기도 하는 꽃가루는 잘 부패되지 않아 수백만 년 전의 암석에서도 채취된다.

낯설고 새로운 이름의 꽃들과 생물학적인 구조, 수많은 지역과 곤충의 역할 등 방대한 지식을 꼼꼼하게 읽어내려면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꽃을 전방위로 추적해온 저자의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의 삶 속에 꽃이 이토록 깊게 뿌리내리고 있었나 싶어 새삼 주위를 돌아보게 된다.

보라색 라벤더 꽃이 펼쳐진 들판으로 유명한 미국 애리조나 레드록 라벤더 농장, 연분홍색 로즈드메가 가득한 그리스 근교의 장미 재배지를 묘사한 대목을 보노라면 그곳으로 훌쩍 떠나고 싶다.

저자가 직접 찍은 꽃 사진들은 원서에도 흑백으로 처리돼 실제 색감이 어떤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원제는 ‘The Reason for Flowers’.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꽃을 읽다#스티븐 부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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