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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순경 사건의 사회모순, 희생자들 관점서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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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순경 사건의 사회모순, 희생자들 관점서 조명”

김지영기자 입력 2016-05-06 03:00수정 2016-05-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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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개와 늑대의 시간’ 낸 소설가 김경욱씨
‘개와 늑대의 시간’에서 개는 인간을 지키는 존재, 늑대는 해치는 존재를 의미한다. 그런데 해질녘에는 개와 늑대를 구별하기 어려워진다. 김경욱 씨는 “믿었던 순경이 자신에게 총격을 가하는 참혹한 사건에 대한 상징적 의미”라고 밝혔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26일 밤 경남 의령에서 만취한 경찰관이 지서와 예비군 무기고에서 수류탄 카빈소총 실탄 등을 꺼내 시장과 우체국 민가 등으로 날뛰며 … 살상을 저지른 뒤 자폭했다.’(1982년 4월 27일자 동아일보)

시골로 좌천된 우범곤 순경이 하룻밤에 주민 56명을 죽인 ‘우 순경 사건’을 소설가 김경욱 씨(45)가 불러냈다. 장편 ‘개와 늑대의 시간’(문학과지성사)이다. 모티브를 생각하면 살인마가 등장하는 공포소설이 떠오를 법한데, 김 씨 작품의 주인공은 가해자가 아니다. 영문도 모르고 죽어간 피해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개와 늑대의 시간’에서 펼쳐진다.

“3년 전 미국 아이오와대의 국제 창작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때 미 서부의 한 공항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졌다는 보도가 나왔어요. 미국의 총기 난사 사건을 현지에서 들으니 크게 와 닿았어요. 그때 어렸을 적 들었던 우 순경 사건이 떠올랐습니다.”

당시 신문을 인터넷으로 꼼꼼하게 검색해 나갔다. 파고들수록 우 순경 사건 너머의 사회 모순들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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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서 우체국 전화교환원 손영희가 황 순경(소설에서 우 순경은 황 순경으로 바뀐다)의 총에 맞을 때 그는 펜팔을 하던 미국인 할머니를 떠올린다. 영어 선생님을 연모하던 감정이 사그라진 뒤 그 자리를 채운 정(情)의 대상이 수잔 할머니였다. 손미자는 황 순경의 총에 죽기 직전 전날 싸웠던 남편 생각에 근심하고 있었다. 남편이 자신을 버릴까 싶어서다. 손미자는 남자 형제들이 족족 일찍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아들 죽이는 딸’ 소리를 들으며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픈 상처가 있었다. 이처럼 작가는 황 순경에게 죽임을 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세세히 들려준다.

“순경의 동선을 따라가면서 사건을 보여주는 ‘르포’ 형식을 쓸 수가 없었다. 신문을 보면 왜 그렇게 희생자가 많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희생자들이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는 헤아릴 수 없었다.”

작가는 희생자의 관점으로 실체적 진실을 보여주는 방식을 택했다. 작가는 밤새 스러져간 사람들이 저마다 눈물과 웃음의 사연을 갖고 있는, 그 자체로 하나의 우주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비극을 결코 슬프지 않게, 오히려 유머 있게 그림으로써 슬픔의 무게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김 씨는 이 사건이 ‘반사회적 인물의 우발적 범행’을 넘어 구조적인 모순도 안고 있다고 했다.

“피해자들은 총소리에 대해 ‘무장공비가 나타났다’는 순경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그를 의심하지 않았어요. 당시 분단 모순에서 나온 비극입니다. 또 면장은 마을방송을 하는 대신 변소로 숨어버리고, 군청 직원들은 무기력하게 결재라인만 챙겨요. 이 같은 복지부동과 무사안일주의 역시 희생을 더욱 키웠습니다.”

올 초 이상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 씨는 글 쓸 때가 가장 평화롭다고 했다.

“삶의 여러 고통들이 있는데 글을 쓰면서 얻는 평화가 그것들을 견디는 원동력이 됩니다. 제가 느낀 평화를 책을 읽는 당신도 느낄 수 있다면 그걸로 감사한 마음입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김경욱#소설가#개와 늑대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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