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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의 문학뜨락]‘쾌활한 노인’에 열광하는 젊은 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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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의 문학뜨락]‘쾌활한 노인’에 열광하는 젊은 독자들

김지영기자 입력 2016-04-27 03:00수정 2016-04-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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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목록을 지키고 있는 작품 중 하나는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 지음)다. 노인요양소의 엄격한 생활방식에 불만을 품은 메르타 할머니가 노인 친구들을 꼬드겨 강도단을 결성하는 이야기다. 이 책은 3만5000부 이상 나가면서 독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여기에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가 가세했다. 지난해 화제작이던 ‘오베라는 남자’의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의 후속작으로, 일곱 살 여자아이, 일하는 엄마와 할머니 간의 갈등과 화해가 주요 내용이다. 이달 초 나온 이 책은 한 달도 안 돼 3만 부 이상 판매됐다.

이뿐 아니다. 아내를 잃고 자살하려던 의사와 택시 기사 할머니의 우정을 그린 소설 ‘죽고 싶은 의사, 거짓말쟁이 할머니’(바티스트 보리유 지음), 미국 애팔래치아 산맥 트레일을 완주한 할머니 이야기를 담은 논픽션 ‘할머니, 그만 집으로 돌아가세요’(벤 몽고메리 지음) 등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삼은 책들이 잇달아 출간됐다. 요즘 할머니의 역할에 대한 가이드북 ‘초보 할머니 자습서’(카롤린 코티노 지음)도 나왔다.


소설 ‘오베라는 남자’와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으로 할아버지 주인공들이 주목받은 데 이어 최근엔 할머니들이 뜨는 분위기다. 고령화의 영향으로 장년 독자층을 타깃으로 삼은 걸까. 그랬다고 하기엔 이 책들의 구매층이 젊다. ‘오베라는 남자’는 20, 30대,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는 30, 40대,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는 30대 독자층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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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돌풍’에 대해 편집자들에게 물었다. 편집자 A는 “실버세대의 활약이 커지면서 노인들도 작품의 주인공으로 나섰다는 평가도 있지만, 중요한 건 이들 노인의 모습”이라고 짚었다. 책에 등장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코믹하다는 것이다. 노인들의 축적된 삶의 경험은 어떤 방식으로든 전달되는데, 이게 훈계 형식으로 나타나면 ‘꼰대’가 된다. 그런데 최근 소설의 노인들은 유머 감각이 두드러진다. 어른인데도 어린아이와 같은 유연함이 있다. 젊은 세대들이 노인의 경험과 여유를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한다.

편집자 B는 요즘 젊은이들의 삶에 대한 반작용으로 해석했다. 이들이 “윗세대에 비해 ‘드라마’가 적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어느 때보다 힘들고 팍팍하지만 경험은 단선적이기 쉽고 모험은 더욱 어려운 시대다. 극적인 삶의 체험을 만들기 어려운 때를 맞아 굴곡진 20세기의 서사를 갖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불려나온 셈이다. 유머 넘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이야기 이면에는 이런 시대의 그늘이 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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