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지폐에 사상처음 노예출신 흑인여성 등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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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달러 앞면 ‘잭슨 前 대통령’을… 인권운동가 ‘터브먼’으로 교체
10달러 뒷면도 女참정권 운동가들

미국 20달러 지폐 앞면의 인물이 앤드루 잭슨 전 대통령(7대,맨아래 사진)에서 노예 출신 흑인 여성 인권운동가 해리엇 터브먼(맨위쪽 사진)으로 바뀐다.
미국 20달러 지폐 앞면의 인물이 앤드루 잭슨 전 대통령(7대,맨아래 사진)에서 노예 출신 흑인 여성 인권운동가 해리엇 터브먼(맨위쪽 사진)으로 바뀐다.
백인 남성이 지배해온 ‘미국 화폐 모델’ 세계에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소외됐던 흑인과 여성이 약진하고 소수인종 탄압 전력이 있는 기존 모델은 화폐 뒷면으로 밀려난다. 새 지폐 모델 9명 중 여성이 8명, 흑인이 4명에 이른다.

미국 재무부는 20일 20달러 지폐 앞면 모델을 앤드루 잭슨 전 대통령(7대)에서 노예 출신 흑인 여성 인권운동가 해리엇 터브먼(1822∼1913·사진)으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노예 소유주였던 잭슨 전 대통령의 얼굴은 백악관 그림과 함께 20달러 지폐 뒷면에 들어간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NYT) 등은 “터브먼이 잭슨을 내쫓았다”고 표현했다. 터브먼은 노예농장에서 탈출한 뒤 남부의 다른 노예들을 북부로 탈출시키는 일을 도왔다. 그래서 ‘흑인들의 모세’로 불린다. 터브먼은 남북전쟁 후에도 흑인 인권과 여성 참정권 운동을 계속했다. “죽을 때까지 자유를 위해 싸우겠다”는 명언도 남겼다.

흑인이 미국 화폐 모델로 등장한 것은 역사상 처음이고, 여성 모델은 1891∼1896년 한시적으로 유통됐던 1달러짜리 은 태환증권 이후 처음이라고 재무부는 설명했다. 재무부는 당초 10달러 모델인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을 여성 인물로 교체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브로드웨이 뮤지컬 ‘해밀턴’의 폭발적 인기로 제동이 걸렸다고 NYT는 전했다.

재무부는 결국 10달러 앞면 모델로 해밀턴을 유지하되 뒷면에 루크리셔 모트(1793∼1880), 소저너 트루스(1797∼1883), 엘리자베스 스탠턴(1815∼1902), 수전 앤서니(1820∼1906), 앨리스 폴(1885∼1977) 등 여성 참정권 운동가 5명을 넣는 타협안을 마련했다.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16대)이 앞면 모델인 5달러 지폐의 뒷면엔 워싱턴 링컨기념관 앞에서 역사적 인권운동을 폈던 성악가 메리언 앤더슨(1902∼1993),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부인 엘리너 루스벨트(1884∼1962), 마틴 루서 킹(1929∼1968)이 들어간다. 재무부는 여성 참정권 보장 100주년이 되는 2020년까지 이들 지폐 3종의 최종 도안을 확정해 발표한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미국#지폐#흑인인권운동가#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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