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음란사이트 ‘소라넷’ 해외 핵심서버 폐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7일 14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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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된 음란사이트 ‘소라넷’ 정기점검 공지.
폐쇄된 음란사이트 ‘소라넷’ 정기점검 공지.
국내 최대 음란 포털 사이트 ‘소라넷’이 개설된 지 17년 만에 처음으로 폐쇄됐다.

서울지방경찰청은 네덜란드 경찰과 공조수사를 벌여 1일 현지에 있던 소라넷 핵심 서버를 폐쇄했다고 7일 밝혔다. 서버가 해외에 있어 국내법으로 처벌하지 못했던 소라넷에 대해 처음으로 강제로 사이트를 닫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소라넷는 1999년 6월 개설된 ‘소라의 가이드’에서 시작됐다. 당초 음란소설, 음란사진 정도만 올라오는 사이트였지만 2003년 포털 사이트로 확대 개편되면서 음란물 종류와 양이 급격하게 늘었다. 이에 따라 회원 수가 급증했다. 소라넷 회원은 현재 1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소라넷 운영진이 도박 사이트, 성매매 업소, 성기구 판매업소 등으로부터 광고를 실어주는 대가로 지금까지 최소 100억 원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소라넷은 몰래카메라, 복수 음란물(헤어진 연인에게 앙심을 품고 유포한 성관계 동영상), 집단 성행위 등 불법 음란물이 마구잡이로 올라오면서 여러 차례 사회 문제가 됐다. 하지만 소러넷 서버가 해외에 있어 국내 접속을 차단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었다. 2004년 1월 처음으로 국내 접속이 차단됐지만 이후 소라넷 운영진은 회원들에게 트위터를 통해 우회 접속이 가능한 인터넷 주소를 알리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계속해왔다.

경찰은 소라넷의 불법 음란물을 근절하기 위해 지난해 3월 당시 서버가 있는 미국과 공조 수사를 벌여왔다. 지난해 11월 강신명 경찰청장이 “미국과 공조해 소라넷 서버를 폐쇄하겠다”고 밝히자 소라넷 운영진은 서버를 네덜란드 등 유럽으로 옮겼다. 이후 경찰은 네덜란드 경찰과 공조한 끝에 불법 음란물 등 핵심 자료가 있는 소라넷 서버 15대를 압수한 것. 이번에 압수한 서버 용량은 120테라바이트(TB·1TB는 1024GB)에 달한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소라넷이 완전히 중단된 것은 아니다. 소라넷 운영진이 이번에 압수당한 서버 내용을 따로 저장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들이 다른 서버를 구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다시 사이트를 열 수 있다.

경찰은 소라넷의 영구 폐쇄를 위해 운영진 검거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소라넷 운영진은 해외에 연고가 있는 한국인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서버를 계약할 때에도 ‘테리 박(Terry Park)’, ‘케이 송(Kay Song)’ 등 가명을 쓰며 신분을 철저히 숨겨왔다.

또 경찰은 소라넷 광고주와 불법음란물을 올린 회원에 대한 수사도 계속해나갈 방침이다. 경찰은 지난해 3월부터 지금까지 소라넷 광고주 3명과 불법 음란물을 올린 회원 8명 등 62명을 불구속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소라넷은 사실상 ‘무법천지’였지만 핵심서버를 폐쇄하면서 더 이상 과거처럼 운영하기는 불가능해졌다”며 “운영진 검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호경기자 whalefish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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