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등 파격 소재로 TV아성 위협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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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은’으로 본 中 웹드의 성장

중국 웹드라마 ‘상은’에서 주인공 구하이(왼쪽)와 바이뤄인은 사랑에 빠지지만 구하이의 아버지와 바이뤄인의 어머니가 재혼해 곧 형제가 될 거라는 사실을 알고 괴로워한다. 전형적인 순정만화 줄거리에 저예산으로 제작됐지만 파격적인 소재 덕분에 높은 인기를 누렸다. 유튜브 동영상 촬영
중국 웹드라마 ‘상은’에서 주인공 구하이(왼쪽)와 바이뤄인은 사랑에 빠지지만 구하이의 아버지와 바이뤄인의 어머니가 재혼해 곧 형제가 될 거라는 사실을 알고 괴로워한다. 전형적인 순정만화 줄거리에 저예산으로 제작됐지만 파격적인 소재 덕분에 높은 인기를 누렸다. 유튜브 동영상 촬영
“중국의 쉬웨이저우(許魏洲)를 보려는 한국 팬들이 한국 공항을 뒤흔들었다.”(중국 소후닷컴)

20일 인천국제공항이 발칵 뒤집혔다. 개인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가 이날 출국한 중국 배우 쉬웨이저우를 만나려는 한국 팬들이 출국장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팬 수십 명에게 둘러싸인 그는 매니저의 도움을 받아 겨우 출국 수속을 밟을 수 있었다.

쉬웨이저우의 출연작은 올해 초 공개된 중국 웹드라마 ‘상은(上은·중독된)’ 단 한 편뿐이다. TV드라마나 영화에는 출연한 적이 없다. ‘상은’에서 가난하지만 성실한 고교생 바이루인 역을 연기한 뒤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팔로어만 160만 명을 돌파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 동성애·노출… 파격 소재의 중국 웹드

‘상은’은 부잣집 아들 구하이(황징위)와 동급생 바이뤄인 사이의 사랑을 다룬 동성애 드라마로 격렬한 키스신과 베드신이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신인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하고 주인공들의 집과 학교, 길거리 등 제한된 장소에서만 촬영하는 등 저예산으로 제작했지만 공개 하루 만에 조회 수 1000만 건을 넘기는 등 성공을 거뒀다. 파격적인 소재에 신선한 외모의 배우들이 출연해 한국에서도 반응이 뜨거웠다.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한글 자막이 달린 영상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다. 쉬웨이저우의 방한 당시 일거수일투족을 촬영한 팬들의 사진이나 동영상도 포털에서 금세 검색된다.

‘상은’이 이처럼 파격적인 소재를 다룰 수 있었던 것은 웹드라마의 경우 방영 뒤 문제가 있을 때만 사후 검열을 받는 등 그동안 규제가 TV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슨했기 때문이다. 등장인물들의 은근한 노출로 관심을 끌었던 판타지 사극 ‘태자비승직기’, 미라와 요괴가 등장하는 미스터리물 ‘도묘필기’ 등 최근 인기를 끈 웹드라마 대부분이 중국 TV에서 보기 힘든 소재를 다뤘다.

○ 검열 강화… TV 넘어서는 웹드라마

지난달 27일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광전총국)이 웹드라마에 대한 검열을 TV드라마 수준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3일 ‘상은’의 총 15회 중 마지막 3회 분량이 중국 내 동영상 사이트에서 돌연 삭제돼 팬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현재는 베드신과 키스신 등이 모두 삭제된 버전만 온라인에서 볼 수 있다.

중국권 콘텐츠를 수입해 배급하는 김원동 아시아홈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중국 정부는 어떤 장르나 콘텐츠든 인기가 과열되면 사회 통합을 저해한다고 판단한다”며 “지나친 원심력이 생기지 않도록 시장 상황에 따라 규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의 규제 방침은 중국 웹드라마가 이미 TV드라마의 아성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음을 증명한다는 얘기다.

2013년 200여 편이던 중국 웹드라마 제작 편수는 지난해 805편으로 4배로 성장했다. 온라인으로 먼저 방영된 뒤 TV에 편성되거나, TV와 온라인에서 동시에 방영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해 누적 조회 수 187억 건을 기록하며 최고 화제작으로 떠오른 드라마 ‘화천골’은 제목은 같고 내용은 다른 별도의 웹드라마를 제작해 누적 조회 수 15억 건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김기헌 한국콘텐츠진흥원 중국사무소장은 “아이치이, 유쿠 등 대형 동영상 사이트까지 자체 제작 웹드라마를 내놓으면서 드라마 시장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고, 드라마의 질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내고 있다”며 “대다수 한국 드라마가 이들 대형 동영상 사이트로 판권을 수출하는 만큼 잠재적 경쟁 상대인 중국 웹드라마의 성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상은#중국 웹드라마#동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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