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석현준 “내 무기는 꺼지지 않는 열정…최고가 되고싶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3월 23일 05시 45분


도전과 실패를 반복한 석현준은 국가대표팀에서도 주목 받는 스트라이커로 성장했다. 그는 지난해 9월 3일 경기도 화성에서 벌어진 
라오스와의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G조 2차전 홈경기에서 A매치 데뷔골을 신고하며 자신의 진가를 
입증했다. 스포츠동아DB
도전과 실패를 반복한 석현준은 국가대표팀에서도 주목 받는 스트라이커로 성장했다. 그는 지난해 9월 3일 경기도 화성에서 벌어진 라오스와의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G조 2차전 홈경기에서 A매치 데뷔골을 신고하며 자신의 진가를 입증했다. 스포츠동아DB
■ FC포르투 석현준의 끝나지 않은 도전

도전에 실패 하더라도 경험 자산
은퇴 뒤 후회하는게 제일 두려워

팀 선택 조건? 내 성장 보장 여부
FC포르투보다 더 높은 곳에 도전

겸손하기 위해 늘 같은 세리머니
늘 가슴이 뛰는 축구를 하고싶다


최고의 축구선수를 꿈꾸던 18세 소년은 무작정 유럽으로 훌쩍 떠났다. 오직 큰 물에서 놀고 싶다는 열정과 열망이 그가 지닌 전부였다. 그가 문을 두드린 클럽은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1부리그) 최고 명문 아약스 암스테르담. 2009년 당시 지휘봉을 잡고 있던 마틴 욜 감독을 찾아가 무작정 입단 테스트를 요청했다. 놀랍게도 결과는 합격. 무모한 도전으로 비쳐질 수 있었고, 이후 숱한 이적을 거듭하는 등 어려움에 직면했지만 석현준(25·FC포르투)에게는 평생 간직하고픈 가장 소중한 기억이다.

물론 대부분 실패로 귀결된 도전이었다. 어디에서도 정착하지 못했으니 성공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아약스에서 자리 잡지 못한 그는 흐로닝언(네덜란드)∼마리티무(포르투갈)∼알 아흘리(사우디아라비아)∼나시오날(포르투갈)을 거쳐 지난해 1월 비토리아 세투발(포르투갈)에 안착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긋지긋한 수년 간의 ‘저니 맨’ 생활에 종지부를 찍은 시기도 바로 그 때였다. 도전과 실패를 반복했지만 굴하지 않고 일어선 석현준을 국가대표팀에서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울리 슈틸리케(62·독일) 감독은 대표팀에 호출했고, 지난해 9월 라오스와의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서 A매치 데뷔 골을 신고하며 자신의 진가를 입증했다. 그리고는 올 1월 유럽프로축구 겨울이적시장에서 포르투갈 최강 포르투의 일원이 됐다.

최근 스포츠동아 창간 8주년 기념 인터뷰를 한 석현준은 “7년 전 처음 아약스의 문을 두드렸을 때와 지금의 차이가 있다면 조금 더 쌓인 경험과 프로에서 보낸 시간일 뿐”이라며 “최고의 팀,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해 은퇴하는 순간까지 혼신의 힘을 다 쏟겠다”고 다짐했다.

도전의 아이콘

-포르투갈에서 비로소 빛을 보는 것 같다.


“여전히 얼떨떨하다. 아직 갈 길이 먼데, 과분한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다. 아직 부족하다. 계속 정진해야 한다.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스스로를 다잡는다. 아쉬움이 계속 이어졌을 때와 마음이 다르지 않다. 항상 같은 열정이 내 무기다.”

-포르투갈의 축구 스타일이 자신과 잘 맞나.


“일단 포르투갈에선 최전방 공격수에게 많이 의지한다. 그만큼 기회도 많다. 크로스와 볼 배급이 상대적으로 많이 주어진다. 당연히 스트라이커가 많은 찬스를 잡으면 득점 확률도 크게 높아진다. 결국 주변의 도움이 없다면 아무 것도 아닌 존재다.”

-사실 숱한 난관을 거쳤다. 어떻게 극복했나.

“아약스에 입단한 뒤 지금까지 한순간도 쉬운 적이 없었다. 다만 그 어려움과 두려움을 극복하려다보니 결국 내게 큰 도움이 됐다. 두렵다고 피해버리면 그 순간은 편안해질지언정, 훨씬 큰 두려움과 어려움이 닥친다는 걸 경험으로 깨달았다. 코앞의 두려움을 피하기 위해 돌아설 생각이 없다. 도전하고 그 결과가 좋지 않으면 어떻게 할지를 고민할 필요도 없다. 그 순간, 이미 결과는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테니. 강한 상대를 만나도 두렵지 않다. 오직 결과는 하늘만이 알고 계신다. 상대 역시 떨리고 두려운 것은 마찬가지란 생각이다.”

-두려움에 맞서는 노하우가 있나.


“전혀 없다. 도전해서 설사 넘어지더라도 경험이 된다면, 훗날 도전하지 않고 회피해 후회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두려움이 크면 클수록 스스로 강해진다. 이런저런 결과 자체를 고민하는 대신, 과감히 도전해 얻은 것이 있다면 도전하기 전보다 한결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실패하고 낙심하면 그건 정말 실패일 뿐이다. 반면 다시 일어서서 도전한다면 난 실패자가 아닌 도전자가 다시 될 수 있는 법이다.”

국가대표팀 주장 기성용(27·스완지시티)에게 최근 가장 깊은 인상을 심어준 이가 석현준이다. 아무 것도 보장되지 않은, 그저 오직 실력만으로 입증해야 하는 치열한 생존경쟁의 장인 유럽무대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잃어버릴지언정, 굽히지 않고 꿈을 좇는 후배의 열정이 실로 대견하다고 했다. 기성용은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좀더 쉬운 무대로 향하면 훨씬 생활이 편할 수 있다. 그러나 (석)현준이는 그렇지 않다. 나였다면 아마 일찌감치 포기했을 것이다. 실패가 아닌, 도전을 거듭하며 끝까지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자랑스럽다.”

석현준(FC포르투) 스포츠동아 창간 8주년 기념 사인
석현준(FC포르투) 스포츠동아 창간 8주년 기념 사인

● 포르투에서 얻은 날개

-골을 넣고 하늘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키는 세리머니로 유명하다. 의미가 있나.

“솔직히 멋진 세리머니를 하고 싶지 않은 건 아니다. 동료들의 과격한 축하를 받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내가 골을 넣은 것은 순전히 내 실력이 아니다. 항상 부족한 나를 높여주신 하느님께 영광을 돌려드린다는 의미다. 요즘 골을 넣은 뒤 항상 기도한다. 이건 내 능력이 아니라고. 더욱 겸손해지자고.”

-포르투로 이적하면서 가장 먼저 어떤 생각이 들었나.

“역시 ‘또 다른 도전’이란 생각뿐이었다. 포르투갈로 향하기 전에는 포르투처럼 빅클럽을 가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처음에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행복했고 마냥 좋았다. 그런데 금세 꿈에서 깨어났다. 현실이 왔다. 내가 갈 곳은 여기가 종착점이 아니니까.”

-포르투에서 궁극적으로 이루고픈 목표가 있나.

“당연히 이제는 빅리그, 빅클럽을 향해 뛰려고 한다. 비토리아에서처럼 포르투에서도 확실하게 내 자리를 찾아야 한다. 여기서 적응하지 못한다면 그간 꾼 모든 꿈들은 수포로 돌아간다. 항상 낭떠러지가 뒤에 있다는 생각으로 버틴다.”

-축구선수 석현준은 무엇을 위해 뛰고 있는지.

“그라운드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의지다. 아마, 내 축구 커리어가 마냥 영원히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어릴 때와 달라진 또 하나가 있다면 축구에 대한, 축구에 임하는 내 자세라고 할 수 있다. 언젠가 축구화를 벗어야 할 때 후회를 조금이나마 줄이고 싶다. ‘그 때 좀더 노력했다면’이란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항상 가슴이 뛰는 축구를 하고 싶다.”

-짧지 않은 유럽생활에서 많은 팀을 거쳤는데, 자신의 기준은 무엇인가.


“그저 내 이름을 높이기 위해, 많은 돈을 벌어들이기 위해 뛴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물론 좋은 팀으로 향하면 향할수록 더 많은 돈을 얻을 수 있고, 명예도 따른다. 그런데, 특히 중요한 것은 내 성장을 어디까지 보장할 수 있는지 여부다. 어디서나 진짜 주전으로 뛰었던 때는 거의 없었다. 모든 삶을 축구를 위해 쏟는다. 생활패턴부터 바꿨다. 축구를 위해, 좀더 잘하는 선수가 되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릴 수도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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