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짜리 명품 악기 손에 쥐다니… 꿈만 같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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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악기 오디션… 2016년 바이올린 부문에서 3명 선발

21일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 본관 사옥에서 열린 악기 수여식에서 오디션 선발자들이 3년간 자신의 동반자가 될 바이올린을 들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현, 이수빈,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김다미.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제공
21일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 본관 사옥에서 열린 악기 수여식에서 오디션 선발자들이 3년간 자신의 동반자가 될 바이올린을 들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현, 이수빈,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김다미.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제공
“어휴, 정말 긴장됐어요. 열심히 하긴 했는데….”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16)의 얼굴은 발갛게 상기돼 있었다. 30분간의 연주 뒤 그는 연주회장을 빠져나와 지친 듯 의자에 쓰러지듯 앉았다.

7일 오전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바이올린 유망주들의 조그마한 오디션이 열렸다. 6명 참가에 합격률은 50%. 참가자들 모두 “그 어떤 콩쿠르보다 떨렸다”고 말할 정도로 긴장감이 높았다. 3년간 자신의 음악적 동반자가 될 악기를 만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27)는 “보통 연주인들이 임대가 아니면 좋은 악기를 사용하기 힘들다. 일본에서 5년간 임차한 악기를 올해 반납해야 했는데 오디션이 열려 다행이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1993년부터 장래성 있는 젊은 연주자들이 연주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명품 고악기를 무상으로 대여해 주는 악기은행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재단은 과다니니 등 수십억 원에 달하는 명품 바이올린 등 바이올린 8점, 첼로 1점, 피아노 1점 등 총 10점을 보유 중이다.

오래될수록 가격이 떨어지는 다른 악기와 달리 바이올린 등 현악기는 17, 18세기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악기들이 여전히 최고가를 기록 중이다. 가격은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에 달해 젊은 연주자들이 명품 고악기를 접하기란 쉽지 않다. 유럽과 일본에서는 기업 메세나 차원에서 유망주들에게 악기를 대여해 주는 경우가 많다.

김동현은 “지금 쓰고 있는 바이올린도 3개월 전 지인에게 임차했다. 본인 악기가 있어도 콩쿠르나 연주회 때는 쓰기 힘들다”며 “좋은 악기일수록 비교적 적은 힘을 들여 내가 내고 싶어 하는 최고의 소리를 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 이수빈(15)은 “1년 반 정도 영국에서 대여해 준 악기를 보험료를 내면서 쓰고 있다. 콩쿠르에 참가하기 위해 명품 악기를 임차하더라도 악기 값의 1%를 내야 해 부담이 많았다”고 밝혔다.

이번 오디션은 올해 초 응모를 받은 뒤 영상 심사로 최종 6명을 뽑았다. 이번에 임대되는 세 바이올린도 유독 국제 콩쿠르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왔다. 그래서 경쟁률은 평균 20 대 1을 기록할 정도로 높다.

21일 김다미(도미니쿠스 몬타냐나), 김동현(과다니니 파르마), 이수빈(과다니니 크레모나)이 오디션 선정자로 결정됐다. 이번 오디션의 심사위원 중 한 명으로 지난해까지 재단의 바이올린을 임차해 사용했던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는 “악기는 연주자에게 실력 다음으로 중요한 요소다. 선정자들이 앞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악기 오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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