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무명 농민의병 추모비 전북 운주면 이치제에 건립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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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선조 임진년인 1592년 8월 27일(음력), 지금의 전북 완주군 운주면 산북리의 고갯길인 ‘이치(梨峙·배티제)’에서는 농민의병들과 왜군 간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그해 4월 조선을 침공한 왜군은 곡창지대인 호남지방을 차지하기 위해 지금의 충남에서 전북으로 통하는 배티제를 넘는 중이었다. 조총과 갑옷으로 무장한 왜군 1만여 명에 맞서 이보와 소행진, 황박 등 농민의병 400여 명은 칼 낫 돌을 들고 백병전으로 맞서 하루 만에 전원 장렬하게 전사했다. 이들 농민의병의 결사항전으로 전라관찰사가 있던 전주성과 호남 곡창지대는 당시 왜군의 침략과 수탈로부터 안전할 수 있었다.

무명 농민의병의 순국 사실은 그동안 권율 장군과 황진 현감의 전승기념비에 가려 묻혀 오다 조원래 순천대 명예교수와 나종우 전북역사문화학회장, 이해준 공주대 교수, 이종철 전 전통문화대 총장 등에 의해 추념사업이 추진되며 알려졌다.

당시 왜군에 맞서 결사 항전한 무명 농민의병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된 ‘임란순국 무명사백의병비’가 19일 당시 전투가 벌어진 운주면 이치제에 건립됐다.

제막식은 박성일 완주군수와 완주문화원, 순국 후손인 연안 이씨 종중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해 제막식과 추념사 추념시 낭독 헌화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이종철 전 총장은 “대부분 무명 농민과 유생이던 의병들의 순국 진실이 424년 만에 진실을 드러냈다”며 “선조들의 희생을 통해 나라를 지켜낸 긍지와 자부심을 도민들에게 함양시켜 정신문화의 힘으로 계승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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