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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제주서 만난 이세돌 “인간이 백 잡을 땐 해 볼 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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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제주서 만난 이세돌 “인간이 백 잡을 땐 해 볼 만 해”

서정보 기자 입력 2016-03-17 03:08수정 2016-03-1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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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만난 이세돌 9단. 사진=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3월 초보다 7kg이 빠졌어요.”

평소보다 많이 야위어 보인다 했더니 맞았다. 원래 호리호리한 체격인데 7kg이나 빠졌다니 그가 알파고와 대결하면서 얼마나 심리적 육체적 부담감에 시달렸는지 알 수 있었다.

알파고와의 세기의 대결이 끝난 뒤 16일 부인 김현진 씨(33) 딸 혜림 양(10)과 함께 제주도를 찾은 이세돌 9단을 숙소인 제주 신라호텔에서 만났다.

이 9단에게 지긴 했지만 5국이 가장 내용이 좋았다고 말을 건넸다. 그러자 그는 아쉬움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변했다. 그는 “초반 유리하게 짜 놓았는데 이기고 싶다는 욕심이 앞서 다르게 두고 말았다”며 “그 이후로 형세가 만만치 않았지만 문제는 알파고가 좋아하는, 단조로운 국면으로 바뀌면서 흐름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번 대결에서 스트레스는 전체 승패를 결정짓는 3국에서 가장 많이 받았으나 가장 아까운 판은 5국이었다는 것이다. 5국 때 심판을 본 이다혜 4단은 “평소 친하게 지내고 대국하는 모습도 자주 봤는데 대국장에서 직접 보니 5국 때 패색이 짙어졌을 때처럼 괴로워하는 것은 보지 못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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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특히 “구글 측에 따르면 알파고가 백으로 둘 때 승률 기대치가 52%로 시작하고 흑일 때는 48%라고 한다”며 “알파고도 역시 흑으로 둘 때 승률을 높이기 위해 약간 무리한 수를 시도하는 점을 감안하면 인간이 백을 들 땐 확실히 해볼 만 하다”고 말했다.

그는 1~5국의 전체적 패인으로 욕심과 초조함을 들었다. “제가 나름대로 ‘강심장’을 가졌다고 여겨왔는데 기계와의 대결에서 질 수 없다는 생각에 욕심을 부린 대목이 종종 있었다”며 “인간과 뒀으면 그런 식으로 무리하게 두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1국에선 알파고에 대한 정보가 워낙 없어 오판한 채 대국을 시작했기 때문에 져도 할 말이 없고 아쉬움도 덜했다고 했다. 하지만 2,3국에선 부담감 때문에 실수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2국은 알파고를 초중반에 좀 더 몰아붙일 수 있었는데 경솔하게 “이정도면 좋다”고 판단해 느슨해졌던 것이 안 좋게 흘러간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실력 측면에서는 현 수준의 알파고를 일류급 기사라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로 봤다. 그는 “국내 랭킹 1위인 박정환 9단처럼 정밀하게 두는 기사라면 이길 수 있다”며 “저도 한달 정도 뒤에 마음을 추스르고 둔다면 5번기에서 최소 2승은 거둘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제주도에서 만난 이세돌 9단. 사진=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승리한 대국인 4국에서 묘수로 꼽혔던 백 78 수에 대해선 “정밀하게 들여다보면 잘 되지 않는 수라고 할 수 있지만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그 수를 두면서 승리의 계기를 잡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인터뷰 도중 한 관광객이 찾아와 “정말 영광”이라며 사진 한 장 찍는 것을 요청하자 그는 스스럼없이 응해줬다. ‘갓세돌’ 등 별명이 붙을 정도로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것에 대해 그에게 물었다.

“일단 제가 불리한 상태에서 둔다는 인식 때문에 좋게 봐주시는 것 같습니다. 이세돌의 한계가 인간의 한계처럼 보인 것 같아 송구스럽지만 끝까지 도전한다는 모습이 느껴져서 좋아해 주신 것 같고 매우 감사드립니다.”

이번 대국을 통해 앞으로 바둑을 두는 자세도 많이 변할 것 같다고 한다. 그는 “앞으로 정석이 아니라고, 인간 감각에 맞지 않는다고 두지 않았던 수법이나 상황에 대해 더 세밀한 수읽기가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우리가 아직까진 넘을 수 있는 상대지만 많은 화두를 던져준 상대”고 말했다.

그는 제주도에서 일주일가량 머물면서 제주국제학교(KIS)에 입학할 예정인 딸과 부인이 머물 집을 고르고 휴식을 위한 충전도 할 예정이다. 딸과 부인은 일단 캐나다로 돌아가 4학년을 마친 뒤 8월 중순부터 KIS에 입학할 예정이다.

제주=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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