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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실험실]아픈 마음 보듬고 치유하는… 독서는 영혼의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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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실험실]아픈 마음 보듬고 치유하는… 독서는 영혼의 약

김윤종기자 입력 2016-02-01 03:00수정 2016-02-01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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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치료’ 처방 받아보니… 《 ‘Medicine for the soul.’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 테베의 도서관 앞에 적혀 있던 문구다. 독서가 영혼의 약이라는 의미다. 해외에서는 ‘독서치료’가 각광을 받고 있다. 영국에서는 가벼운 우울증 환자에게 책을 우선 처방하는 의료서비스가 재작년부터 본격화했다. 문학 철학 심리학을 망라한 독서를 통해 우울증, 불안장애를 치유한다는 것이다.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한 분야다. 책으로 치료가 가능할까? 기자는 15년간 독서치료를 해온 ‘치유의 독서’ 저자 박민근 독서치료연구소장(45)에게서 한 달간 치료를 받았다.》

기자와 상담하고 있는 박민근 독서치료연구소장.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마음의 병이 깊어…

“고민이 있나요.”(박 소장)

“다들 하는 것과 비슷하죠. 먹고사는 문제, 아이, 노후 걱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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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소장은 “‘마음 근력’부터 체크하자”며 우울도, 회복탄력성, 낙관도 검사를 진행했다. ‘사람들이 나를 싫어한다’(우울도) ‘집중해야 할 일이 생기면 신바람이 사라진다’(회복탄력성) 등의 문항을 보며 고민하자 “생각하지 말고 느끼는 대로 체크하라”란 지시가 떨어졌다.

‘설마 문제가 있겠어’라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심각했다. 우울도는 11점으로 위험치(19점)를 넘진 않았지만 회복탄력성은 정상치(195점)보다 30점이나 부족했다. 낙관도 역시 정상치(비교적 낙관 6∼8점)보다 훨씬 떨어지는 마이너스 1점이 나왔다.

“심리적 문제를 치유하려면 심리 그 자체보다는 삶의 근원적 고민을 봐야 해요. 돈, 인간관계, 일과 삶의 부조화, 죽음까지…. 결과를 보면 김 기자의 심리가 걱정스럽군요.”

놀란 마음에 “정말이냐”고 몇 번을 물었다. “회사 생활은 어떠신지요? 직장 상사나 선배가 좋은 사람이라면 점수가 조금은 좋았을 겁니다.”(박 소장) 몇몇 선배의 얼굴이 떠올랐다.(취재 뒤 이 사실을 선배들에게 말하자 ‘그런 조사는 원래 다 이상하게 나온다’며 웃었다.)

○ 상처에 연고 바르듯, 마음 아픈 날엔 책을…

조급해진 기자는 빨리 처방(책)을 달라고 졸랐다.

“안 돼요. 세밀한 진단이 먼저입니다.” 무대를 주름잡는 로커를 꿈꾸다 짧은 손가락과 음감 부족으로 포기했던 20대, ‘자판기’처럼 버튼을 누르며 기사를 만들던 30대 등 40분가량 성장기부터 현재까지의 ‘나’를 박 소장에게 들려줬다. “음. 존재에 대한 고민이 크네요. 20∼40대 한국인 대부분은 ‘내가 어디로 가고 있고, 어디로 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커요. ‘불안’이란 심리적 증세로 이어집니다.”

처방이 나왔다. 인생의 방향을 다룬 ‘인생학교―일’(로먼 크르즈나릭), 좋지 않은 습관을 제거하는 ‘클린’(알레한드로 융거)을 추천받았다. 박 소장의 15년간 임상 데이터를 보면 애인에게 차인 사람에게는 ‘오만과 편견’이 효과가 컸다. 경제적 문제로 고민이 많은 사람은 ‘희망의 밥상’이, 집착이 심한 사람은 ‘크리스마스의 선물’이 효과가 높았다고 한다.

1차 진료 뒤 20여 일간 틈틈이 처방된 책을 읽었다. 독서치료는 증세에 따라 3개월에서 1년가량 진행된다. 초기에는 처방된 책들이 ‘긍정적 자세를 중시하는’ 다소 뻔한 이야기 같았다. 부작용도 있었다. 책만 펼치면 잠이 왔다. 하지만 점차 책 내용으로 인생을 반추하고 있는 자신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한 달 뒤 박 소장을 다시 찾았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아닌 ‘외상 후 성장’이 중요합니다. 내면적 상처가 부정적으로 새겨지는 게 아니라 그 상처를 통해 성장으로 이끄는 거죠. 성장의 매개물이 독서입니다.”

2차 진료를 마치자 바로 고민을 떨칠 순 없지만 ‘종이컵’만 한 여유가 생겼다. 3차 때는 맥주잔이 되길 희망한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독서치료#책#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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