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역사가 놓친 전쟁, 그리고 여자의 삶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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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팅게일/크리스틴 한나 지음/공경희 옮김/768쪽·1만6500원

“전쟁이 끝났을 때 여자들에게는 퍼레이드나 훈장 같은 건 없었다. 역사책에 언급되지도 않았고. 우리는 전쟁 중에 해야 될 일을 했고, 전쟁이 끝나자 남은 것들을 모아서 다시 삶을 꾸리기 시작했지.” 이 소설은 여성들이 견뎌온 전쟁에 관한 이야기다.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 때인 프랑스, 주인공은 평범한 두 여성이다.

역사가 기록하지 못한 틈새에서 상상력은 발휘된다. 작가는 성격도, 처지도 전혀 다른 두 자매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전쟁과 마주하는 장면을 극적으로 그린다.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가정을 꾸리고 평화롭게 살고자 했던 온순한 비안이 맞닥뜨린 현실은 나치의 침범이다. 남편을 전선으로 떠나보낸 그는 자신의 집을 숙소로 정한 독일군 대위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

비안의 동생 이사벨은 활달하고 자유로운 성격대로 전쟁에 대해서도 적극적이다. 나치가 파리를 점령하자 그는 자유 프랑스를 위한 레지스탕스의 활동에 투신한다.

저마다의 자리에서 전쟁을 겪어내는 여성들의 이야기는, 짜릿한 승리나 참담한 패배 같은 이분법적 사연이 아니다. 직접 싸우는 건 아니지만 굶주림에 시달리고 겨울 추위를 감내해야 하는 등 비안느 역시 전시 상황이다. 적과 생활하면서 인간적인 감정도 교감한다. 가족과 연인에게 버림받았음에도 상처에 매몰되지 않고 독일군과 싸우기를 선택한 이사벨의 모습은 전쟁과 부대끼는 그만의 방식이다.

작가는 남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전쟁터에서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으면서, 여성들이 얼마나 강하게 그 시간들을 이겨냈는가를 보여준다. 지난해 미국 인터넷서점 아마존의 ‘최고의 책’으로 선정됐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나이팅게일#제2차 세계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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