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야생멧돼지 습격 막으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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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진 수렵단체협의회 회장
오수진 수렵단체협의회 회장
얼마 전 강원도 삼척에서 약초를 캐던 마을주민이 멧돼지의 공격을 받아 숨졌다. 경남 의령에서도 마을주민이 멧돼지에게 물려 중상을 입었으며, 경북 군위에서 등산객이 멧돼지에 받쳐 목숨을 잃는 등 최근 두 달 사이 멧돼지 공격으로 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매년 멧돼지 피해가 전국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서식밀도가 지나치게 높고 먹이가 부족한 것에 원인이 있지만, 수렵정책에 더 큰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멧돼지 적정 서식밀도는 100ha당 1.1마리이지만 전국 평균 4.3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전북은 7.2마리, 경남은 6.2마리가 서식하고 있어 전국 평균보다 크게 높다고 한다.

아무리 잡아도 멧돼지 서식밀도가 줄지 않는 것은, 멧돼지는 수태기간이 짧고(150일) 한번에 8∼13마리를 낳지만 천적이 없기 때문이다. 현행 수렵제도로는 멧돼지 증가 추세를 꺾을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은 총기만 있으면 멧돼지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멧돼지 전문 엽사가 아니면 거의 불가능하다.

밀렵하는 사람들은 멧돼지 이동 통로를 따라 올무를 설치한다. 꿩과 오리 같은 조류를 잡을 때는 ‘다이메크론’ 같은 무색무취한 농약을 먹이에 섞어 한꺼번에 수십 마리씩 잡는다. 이 올무와 독극물이 환경파괴의 주범이지만 총기는 위험하다는 이유로 많은 규제를 받아왔고 정책에도 소외되었다.

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가 한 해 130억 원이 넘고 이 가운데 멧돼지에 의한 피해가 절반이 넘는다고 한다. 하지만 신고된 것만 집계한 것이라 실제 피해는 더 클 것이다.

환경부는 2003까지 1년에 2개 도(道)에 수렵을 허용하는 ‘순환 수렵장’ 제도를 운영해 오다 어느 날 군(郡)단위 수렵장으로 바꿨다. 그러나 군 단위 수렵장의 경우 한 달 정도 수렵을 하다보면 동물들이 수렵을 금지한 인근 지역으로 피해버린다. 이 때문에 수렵이 허용되지 않은 인근 농촌은 농번기만 되면 야생동물에 의한 피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수렵 허용으로 얻어지는 수익금이 적고 총포사고와 민원발생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각 지방자치단체가 수렵 허용을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렵을 허용하는 지자체에 인센티브를 주는 것만으론 한계가 있다. 멧돼지 개체수를 적정수준으로 끌어내릴 때까지 도 단위 광역 수렵장으로 정책을 바꿔야 야생 멧돼지의 습격을 막을 수 있다.

오수진 수렵단체협의회 회장
#멧돼지#수렵#습격#야생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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