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민]가면보다 가면 뒤의 폭력이 문제인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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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민·사회부
김 민·사회부
스파이더맨, 오징어, 말 모양 등의 가면을 쓴 시민 20여 명이 모여들었다. 1일 오전 경기 수원시 새누리당 경기도당 앞에서다. 이들은 ‘자유롭게 모여 떠들 자유를 달라’, ‘집회의 자유에는 복장의 자유도 포함된다’는 구호를 외쳤다. ‘복면금지법 발의 규탄 기자회견’을 위해 모인 민주노총 경기본부를 비롯한 시민단체 회원들이었다.

작가 이외수 씨도 트위터에 ‘복면금지법 통과되면 복면가왕도 종방되나요’라며 집회 때 복면 착용을 금지하는 집시법 개정안 추진을 비꼬았다.

야당이나 일부 단체는 ‘복면 착용’도 자유라고 주장한다. 집회의 자유는 곧 집회 현장에서 어떤 복장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논리도 펴고 있다. 대한민국은 누구나 알듯 집회뿐 아니라 어느 자리에서든 원하는 복장을 착용할 수 있다. 그런데도 시위 폭력을 막기 위해 금지한다는 집회 때 복면 착용 금지를 놓고 일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왜곡하는 행태가 국회와 온라인 공간에서도 성행하고 있다. 복면 착용 금지가 어떤 의미인지, 왜 나왔는지 잘 알면서 애써 정부 여당만 공격하겠다고 나서는 건 오히려 대중의 반감만 살 뿐이다.

지난달 14일 서울 광화문에서 폭력 시위를 만든 쇠파이프와 밧줄, 사다리 등이 경찰을 공격하고 경찰버스를 부쉈다고 모두 사용이 금지되진 않는다. 정상적으로 사용하면 시민 생활에 도움을 주는 도구인 까닭이다. 결국 누구의 손에서 어떤 용도로 쓰이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배관공 손에 들린 쇠파이프는 누군가의 불편을 해소해 줄 터이고 이를 복면 시위대가 들면 공권력을 무너뜨려 민생 치안을 불안케 하는 건 분명하다. 날씨가 추울 때는 모자와 커다란 목도리로 얼굴을 가리고 황사가 날리면 마스크도 써야 한다. 그럴 때 그걸 못하게 하는 정부는 이 세상에 없다.

하지만 마치 이런 일상의 생활 도구 사용까지 막는 법을 만드는 것처럼 현실을 호도하는 선전선동이 여기저기서 불을 뿜고 있다. 입으로는 자유를 외치면서 마음속으로는 익명의 폭력을 응원하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집회 때 굳이 손에 쇠파이프를 들 생각만 아니라면 언제 어디서든 복면 쓸 자유가 허용되니 안심하고 착용하시라는 말을 하고 싶다.

김 민·사회부 kimmin@donga.com
#가면#폭력시위#복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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