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낮춘 헤지펀드 시장 후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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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헤지펀드 시장의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투자자문사는 물론이고 증권사들까지 줄줄이 출사표를 내고 있다. 빗장이 풀린 헤지펀드 시장에 대한 일반 투자자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 투자자문사 줄줄이 출사표

30일 금융투자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10월 25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 도입으로 헤지펀드 운용 요건이 완화된 뒤 헤지펀드 운용 등록을 신청한 투자자문사는 그로쓰힐투자자문, 라임투자자문, LK투자자문, 파인밸류투자자문 등 4곳이다. 이들은 11월 말부터 금융감독원의 현장 실사를 받고 있다. 금감원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면 금융위원회는 이들을 헤지펀드 운용사로 등록하게 된다. ‘1호’ 등록 업체는 이르면 12월 초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업계에서는 관련법이 완화되면서 수십 개 회사가 뛰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법적 등록 요건인 자기자본 20억 원, 전문인력 3명 이상 외에도 주주 관련 증명, 전산 장비, 컴플라이언스(내부 통제) 등 기준이 예상보다 까다로워 4개 업체만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서류 보완이 필요했던 5, 6개 자문사가 11월 말 추가로 등록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대형 증권사 중에는 NH투자증권이 자기자본을 활용한 헤지펀드 운용을 검토 중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헤지펀드는 회사 자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증권사의 실력이 드러나는 분야”라고 말했다. KDB대우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등도 헤지펀드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 투자시장에 새바람 불까

투자자문사들이 등록을 마치면 국내 헤지펀드 시장에 새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헤지펀드 운용사로 탈바꿈할 투자자문사들은 1호 펀드 개발에 신경을 쓰고 있다. 특히 기존 대형사들이 투자하지 못하는 새로운 상품이나 ‘절대 수익률 추구’(목표 수익률을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투자 방식)와 같은 전략으로 고객을 끌어모은다는 계획이다. 원종준 라임투자자문 대표는 “새롭게 성장하는 시장을 선점하려면 차별화된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시장에 나온 헤지펀드는 대부분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은 사고(롱·long), 내릴 것 같은 주식은 매도(숏·short)하는 ‘롱숏 전략’를 구사한다. 일반적으로 연평균 10%의 절대수익률을 추구한다. 운용사의 전략에 따라 사모펀드별 수익률 편차는 큰 편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1월 24일 현재 ‘마이다스 적토마’ 사모펀드가 올해 들어 22.7%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하이 힘센’(12.4%) ‘안다크루즈’(12.1%) 사모펀드 등도 10%가 넘는 수익률을 냈다. 반면 ‘트러스톤 탑건 코리아롱숏’(―9.6%) ‘브레인 한라’(―15%) 사모펀드 등은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허윤호 삼성자산운용 헤지펀드운용본부장은 “헤지펀드는 대체로 ‘중위험 중수익’을 추구하지만, 일부 운용사는 펀드를 공격적으로 운용해 수익률에 편차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투자 요건이 1억 원으로 완화되자 투자자들도 새로운 투자 기회인 헤지펀드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절대 수익률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의 특성상 시장 수익률보다 이익이 적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장기적인 시각에서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허윤호 본부장은 “아직 시장에 실력을 갖춘 헤지펀드 운용사가 많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새로운 운용사들의 투자 전략을 정확히 이해한 뒤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해지펀드#투자자문사#증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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