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스키 대표팀, 日가즈히코 감독 영입

대한장애인체육회는 10월 알파인스키 대표팀 사령탑으로 일본 출신의 반 가즈히코 감독(56)을 영입했다. 그는 2002년부터 2011년까지 일본 대표팀을, 2012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호주 대표팀을 맡아 역대 패럴림픽에서 메달을 13개나 수확한 지도자다. 체육회가 ‘장애인스키의 히딩크 감독’이라며 영입에 공을 들인 이유다. 8월에는 공모를 통해 ‘스키의 신’으로 불리는 양성철 전 스키 데몬 국가대표팀 감독(45)을 수석코치로 선발했다. 장애인스키 베테랑 지도자와 비장애인 스키 최고의 실력자에게 2018 평창 패럴림픽을 맡긴 것이다.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이 2년여 앞으로 다가왔다. 올림픽 폐막 12일 뒤(3월 9일)에는 패럴림픽 성화가 타오른다. 지난해 소치 패럴림픽에 역대 최대 규모의 선수단을 파견하고도 메달을 따지 못한 한국은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일찌감치 준비를 시작했다. 4월에 ‘평창 패럴림픽팀’을 신설해 종목별 전략과 지원계획 수립을 마쳤고 이에 따라 세부 종목의 지도자와 전문 인력을 공개 선발했다.

1992년 알베르빌(프랑스) 대회부터 패럴림픽에 출전한 한국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미국) 대회 알파인스키에서 한상민(37)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이 패럴림픽 설상에서 메달을 딴 것은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평창 패럴림픽에는 모두 80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알파인스키 30개, 스노보드 10개, 크로스컨트리 20개, 바이애슬론 18개 등 78개가 설상 종목이다. 나머지 2개는 아이스슬레지하키와 휠체어컬링 등 빙상 단체 종목이다. 패럴림픽에는 한국이 전통적으로 강한 쇼트트랙 등 빙상 종목이 없어 남은 기간 동안 설상 종목을 육성하는 게 중요하다. 장애인스키는 비장애인스키에 비해 선수층이 얇고 신체조건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우수한 지도자와 장비가 뒷받침되면 충분히 메달을 노려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알파인스키 대표팀은 양성철 코치를 선임한 8월부터 전지훈련을 시작했다. 뉴질랜드, 오스트리아를 거쳤고, 지금은 캐나다에서 훈련 중이다. 대표선수는 현재 좌식스키의 한상민, 이치원(36)과 시각장애스키의 양재림(27) 등 3명이다. 한국에 설상 첫 메달을 안겼지만 소치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던 한상민은 2년여 뒤 불혹의 나이에 두 번째 메달에 도전한다. 이치원은 한상민을 넘어 1인자가 되겠다는 각오가 다부지다. 소치 대회에서 4위를 하며 눈물을 쏟았던 양재림은 장애인체육회가 ‘메달 1순위’로 기대하는 선수다.

한국은 평창에서 메달 4개(금 1, 은 2, 동 1) 이상을 따 종합 10위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전략 종목인 알파인스키는 물론 다른 종목에서도 메달이 뒷받침 돼야 가능하다. 휠체어컬링은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한국이 은메달을 차지한 종목이다. 아이스슬레지하키는 아직 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소치 대회에서 텃세가 심한 개최국 러시아를 꺾는 등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2006년 강원도청이 팀을 창단하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 아이스슬레지하키는 세계 상위 8개국이 참가하는 A그룹은커녕 B그룹에도 끼지 못하는 약체였다. 하지만 실업 팀 창단 뒤 선수들이 운동에 전념할 수 있게 되면서 8장의 티켓이 걸린 패럴림픽에 2회 연속 출전했다. 장애인체육 관계자들이 ‘실업팀 창단’을 간절하게 원하는 이유다.

장애인체육회는 알파인스키 뿐 아니라 겨울 패럴림픽 전 종목에 걸쳐 우수 지도자와 경기 분석 전문가 등을 확보하고 신인 선수들을 발굴하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평창 대회에서는 메달을 따지 못해도 그 다음 패럴림픽을 대비해 확실한 인프라를 마련해 놓겠다는 계획이다.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객실을 확보해 각 종목 선수들의 국내 훈련 숙소로 활용하고 있는 등 안정적인 훈련 환경도 마련했다. 전국을 떠돌며 훈련을 해온 휠체어컬링 대표팀도 내년 말에는 이천에 완공될 전용훈련장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패럴림픽까지 성공해야 대한민국이 개최하는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은 성공한 대회로 남는다. 평창 패럴림픽 메달을 향한 프로젝트는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이승건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