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디팩트] 사라진 국내산 명태가 돌아올까? … 치어 생산 성공, 다음달 1만마리 방류

  • 입력 2015년 11월 30일 09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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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리잡이·수온변화로 동해안 명태 씨말라 … 동태·황태·코다리 등 버리는 부위 없어

명태는 한국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생선 중 하나다. 하지만 어느샌가 국내산 명태는 자취를 감추고 시작해 2000년대 중반부터는 아예 어획량 조차 조사되지 못할 정도로 그 수가 줄었다.

명태는 단일 어종으로 세계에서 어획량이 가장 많은 어류다. 1980년대 중반 전세계 명태 어획량은 약 600만t을 넘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어획량이 눈에 띄게 감소해 400만t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내에서는 1980년대 초반 2만2415t까지 어획됐다. 1990년대 들어 1만t으로 급감했으며, 2000년대 초반에는 1000t을 못 넘기다가 200년대 중반부터는 아예 잡히지 않거나 2t 이하로 어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명태가 사라진 원인으로 기후 변화를 꼽는다. 동해안 수온이 올라가면서 명태가 서식지를 옮겼다는 논리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동해안 명태의 멸종으로 정부의 ‘노가리 잡이’ 허용을 꼽는다. 명태를 한창 잡았던 1970~1980년대 노가리(2~3년생 어린 명태)는 전체 어획량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어린 명태를 무자비하게 잡다보니 결국 사라지게 됐다는 주장이다. 동해안 명태가 자취를 감추면서 최근에는 러시아산, 북해산 등이 국내에 수입돼 수요를 맞추고 있다.

지난해 해양수산부는 국내산 살아있는 명태를 가져오는 사람에게 50만원을 지급하는 ‘명태 현상금’까지 걸었다. 살아있는 명태를 통해 수정란을 확보해 일본처럼 명태 양식을 이뤄내겠다는 의지였다. 강원도는 다음달 ‘명태살리기 프로젝트’의 하나로 국내에서 처음 시험 생산한 명태치어 2만마리를 고성군 연안에 방류한다고 밝혔다. 우선 1만마리를 자연방류하고 이후 나머지를 가두리에 방류할 계획이다.

명태는 대구목 대구과 생선으로 북미 서해안, 베링해, 오호츠크해, 북해도 등이 주요 서식처다. 동해는 북태평양에서 명태가 서식하는 한계선으로 남해와 서해에는 명태가 살지 않는다. 주요 분포해역인 베링해 명태는 크지만 맛이 떨어지며, 가장자리 명태는 맛이 좋다. 수온 2~10도의 찬물을 좋아하는 냉수성 물고기로 수심 200m가 넘는 깊은 바다에서 갑각류 등을 먹으며 산다.

명태는 고려시대까지 물고기의 이름을 몰라 ‘무명어(無名魚)’로 불렀다. 조선시대 함경북도 명천(明川) 지방에 태씨(太氏) 성을 가진 어부가 지명의 명(明)자와 자신의 성인 태(太)자를 합쳐 ‘명태’(明太)라고 이름을 붙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명태만큼 이름이 다양한 생선은 보기 힘들다. 어느 것 하나 버리지 않고 다 먹을 수 있다. 잡는 시기, 건조법, 냉동법, 크기 등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 잡는 시기에 따라 봄에 잡히는 것은 ‘춘태’, 가을에는 ‘추태’, 겨울에는 ‘동태’라고 부른다.

바다에서 막 잡은 명태는 ‘생태’라 부른다. 그물로 잡은 그물태보다 낚시로 잡은 낚시태 가격이 2배 이상 비싸다. 그물로 잡으면 서로 부딪쳐 몸이 상해 신선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신선한 생태는 문양이 선명하고 검은 회색이며 눌렀을 때 탄력이 있고 아가미가 선홍빛이다. 11월부터 이듬해 2월 사이에 잡은 것을 최상품으로 인정한다.

명태를 해풍에 두 달 이상 말린 것을 ‘북어’라 한다. 생태보다 단백질과 아미노산 함량이 5배 가량 많아 숙취 해소와 알코올 해독에 탁월하다. 북어는 예부터 포(脯)라고 불러 제사상에 빠져서는 안될 품목이었다. 집안의 복과 안녕을 비는데도 북어를 사용했다. 북어는 완전 건조돼 상할 염려가 없어 냉장시설이 없었던 근대까지 최고의 생선식품으로 취급됐다.

명태의 내장과 아가미를 빼고 반쯤 말린 것을 ‘코다리‘라 한다. 북어보다 촉촉하고 생태보다 쫀득하다. 명태의 코를 꿰서 말려 ‘코다리’란 이름을 얻게 됐다. 주로 양념장에 조려 반찬으로 먹는다. 양념을 살짝 발라 석쇠에 구워 먹어도 코다리 특유의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산란할 수 없는 20㎝ 내외의 새끼 명태를 바싹 말린 것을 ‘노가리’라 한다. 양념 없이 통째로 구워 술안주로 먹는다. 쓸데없이 말이 많거나 거짓말을 할 때 속된 말로 ‘노가리 깐다’라 표현하는데 이는 한 번에 알을 많이 까는 명태를 빗댄 말이다.

겨울철 일교차가 큰 곳에서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얼고 녹기를 스무번 이상 반복해 말린 것을 ‘황태(黃太)’라 한다. 강원도 인제군 용대리 일대가 대표적인 황태 생산지로 유명하다. 바람도 알맞게 불고 날씨도 적당히 추워야 되므로 ‘황태는 하늘이 만들어준 것’이란 말이 있다. 같은 중량 대비 명태보다 단백질이 2배 이상 많고 미네랄도 풍부하다. 머리가 떨어져 나간 것은 ‘무두태’, 몸이 부서진 것은 ‘파태’, 속이 붉고 딱딱한 것은 ‘골태’, 검은빛을 띠는 것은 ‘흑태’라고 한다.

강원도 인제군 황태 덕장 대표는 “국내산 명태가 잡히지 않으면서 품질이 거의 비슷한 러시아산 냉동명태를 이용해 황태를 만들고 있다”며 “황태 건조는 12월 중순부터 이듬해 4월 초순까지 이뤄지며, 인제군 용대리는 일교차가 크고 기온이 낮아 최적의 기후조건을 갖췄다”고 말했다.그는 “고성군과 인제군을 잇는 진부령 일대에 20여 개의 황태 덕장이 있으며, 대관령에는 10여 개가 있다”며 “전국에서 소비되는 황태는 전량 이들 지역에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태를 잡자마자 영하 40도 이하에서 급랭시킨 것을 ‘동태’라 한다. ‘동명태’라고도 부르며 국내에서는 1930년대부터 시판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태는 살이 희고 비린내가 적어 찌개, 조림 등에 사용된다. 좋은 동태는 눈동자가 맑고 튀어나오며, 아가미는 선명하고 살이 단단한 게 좋다.

명태는 젓갈로도 만들어 먹는다. 명태의 알을 소금에 절인 것을 ‘명란젓’이라 부른다. 젓갈을 담그는 시기는 동지(음력 11월 중기, 올해는 12월 22일)전이 적정기다. 여러 양념으로 조미해 밥반찬으로 먹으며 찌개에 넣기도 한다. 강원도 강릉에서는 명란젓을 넣은 알탕 요리를 최고의 진미로 친다.

명태의 창자를 이용한 것은 ‘창란젓’이다. 고춧가루, 마늘, 깨 등 양념을 넣고 살짝 버무리면 짭조름하면서도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아가미만 손질해 소금을 뿌린 뒤 항아리에 담아 2~3일 정도 삭힌 것은 ‘아가미젓’이다. 부드러운 뼈 조직으로 이뤄진 아가미의 질감을 고스란히 맛볼 수 있다.

취재 = 현정석 엠디팩트 기자 md@mdfa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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