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영남 파워기업]섬유에 첨단기술 접목… 매년 수십개 신제품 출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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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벽진BIO텍

고졸 사원 참여하는 디자인 회의 27일 벽진BIO텍 회의실에서 김성국 공장장(왼쪽에서 네 번째)과 직원들이 고졸 신입 사원들에게 수출용 원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고졸 사원 참여하는 디자인 회의 27일 벽진BIO텍 회의실에서 김성국 공장장(왼쪽에서 네 번째)과 직원들이 고졸 신입 사원들에게 수출용 원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경북공업고 패션신소재설계과 3학년 황종희 군(18)은 두 달째 섬유 가공 전문 기업인 벽진BIO텍(대구 달서구)에서 근무하고 있다. 내년 2월 졸업을 앞두고 학교의 기업 소개 프로그램을 통해 취업했다. 최근 첫 월급도 받았다. 섬유 원단 검사와 수출 포장 일을 하는 그는 “섬유가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는 줄 몰랐다”라며 “열심히 배워 섬유 전문가가 되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벽진BIO텍의 사훈은 ‘끊임없이 변화하자’ ‘사람을 중시하자’ ‘최고를 지향하자’이다. 미래 경쟁력인 연구개발과 설비 투자의 성공 기반은 직원이라는 것이다. 벽진BIO텍은 3년 전부터 고졸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특성화 학교에서 추천한 섬유 전공 학생을 매년 3, 4명 인턴 과정 없이 정규직으로 채용한다. 소속감과 자부심을 높여 주면 능률이 오른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일했던 고졸 사원들은 군에 입대했다. 회사 측은 이들이 전역 후 재취업을 원하면 입사토록 할 계획이다. 대학 진학도 도울 방침이다. 조규덕 기술연구소장은 “젊은 인재 양성은 회사의 미래”라며 “학교를 찾아가는 현장 채용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벽진BIO텍은 지난해 신발용 원단을 개발했다. 가죽보다 바람이 잘 통해서 빨리 마르고 땀 냄새가 별로 나지 않는 장점을 갖췄다. 여러 겹으로 제작해 편하고 가볍다. 박음질이 거의 없어 착용감이 뛰어나다. 처음 부산 신발 업체에 공급했는데 시장 반응이 좋아 유명 스포츠 브랜드와 독점 계약을 했다. 처음 시판한 운동화가 잘 팔려 올해 농구화 축구화 골프화 등도 제작했다. 백인구 영업이사는 “생산 기술을 여러 방식으로 응용할 수 있어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가 새 분야를 개척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쌓아 온 기술력 덕분이다. 1993년 설립 이후 일반 섬유에 다양한 첨단 기술을 접목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2010년 기업부설연구소를 열어 매년 수십 개의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같은 해 대구시 스타기업, 2011년 대구중소기업대상에 선정됐다. 2013년에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대한민국 지역희망박람회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주력 상품인 형상 기억 섬유 ‘선염 메모리 직물’은 구김이 적어 다양한 원단에 활용되고 있다. 면처럼 부드럽고 매끄러운 느낌을 주면서 가격은 면보다 30%가량 저렴한 가공 섬유(텐셀)도 개발했다. 작황에 따라 가격 변동이 심한 면에 비해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나무에서 천연 재료를 얻어 제작한다. 고급 원단을 만드는 빈티지와 자유자재로 섬유 주름을 잡는 가공 기술 등 10여 건을 특허청에 등록했다.

내년부터 옷과 가방 분야에도 진출한다. 보온이나 항균 기능을 갖춘 원단을 개발해 유명 등산복 브랜드에 납품할 계획이다. 착용감이 좋은 신발 원단처럼 바느질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 기술을 적용한다. 최근 바이어가 생산 시설과 기술을 확인하고 만족감을 보였다. 바이오 메디컬(의료) 섬유도 개발하고 있다.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으로의 수출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공장을 두 배로 확장해 총면적은 1만 m²가 넘는다. 직원은 60여 명이며 올해 매출은 100억 원가량으로 예상된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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