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눈]인터넷은행 새 ‘게임의 법칙’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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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용 베인앤컴퍼니코리아 대표
이성용 베인앤컴퍼니코리아 대표
정부가 29일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심사결과를 발표함에 따라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권의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23년 만에 정부의 인허가를 받아 출범하는 새로운 은행이기에 더욱 그렇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금융업과 다른 점은 기술이나 통신 분야 기업, 즉 비금융 기업이 사업에 참여한다는 점일 것이다.

사실 현재의 온라인 금융서비스에도 인터넷전문은행이 제공할 서비스의 대부분이 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소비자가 이미 은행 지점에 직접 가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업무를 보는 데 익숙해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인터넷전문은행을 만들겠다는 것일까. 한 발짝 뒤로 물러서 보면 오늘날 인터넷뱅킹이 현재의 서비스를 더 높은 단계로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창조성이나 대담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일부에서는 새로운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은행 경영진의 능력이나 이를 유도하는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는 점을 문제 삼는다.

‘물리적 지점’이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생긴다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일단 게임의 법칙이 크게 바뀔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비용이 덜 드는 구조이기에 사업자는 이자를 낮춰 기존 은행과 경쟁에 나설 것이다. 고객은 더욱 싼 대출이자로 혜택을 볼 수 있다. 결국 기존 은행들도 새로운 금융 거래방식의 도입을 서두르려고 할 것이다. 이렇게만 보면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이 꼭 필요해 보이지만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소비자와 금융당국이 반드시 인식해야 할 몇 가지 중요한 조건이 있다.

첫째, 인터넷전문은행은 국가가 과거처럼 이자 결정에 영향을 주거나 이를 규제하는 공적기관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을 규제하려는 순간 업계는 창의성과 인센티브를 상실하고 말 것이다.

둘째, 자유경쟁 체제에서는 은행도 돈을 벌어야 한다는 점이다. 은행의 재무성과를 보는 시각이 삼성전자의 재무성과를 보는 기준과 달라서는 안 된다. 삼성이 돈을 너무 많이 번다고 탓하지 않으면서, 유독 은행에는 동일한 잣대를 제공하지 않는 게 이상하다. 그러면서 만인을 위해 금리를 낮추라고 요구한다. 인터넷전문은행에는 이러한 틀이 적용될 수 없다.

셋째,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에는 비금융 사업자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동하는 여러 업체가 참여함에 따라 기대되는 융복합의 효과가 있으나 동시에 강력하고 지속적인 리더십 확보는 더 어려워지는 셈이다. 컨소시엄의 순기능을 유지하면서도 추진력을 갖기 위해서는 지배구조, 의사결정, 팀워크가 확보되어야 한다. 특히 향후 사업 안정화에 따른 컨소시엄 참여자 간 역할의 ‘진화’에 대한 명확한 계획이 필요하다.

넷째, 인터넷전문은행의 장점 중 하나는 해외에서도 사업을 펼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확장성은 한국 금융사업의 글로벌화에 가장 큰 무기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이 갖는 또 하나의 매력은 핀테크 도입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단, 지금과 같은 통제하에서는 어렵다. 차별화를 위해 더 간단한 인증절차와 인터페이스를 추구해야 하는 인터넷전문은행에는 좀 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 창조 경제 시대에 걸맞은 고효율, 저비용, 기술 중심의 금융 서비스를 위해 철저한 보안과 새로운 시도 사이에서 ‘현명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이성용 베인앤컴퍼니코리아 대표
#인터넷은행#은행#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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