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뷰스]문래동에서 싹트는 창조경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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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중소기업청장
한정화 중소기업청장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는 골목길 양쪽으로 많은 기계·금속 가공업체가 늘어서 있다. 자동차, 공작기계 등의 부품을 가공하는 소공인들이 모여 제조업의 하부구조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전국적으로 문래동처럼 같은 업종의 소공인들이 모인 집적지역이 688곳이나 된다. 한때 한국 경제의 고도 성장과 함께 번성했던 시절을 뒤로하고 쇠락의 길을 걷고 있던 소공인 집적지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그 중심에는 소공인 특화지원센터가 자리 잡고 있다. 이번 정부 들어 우리 경제의 뿌리인 소공인을 주목하고, 본격적인 정책적 지원이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개소한 문래 소공인 특화지원센터는 생산기술연구원, 두산인프라코어 등 정부출연 연구기관 및 대기업과 협약을 맺고 소공인의 기술개발 및 경영지원 노력을 활발히 진행해 왔다. 생산기술연구원은 금년 3차례의 용접, 열처리, 금속가공 교육을 통해 최신의 기술 트렌드를 소공인에게 전해주고 있으며 두산인프라코어는 소공인이 보유한 기계·장비에 대한 무상 점검 및 수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인근 창작촌의 예술인과 소공인이 의기투합해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결합해 만든 운동기구, 열쇠고리 등의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낡은 간판을 교체하고 작업장 벽면을 새로 장식해 환경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이에 더해 센터의 경영교육을 이수한 소공인 스스로 의식을 전환해 주변 경쟁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7월 ‘문래 머시닝 밸리 협동조합’을 결성하고, 공동 작업으로 생산한 금속팽이, 열쇠고리 등을 판매하고 있다. 가업 승계를 위해 소공인 집적지구로 들어오는 일도 있다. 문래4가 ‘재연기계’의 안성모 씨는 17년간 해외 선교활동을 하다가 최근 아버지의 40년 된 금속가공 가업을 잇기로 했다. 젊은 아들은 문래 소공인 특화지원센터에서 3D 프린터로 시제품을 제작해 생산단가를 절감하고, 예술인과 협업해 디자인 제품을 만드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제는 ‘문래 머시닝 밸리로 도약하자’는 희망이 문래동에 퍼지고 있다.

정부는 문래동의 성과를 확산시키기 위해 5월부터 시행된 도시형 소공인법을 근거로 전국에 24개 소공인 특화지원센터를 확대 설치했다. 특화센터는 전국적으로 30만여 소공인 간 조직화 및 협업의 구심점으로 지역 실정과 업종에 맞는 특화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집적지별로 판로 개척을 지원하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소공인의 경영능력을 신장시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소공인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동판매장, 공동창고 등 인프라를 구축해 제공할 예정이다. 또 소공인 융자자금 규모를 4100억 원으로 확대하는 한편 소공인 대상 기술개발 사업도 지속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한국은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해 온 국력을 집중하고 있다. 민간과 정부의 노력이 서로 조화를 이룰 때 창조경제의 성과를 크게 거둘 수 있다. 소공인은 특정 분야에 수십 년간 종사하는 과정에서 축적된 숙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소공인 스스로 변화하고자 하는 의식전환이 이루어지고, 그간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소공인에 대한 정부 정책이 손을 맞잡으면 제조업의 뿌리인 소공인의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다. 문래동에 퍼진 소공인의 희망이 앞으로는 전국 소공인 집적지구로 확산되어 창조경제의 성과로 나타나기를 기대해 본다.

한정화 중소기업청장
#창조경제#경제#문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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