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CEO]신선배추·절임배추로… 新김장 풍속도, 김장이 재밌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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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직거래 늘면서 ‘간편한 김장’ 새 트렌드로
배추부터 무, 양념·부재료까지 온라인 주문 늘어

문화체육관광부(조사기간: 2015.05.25∼2015.06.10)
문화체육관광부(조사기간: 2015.05.25∼2015.06.10)
맞벌이를 하는 장현정 씨(39·경기 안산시)는 지난해까지 친정엄마의 도움을 받아 김장을 하다가 올해는 독립을 선언했다. 그녀는 지난 주말 남편과 함께 김장을 반나절 만에 후딱 끝냈다. 장 씨가 올해 김장을 수월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절임배추부터 양념까지 직거래장터를 이용해 구입했기 때문이다.

장 씨는 “통배추를 직접 절이고 갖은 양념 재료를 사서 다듬고 까고 씻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가기 마련”이라며 “농산물 직거래장터를 이용하면서 일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했다. 그녀는 “내년에도 절임배추와 소 양념을 직거래로 사서 김장을 할 것”이라고 웃었다.

김장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과거 동네의 품앗이로 나누던 김장이 필수에서 선택 사항이 됐고, 2030세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실속은 챙기고 가격은 저렴하게 김장을 준비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먼저 포장 김치 판매가 늘어나면서 김장하는 집이 줄고 있다. 예전처럼 배추를 사서 다듬고 직접 절여 김장을 하는, 제 손맛을 고집하는 주부들은 많지 않다. 4050 중년층이 김장을 담그는 대신 포장 김치를 주문하면서 대형마트의 김장 재료 구매도 줄고 있다.

통배추보다 절임배추 더 많이 찾아

김장은 하되 배추를 절이고 양념을 만드는 수고는 사양하는 주부들도 크게 늘었다. 시간을 줄이고 번잡스러운 과정도 생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4∼5년 전부터 절임배추 수요가 늘기 시작해 이제는 통배추보다 절임배추가 더 많이 팔리고 있다.

지자체나 단체들이 나서 산지와 소비자를 바로 잇는 직거래장터를 통해 절임배추와 김칫소를 주문하고, 집에서 이들을 버무려 배추에 속속들이 넣어주기만 하면 돼 한결 더 편하게 김치를 담글 수 있다. 직거래장터에서는 담가놓은 김치도 팔고, 절임배추도 팔고, 양념·부재료들도 모두 판매한다.

한국인에게 김장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각 지방에서 생산되는 특색 있는 김장 재료로 지역만의 독특한 김치맛과 김장문화를 형성했고, 앞마당에 파묻은 김장독에 가득 담아놓은 김장은 겨울을 날 채비를 마친 것을 상징했다.

김장은 우리 선조들이 겨울 먹을거리를 챙긴 지혜를 넘어 우리나라만이 가진 특별한 음식문화로 자리 잡았다. 김장김치는 지역마다 종류도, 이름도, 사용하는 젓갈과 조리법도 다르다. 김장문화는 2013년 12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가족이 기초가 된 공동체가 함께 만들고, 여러 세대에 걸쳐 전수됐으며, 독창적이고 유익한 발효식품인 점 등이 높이 평가받았다. 우리의 김장하는 풍습이 각 가정의 겨울 먹을거리를 챙기는 연례행사에서 세계인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인류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선조들로부터 이어져 온 김장 문화는 각 시대별 유행을 만들며 최근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예전처럼 집집마다 모여 몇 식구가 겨우내 먹을 김치를 한 번에 담그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동네 주부들이 품앗이로 나누던 대규모 행사에서 이제는 가족이 함께 김장을 담그고 나누는 가족 행사로 정착됐다.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풍경이다.

달라진 생활 패턴, 달라진 김장문화

과거에는 김장 보너스가 있을 정도로 큰 이슈가 됐었지만, 핵가족화와 아파트의 보편화로 김장 패턴도 간편화되고 있다. 늘 활용하던 빨간 고무대야는 김장매트로 대체되고, 맛있는 김치를 위해 김장독을 땅에 묻던 연례행사가 이제는 유산균 발효까지 가능한 김치냉장고로 대체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과거 완제품 김치를 구입하던 젊은 층이 이른바 ‘쿡방’과 요리 프로그램 영향으로 요리에 재미를 붙이면서 직접 김장을 담그는 일이 많아졌다. 이들의 영향으로 온라인 쇼핑몰의 김장 재료 구입과 김장 관련 제품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김장김치의 소량화가 뚜렷해지면서 작은 김장이 유행하는 대신 건강을 챙기는 저(低)염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젓갈 대신 황태육수와 북어육수, 다시마 등의 활용도가 늘어난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작은 김장과 간편한 김장에 대한 수요는 소비자들의 김장 재료 구매 패턴도 바꿔놓았다. 손쉽게 배달되는 온라인 몰로 수요가 몰리면서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판매량이 감소하고 온라인 유통이 확대되는 추세다. 농산물 직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로컬푸드 직매장, 온라인 몰, 제철꾸러미, 찾아가는 직거래장터 등 소비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김장재료를 구입하고 있다. 2013년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산물 유통구조의 개선을 위해 본격적으로 시행한 농산물 직거래는 생산자에게는 소득과 수익성을 개선하고, 소비자에게는 신선한 농산물을 믿고 소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5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생산자 99.2%, 소비자 97.2%가 농산물 직거래를 향후에도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농산물 직거래를 타인에게 추천할 것이라는 응답도 생산자 93.2%, 소비자 91.2%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5일 공영홈쇼핑에서 김장철 고추 수요가 높은 상황에서 냉동고추의 수입증가로 판로에 어려움을 겪는 국산고추의 판로 개척을 위해 품질 좋은 국산 건고추와 고춧가루의 판매를 직거래 방식으로 진행한 ‘고추 데이(Day)’에서는 8시간 동안 무려 1만857세트(1세트 당 3kg), 4억9500만 원의 판매 실적을 올리며 농산물 직거래 유통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유통의 다각화에 대한 가능성을 열었다.

농산물 직거래 유통의 다각화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시킨 것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2030으로 대변되는 젊은 층의 요리에 대한 관심은 김장 재료뿐만 아니라 건강한 우리 농산물을 구입하려는 수요로 확대되고 있다”며 “온라인과 모바일 등 다양한 유통경로로 진행되는 농산물 직거래는 건강한 우리 농산물이 건전하게 유통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태현지 기자 nadi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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