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용 이동수단의 대명사 자전거… 우리의 자전거 길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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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1인용 이동수단의 혁명]
보행자 겸용도로엔 온통 장애물… 터널선 내려서 끌 수밖에

‘1인용 이동수단’을 위한 국내 도로 여건은 어떨까. 가장 ‘클래식’한 1인용 이동수단은 바로 자전거다. 국내 ‘자전거족(族)’은 이미 10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자전거를 권장하는 곳도 많지만 정작 자전거의 교통 분담률은 2.2%에 불과하다. 이웃 나라 일본(14.0%)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다. 본보 기자가 26일 아침 서울에서 직접 자전거로 출근하며 서울의 도로 여건을 점검해 봤다. 당장 서울에서 스마트 모빌리티가 잘 다닐 수 있을까.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사는 기자가 출입처인 서울시청까지 자전거로 가는 최단 거리는 12km 남짓이다. 2호선 낙성대역 부근에서 봉천고개까지 나가는 길부터 쉽지 않았다. 서울대입구역 모퉁이까지 약 1km 구간에는 자전거와 보행자가 함께 다닐 수 있는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가 설치돼 있다.

오전 7시 반 이른 아침. 아직은 뻥 뚫린 도로 상황과 달리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는 장애물 투성이였다. 요리조리 곡예운전을 하지 않으면 자전거를 내달릴 수 없었다. 평균 속도는 시속 7km 남짓. 이 속도로는 굳이 자전거를 탈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다.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는 서울 전체 자전거 도로(754.8km) 가운데 73%나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원래 있는 도로를 줄여 자전거 전용도로(120.4km, 전체의 16%)를 만들기 어렵다 보니 궁여지책으로 보도를 나눠 겸용도로를 만들었다.

한강으로 진입하기 위해선 상도터널을 지나야 했다. 터널을 통과하기 위해선 자전거에서 내려 터널 가장자리에 있는 보도로 통행해야 하는데, 이 터널 보도 폭은 겨우 1.2m에 불과하다. 이렇게 한강대교까지 6km를 통과하는 데 걸린 시간은 45분 남짓.

한강 자전거 도로는 서울시내 자전거 도로 중에서 가장 정비가 잘된 편이다. 서울시는 시속 20km 이하로 달리라고 권유하지만 이 속도를 지키지 않는 운전자도 많다.

한강대교 북단부터 서울역에 이르는 한강대로는 왕복 10차로의 큰 도로다. 이렇게 큰 도로에도 자전거 도로는 없다. 이런 경우 도로교통법상 차마(車馬)에 속하는 자전거는 맨 우측 차도에 붙어 운행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아침 도로는 금세 자동차로 가득 찼다.

숭례문이 보이자 자전거 마크가 표시된 자전거 우선도로(총 30.3km)가 도로 우측 가장자리에서 이어지기 시작했다. 이 도로는 지난해 4월 시행된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자동차 통행량이 적은 도로에 자전거와 차가 함께 통행할 수 있도록 표시해놓은 도로다. 서울시는 지난달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도입하면서 4대문 안 도로를 중심으로 자전거 우선도로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자전거 우선’이라는 말은 말뿐이었다. 소공동으로 들어가는 세종대로 18길 횡단보도 앞에서 결국 사고가 났다. 초록불 신호에 우측 차선 가장자리에 붙어 직진하던 기자를 우회전하던 흰색 승용차가 그대로 박아버린 것. 땅바닥에 무릎과 머리를 찧었지만 안전모 덕분에 큰 부상은 면했다. 시행된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자전거 우선도로는 여전히 너무 위험하다.

전기자전거를 이륜차와 같은 원동기로 봐야 할지, 아니면 자전거로 봐야 할지에 대한 논란은 국회에서 2010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전기자전거가 자전거 전용도로에서 달리지 못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아직은 “자전거 도로에서 달리게 하기에는 너무 빨라 위험하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럼, 세그웨이는 어떨까. 경찰청 교통기획계 전영식 경감은 “현행법상 원동기로 분류하고 있어 차도로 달리는 것이 맞다”면서도 “법적 지위가 모호한 면이 있어 내부적으로 정확한 법적 지위에 대해 연구하고 있고, 관련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자전거#이동수단#스마트모빌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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