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째 ‘야구’ 한 우물…KBO 산 역사 양해영 총장, 다음 목표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7일 16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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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들어 가장 추웠던 27일 만난 양해영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54)의 목소리는 잔뜩 쉬어있었다. 양 총장이 입을 열 때마다 새어나오는 쇳소리는 영광의 상처처럼 느껴졌다. 그는 한국이 우승한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서 대표팀 단장을 맡아 선수단과 동고동락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서울 야구회관 사무실에 놓인 대회 우승 트로피를 따뜻하게 어루만지던 양 총장은 “부족한 면이 많았는데 마음을 한데 뭉치니까 큰 힘을 발휘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사실 프리미어12 대표팀은 선수 구성부터 난항을 겪었다. 양 총장은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할 수 없었다. 베스트 멤버가 아닌 상비군 형태로 준비했었는데 김인식 감독이 어쨌든 대회에 나가면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내야한다고 해서 1진 체제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김인식 감독에 대해 양 총장은 “국가관이 충실하다. 말을 아끼지만 꼭 할 말은 한다. 앞을 내다보는 능력이 뛰어나다. 선수들을 하나로 묶는 힘이 대단하다. 눈짓 하나 손짓 하나로도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평가했다.

1988년 단 한 명을 뽑은 KBO 공채 1기로 입사한 양 총장은 27년 째 한 우물을 파고 있다. KBO의 살아 있는 역사인 그에게 올 시즌은 다사다난했다. 2015년 3대 뉴스를 뽑아달라고 했더니 양 총장은 “어려운 여건에도 사상 최다인 관중 760만 명을 돌파한 게 첫 번째다. 또 두산이 삼성의 5연패를 저지하고 우승한 일과 프리미어12에서 정상에 오른 것을 꼽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프로야구는 흥행이 최우선이다. 내년에는 새로운 대구구장과 고척돔을 쓰게 돼 기대가 된다. 리그의 경기력이 맞춰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외국인선수와 자유계약선수(FA) 제도는 늘 도마에 오른다. 이에 대해 양 총장은 “구단과 선수의 이해가 상충돼 복잡하다. 외국인선수 다년 계약도 장단점이 엇갈린다. 다음달 중순 윈터 미팅에서 충분히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학창 시절 야구에 미쳤던 양 총장은 대입 재수를 할 때도 사회인 야구팀을 따라 충북 제천으로 합숙 훈련을 가기도 했다. KBO에 처음 입사해 맡은 업무는 건물 관리였다. “형광등을 갈면서도 늘 야구를 볼 수 있어 좋았다. 야근을 자청했다.” 취미가 직업이 된 양 총장은 KBO에 근무하면서 두 차례 직장암 수술을 극복했다. “두 번째 수술을 앞두고는 포기하고 싶었지만 결국 나를 살린 것도 야구였다. 그 때 리틀야구팀을 만들어 어린이들과 어울리면서 새 희망을 찾았다.”

KBO 말단직원으로 시작해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양 총장은 “프로야구가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토양을 만들고 싶다. 프리미어12 때문에 밀린 일이 참 많다”고 말했다. 늘 야구만을 생각하며 살았다는 그의 음성은 계속 쉬어 있을 것만 같았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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