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야생화는 미래 관광자원”… 튤립처럼 ‘국가 브랜드’ 육성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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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휴양림에 야생화 단지 조성… 외국인 관광객 유치 마중물 기대
산림청 “비비추 등 국제특허 출원”… 건강식품-의약품 원료로 적극 활용

산림청 직원들이 국내 토종 야생화의 생태환경을 점검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산림청 직원들이 국내 토종 야생화의 생태환경을 점검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최고조였던 올 6월 국내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유커·遊客)은 60% 이상 줄었다. 10만 명 가까운 유커가 한국 방문을 취소했다. 올해 관광수지 적자가 역대 최대인 50억 달러를 넘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비상이 걸렸다.

7월 8일 관련 부처 합동으로 ‘외국인 관광객 유치기반 확대를 위한 관광 활성화 대책’ 회의가 열렸다. 이때 이색적인 대책 중 하나가 산림청이 내놓은 ‘야생화 관광자원화’다. 국내 관광 활성화 및 관광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내놓은 전략이다.

세계적 가든투어리즘(Garden tourism)의 대가(大家) 리처드 밴필드 세계가든투어리즘네트워크(IGTN) 회장은 10월 말 전남 순천에서 열린 세계가든투어리즘콘퍼런스에서 “국민소득 4만 달러가 넘어서면 관광 트렌드는 가든으로 옮겨간다”고 단언했다. 수목과 꽃이 어우러진 정원은 관광의 주요 매력물이자 부가가치 창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측면에서 산림청의 방안은 생뚱맞은 게 아닌 미래를 내다본 제안으로 평가된다.

○ 야생화는 외국인 관광객의 마중물


‘효자동 사랑방’에서 이름이 바뀐 청와대 사랑채에는 고운 자태를 뽐내는 야생화 단지가 조성돼 있다. 청와대를 찾은 외국인들은 우리 꽃의 아름다움에 탄복하며 오랫동안 그 기억을 간직한다. 이곳의 야생화는 경복궁 국립민속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등 주변에 피어 있는 야생화와 함께 외국인들에게 ‘은은하고도 섬세한 한국의 멋’을 선사하는 명소가 되고 있다.

산림청은 야생화가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마중물이 될 것으로 보고 관광산업의 매개체로 활용한다는 구상을 이미 세웠다. 이를 위해 전국의 유명 야생화 자생지 및 인공조성지를 조사해 야생화관광 유망지 100개소를 선정했다. 또 전국의 국공립 자연휴양림 141곳에서 야생화가 피는 시기별로 벨트화하고 이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생활 주변 도시 숲 45곳에 구절초 등 야생화 60종 45만8000본을 심은 데 이어 앞으로 가로수 등을 조성할 때 면적 10% 이상에 야생화를 심기로 했다. 전국 269개 산촌생태마을에도 야생화동산을 가꾸고 있다.

○한국만의 매력, 야생화 깊은 기억의 요소로

산림청은 우리나라 야생화가 네덜란드의 국화 튤립에 못지않은 국가 브랜드 제고와 관광의 매력물이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세계산불총회 때에는 인천공항 입국장에 야생화 수천만 송이를 전시하고 관련 기념품도 만들어 큰 인기를 끌었다.

산림청은 앞으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등이 상징목과 상징꽃을 야생화로 지정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학교 숲 등에 소규모 야생화 화단을 조성해 직접 가꿀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 환경부 문화체육관광부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 국립공원 야생화 자생 군락지를 조성하고 야생화 공원단지 조성, 야생화를 테마로 한 농촌체험 등 다양한 과제를 추진해 나가기로 하고 관련 예산 확보에 나섰다.

산림청 관계자는 “지난해 분홍찔레꽃, 털머위 등 관상 야생화에 이어 올해에도 비비추, 심비디움 등을 국제특허 출원했다”며 “앞으로도 ‘임원경제지’ 등 고문헌에 수록된 민속식물 등 전통식물을 기반으로 식용, 향장, 건강기능, 의약품 원료 등으로 활용 가능한 야생화 자원을 발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원섭 산림청장
신원섭 산림청장
▼신원섭 산림청장 “숲태교 등 산림복지 비중 높이겠다… 야생화 보급 확대” ▼

국립공원, 람사르습지, 슬로시티 등 국내 우수 생태자원이 관광자원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산림복지 전문가’인 신원섭 산림청장(사진)은 최근 이 같은 우수 생태자원에 대한 조사를 확대하고, 흥미롭고 유익한 콘텐츠와 프로그램 확충으로 생태관광의 저변을 확대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산림복지’에서 ‘생태복지’로 확대해가는 개념이다.

신 청장은 26일 “국내 습지와 비무장지대, 산, 강 등 유형별 ‘생태관광 활성화 대표지역’을 2017년까지 30곳을 정해 생태자원 보전과 홍보 컨설팅을 집중 육성해 생태복지를 이루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생태 우수지역 지방자치단체와 국립생태원, 식물원 등 전문기관을 연계해 국내 관광시장에서 생태관광의 비중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신 청장은 “지난해 1510만 명이 자연휴양림과 치유의 숲을 방문하는 등 산림휴양치유가 국민 여가활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았다”며 “다양한 생태관광 정보를 취합해 수요자 요구에 맞게 제공하고 소통하는 ‘생태관광 3.0 정보포털’을 구축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야생화와 관련해 “한국의 미를 보여주는 야생화가 많으나 생활 주변에 외래종, 원예종이 주로 사용되는 등 야생화에 대한 관심과 저변이 아직 미미하다”며 “고유 야생화 보급 확대와 산업화 및 관광자원화를 위해 관계 부처와의 협조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덧붙엿다.

신 청장은 “이제 숲은 숲 태교, 산림교육, 산림휴양, 산림레포츠, 산림치유, 수목장림 등 출생부터 사망까지 생애주기별 복지서비스의 동반자가 됐다”며 “산림복지서비스 분야의 미래상을 더욱 구체적으로 제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토종 야생화#야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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