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헌재의 결정에도 교육감 직선제를 이대로 둘 순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7일 00시 00분


코멘트
어제 헌법재판소는 교육감 직선제가 위헌이라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등이 낸 헌법소원을 심판 대상이 아니라고 결정했다. 교육감 직선제는 선거 방식에 관한 규정일 뿐 학생이나 학부모의 기본권을 직접 침해한다고 보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직선제가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는 판단 대상에서 아예 제외됐다. 교총은 “승복할 수 없다”면서 “국회를 통해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판단을 미뤘으나 교육감 직선제를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교육감 직선제는 선거인단에 의한 간선제의 잡음을 해소하기 위해 2006년 도입됐다. 하지만 직선제 전환은 ‘고비용 선거’ 후유증과 함께 보은 인사, 이념 대결로 교육 현장을 얼룩지게 했다. 작년 6·4지방선거에서 전국 교육감 후보들이 쓴 비용을 합치면 730억 원으로 전국 시도지사 선거비용(465억 원)보다 훨씬 많다.

엄청난 선거비용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비리가 싹트고 선거가 끝나면 어김없이 처벌받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서울에선 2008년 첫 직선제 교육감으로 뽑힌 공정택 씨를 비롯해 교육감 4명이 모두 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법정에 섰다. 공정택 곽노현 전 교육감은 실형을 선고받아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정당공천을 배제한다지만 실제 선거 현장에선 진영논리, 좌우 대결구도가 춤을 췄다. 무상급식, 자사고 폐지, 교과서 국정화 등 각종 정책을 놓고 교육부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간 갈등을 빚어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갔다.

교육감 직선제가 첫발을 뗀 지 10년도 안 됐으나 득보다는 실이 훨씬 크다. 4년마다 반복되는 교육 현장의 혼란을 피하려면 시도지사-교육감의 러닝메이트 출마, 공동후보 등록제, 시도지사 임명제 등 합리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헌재 결정이 직선제의 정당성까지 인정한 것은 아닌 만큼 이참에 교육감 직선제의 근본 수술에 나서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