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디팩트] 모로코, 밤이 아름다운 세련된 ‘마라케시’ … 서사하라 사막 사파리

  • 입력 2015년 11월 26일 16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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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조렐 광장, 먹거리로 쿠스쿠스·타진 추천 … 라마단 기간은 피하는 게 좋아

여성들에게 ‘모로코’의 이미지는 고급 모로칸 오일이나 품질 좋은 가죽원단 등의 생산지로 남아 있다. 이 조차도 관심 없는 남성에겐 모로코는 국가대표 친선 축구 경기 때나 들어봤을 법하다. 다소 생소한 곳으로 모나코와 얼핏 헷갈려 하는 이도 적잖다. 아프리카에 있지만 유럽에 속한 나라처럼 느껴지는는 지리적, 정서적으로 아리송한 경계에 있는 모로코 왕국으로 향한다.

이집트를 떠나 5시간의 비행으로 모로코에 도착했다. 이곳을 선택한 것은 중세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각 도시의 메디나(이슬람의 제2 성도)를 거닐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 모로코 남부 사하라 사막에 누워 밤새 무수한 별을 세어보고 싶었다. 거추장스러운 이유를 제외하고 현실적으로 봤을 때에도 다음 예정지인 유럽으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해 있다. 결국 나는 또 이슬람 국가를 방문해야 했다.

도착 후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은 금세 사라졌다. 카사블랑카공항에서 마라케시로 향하는 기차에 올라탔다. 차창 밖 풍경에 넋을 잃자 2등석 기차 의자 특유의 딱딱함은 얼마 되지 않아 무뎌진다. 아프리카의 허름함이 없다. 기차는 세련된 건물들을 지나 녹음이 짙은 평원을 배경으로 달린다. 청명함을 대변하는 푸른 하늘 사이로 비치는 햇살에 포근함마저 느낀다.

#. 마라케시의 고동치는 심장 : 엘프나 광장

마라케시의 중심으로 종일 인파로 북적이는 곳이 ‘자마 엘프나 광장(Place Jamaa al-Fna)’이다. 현지인과 관광객들이 모여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인다. 뱀으로 기교를 부리는 사람, 현지 무용을 추는 사람, 곡예를 부리는 사람이 있다. 그들 사이로 마차와 말·사람·수레 등이 쉴 새 없이 다닌다. 이런 모습을 구경하는 관광객이 더해져 항상 역동적이며 활기차다. 광장 한 쪽으로는 포장마차처럼 생긴 노점이 많다. 목마름에 문을 연 오렌지주스 노점으로 향한다. 주먹보다 큰 크기의 오렌지를 현장에서 바로 갈아준다. 시원함이 갈증을 해소하기에는 그만이다.

광장이 가장 잘 보일 것 같은 높은 건물을 찾는다. 한 건물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허름한 건물의 계단을 올라 옥상에 도착한다. 광장의 전경을 보기에 적합한 곳이라 이미 많은 이들이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이곳에도 자릿세를 받는 이들이 있다. 입장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음료수를 사야만 한다. ‘이런 사기꾼들!’ 환타 하나를 고른다. 난간 테라스 앉는다. 위에서 바라보니 광장은 또 다른 느낌이다. 해가 광장 끝의 ‘쿠투비아 모스크탑’ 너머로 오늘 하루의 종막을 알린다. 이 곳은 마라케시의 상징이라 불리는 건물로 길잡이의 중심이 된다.

어둠이 찾아오자 노점들이 하나씩 불을 켜기 시작한다. 광장의 화려함은 극대화된다. 노점은 슬슬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먹을거리 장사가 열린다. 현지인의 음식을 맛보기에 이만한 곳은 없다. 즉석에서 불판요리를 하는 노점에 자리를 잡았다. 옆 테이블을 슬쩍 쳐다보고 그와 똑같은 음식을 주문한다. 해가 떨어진지 한참 지났지만 광장의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마치 대학 축제처럼 많은 관광객들이 광장의 분위기에 상기돼 있다. 광장의 사람들을 구경하다 보면 이 도시 현재의 모습이 보인다. 모로코 전통 민속의상으로 긴 외투 모양의 끝에 모자가 달린 ‘질레바’에 히잡을 쓴 엄마 옆에 반바지를 입은 딸이 손을 잡고 걸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엄마는 마치 해리포터의 고깔모자가 달린 넓게 떨어진 옷을 입은 것 같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모습이다. 메디나의 고동치는 심장, 엘프나 광장은 역동의 모로코 현실을 가장 보여주는 곳이다.

[TIP 1]
△마조렐 정원 : 프랑스 장식 미술가가 설계한 식물원으로 마라케시 도심에 있다. 대나무 숲과 선인장, 연꽃잎으로 가득한 연못 등이 역동의 마라케시와는 상반된 분위기를 낸다. 또 정원 내의 저택은 다양한 식물들 속의 아름다운 공간미를 창조한다. 현재 명품 브랜드인 이브 생 로랑의 소유지다.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이곳을 방문하는 것도 좋다.

△먹을거리 : 모로코의 전통음식으로는 쿠스쿠스와 타진이 대표적이다. 쿠스쿠스는 삶은 호박과 양배추, 당근 등의 채소와 부드러운 고기를 넣어 찐 음식으로 재료들이 어우러지며 만드는 쫀득함과 풍요로움이 일품이다. 타진은 도자기 그릇에 닭, 양, 쇠고기, 생선 등과 각종 채소를 넣고 뚜껑을 덮어 고아 만든 요리다. 양고기에 거부감이 없다면 도전해 볼 만하다.

#. 사하라에서 전하는 메시지

모래언덕에 묻혀 노란 세상을 보고 있으면 잡념이 온전히 사라진다. 극도의 단순함에서 오는 절대적 미는 생각을 집중하기에 좋다. 나는 다시 한 번 사막으로 떠났다. 사하라는 사막이라는 뜻의 아랍어다.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큰 사막으로 사막의 종점이라 할 수 있다. 하루 반나절을 꼬박 달리는 힘든 여정이다.

어느덧 알제리 국경부근 사막에 도착한다. 이집트 ‘바흐리야’ 마을에서 구매한 바둑판무늬의 숄을 꺼낸다. 그것을 어깨와 머리에 둘러매고 베르베르족 유목민처럼 한껏 멋을 낸다. 낙타를 타고 조금 이동하니 사막 한가운데 도착한다. 어린아이가 기쁨에 겨워 짐을 팽개치고 언덕으로 달린다. 밟으면 움푹 들어가는 모래의 부드러운 감촉을 느낀다. 하지만 정상은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다.

욕심을 부리는 나에게 지시하듯 속도를 낼수록 나의 발은 점차 깊게 빠진다. 몸은 땀에 흠뻑 젖었지만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나의 입 꼬리는 올라간다. 넘어지지 않는 방법을 터득한 듯 지그재그 형태로 오른다. 드디어 모래 언덕 정상에 도착한다. 때마침 넘어가는 해가 사막의 모래 빛을 묽게 만들어 황홀함 마저 든다. 가까워진 다국적 친구들과 잠시 이 순간을 기억한다. 다시 깊은 상념에 빠진다.

인도에서 시작한 나의 여정은 어느덧 이곳까지 왔다. 여러 문화를 체험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여행 중 나의 환경은 항상 바뀌었다. 그러기에 매 순간은 이벤트의 연속이었다. 한국에서 있었다면 몇 달 동안 발생할 일들이 하루에 모두 일어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의 선택에는 항상 책임이 따랐다. 그것은 나의 여정(미래)과 직결되고 내가 지불해야 하는 기회비용과도 맞물린다.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또 다른 대안에 직면하는 선택의 연속이다. 매 순간 나는 모든 것에 책임을 지게 됐다. 이 과정에서 나는 자연스레 신중한 선택을 하게 됐고 결과에 대한 당연한 책임을 가지게 됐다. 앞으로 살아갈 우리 인생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혹자는 이같은 이유에서 여행을 ‘인생의 압축판’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번에는 여행 중 만난 주변사람을 떠올린다. 생각보다 세계 곳곳에는 한국인들이 많았다. 하지만 내 나이 또래의 젊은 친구들은 드물었다. 간혹 만난 장기 여행자들 대부분은 나와 비슷한 사직자였다. 반면 외국인 친구들은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다니거나, 휴가를 길게 얻어 다녔다. 특히 부활절 같은 시즌에는 일주일씩 시간을 내는 친구들이 대다수였다.

젊은 사람들이 다 내려놓고 여행을 떠난다? 한국에서는 사회구조와 조직체계의 특수성 상 불가능한 일이다. 여행을 떠나기 앞서 솔직히 보수적인 우리나라의 조직사회가 싫었다. 하지만 막상 타국의 삶과 문화 수준을 보니 우리나라가 그만큼 편하고 살기 좋다는 것도 느꼈다.

서서히 바뀌고 있다지만 여전히 일을 목적으로 삶을 사는 이들이 많다. 그들의 삶의 방향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지금 이 순간에도 열심히 자신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부모님과 주변의 친구들 덕분에 그 만큼의 혜택을 얻고 사는 것이다. 물과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는 것처럼 막상 많은 나라의 삶을 보니 나의 불평과 불만은 배부른 소리였다.

나의 주변사람들에 대해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다. 가방의 노트와 펜을 꺼내 조심스레 적어본다. ‘그대들이 있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대한민국 청년들 파이팅!’

다시 돌아가면, 그들과 때론 경쟁하고, 때론 웃으며 동지가 되어 즐겁게 삶을 사는 게 나의 역할인 것 같다. ‘한국 사람은 한국에서 살아야 하는 이유가 다 있다’라는 이상한 결론에 허탈한 웃음마저 나온다.

[TIP 2]
△서사하라 사막투어 : 마라케시 광장에서 큰 도로로 이어지는 메인 거리에는 많은 사파리 투어 회사가 있다. 이 중 ‘사하라 익스피디션’(Sahara Expedition)이 가장 유명하다. 거리에는 많은 삐끼가 있고, 이들은 소규모 사파리 회사로 여행자를 유인해 커미션(수수료)을 받으니 유의해야 한다. 투어는 마라케시에서 400㎞ 정도 떨어진 장거리를 이동한다. 힘든 여정이지만 아틀라스 산맥의 장엄함과 아름다움은 지루함을 없애주기에 충분하다. 다국적 친구를 사귈 수 있다는 점도 좋다. 투어가 끝나면 차량으로 복귀하거나 현지에서 타 지역으로 바로 갈 수도 있다.

△라마단 : 이슬람 국가의 라마단 기간은 이슬람력으로 9월의 한 달이다. 이 기간에는 일출에서 일몰까지 의무적으로 금식하고 매일 기도를 드린다. 물론 여행자는 제외다. 하지만 라마단 기간 동안에는 많은 볼거리와 공공장소에서 음식을 먹는 것이 제한된다. 모로코 여행을 고려한다면 라마단 기간을 피하는 게 좋다. 지역과 교리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2016년 라마단은 6월 6일~7월 5일까지다.

장기백 여행칼럼니스트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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