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농업 농촌업그레이드]청학동 훈장님 목소리에 ‘기가(GIGA) 팍팍’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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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융합으로 대한민국 농업경쟁력 쑥쑥
농식품부, KT와 손잡고 지리산 청학동 ‘기가 창조마을’ 구축
농민 소득 증대 및 교육·의료 등 농촌생활 환경 개선 효과
연내까지 청학동 등 창조마을 시범모델 9개소 조성

농림축산식품부와 KT가 청학동 거주 어린이를 대상으로 ‘청학동 IT 과거시험’을 치렀다.
농림축산식품부와 KT가 청학동 거주 어린이를 대상으로 ‘청학동 IT 과거시험’을 치렀다.

《농촌이 탈바꿈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농업소득이 늘어나고 농촌의 교육, 의료, 복지 등 생활 전반이 개선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세종시 연동면에 조성된 창조마을에는 최근 이를 직접 체험하고자 하는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민관 협업을 통해 최초로 조성한 ‘세종 창조마을’을 보기 위해서다. ICT 기반에 사물인터넷(IoT)이 더해져 세종 창조마을 농가 생산성은 전년 대비 23% 향상된 반면, 운영비는 27%나 절감됐다. 세종 창조마을 주민들은 “해외여행을 가거나 병원에 입원해서도 스마트폰으로 농장을 관리하는 등 일상생활에서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올해 전국적으로 창조마을 9곳을 시범 조성하고 있다. 도농 간 소득 및 생활여건 격차로 인해 우리 농업과 농촌은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ICT, BT 등 첨단 기술을 농업과 농촌에 접목시켜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농촌 삶의 질 향상에 나선 것이다. 창조농업의 성과와 그 전망에 대해 짚어봤다. 》

청학동 앱 주민·관광객 모두 ‘인기’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지난달 24일 지리산 청학동에서는 특별한 과거시험이 열렸다. 도포와 유건을 쓴 꼬마유생들이 종이와 붓 대신 전자펜을 이용, 태블릿 액정 화면에 사자성어를 빠르게 써내려갔다. ‘청학동 기가 창조마을’ 개소 100일을 맞아 청학동 거주 어린이들의 ‘청학동 IT과거시험’이 치러졌다.

이날 60명의 유생은 태블릿 PC와 시험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한자시험’과 사자소학을 암송하는 ‘강경대회’, 상식을 겨루는 ‘도전! 청학 골든벨’ 등의 다양한 형태로 실력을 겨뤘다.

한국의 고유 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청학동이 세계 최고수준인 우리나라 ICT와 결합해 창조마을로 거듭난 것이다.

관광 수익이 지역 소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청학동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농식품부와 KT는 ‘청학동’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마을 곳곳에 비콘(Beacon·블루투스를 통한 근거리 위치기반 서비스)을 설치했다.

관광객들은 ‘청학동’ 앱을 실행하면 청학동 내 주요 명소에서 자동으로 자신의 스마트폰에 들어온 위치 기반 관광 정보를 확인해 재미있게 청학동을 둘러볼 수 있다. 또한 지역 주민들이 직접 제공하는 숙소, 식당, 서당 등의 정보 습득과 지역 특산품 온라인 직거래장터와도 연동돼 농가 소득 증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실제로 ‘청학동’ 앱 서비스 개시 이후 비콘 설치를 희망하는 주민들의 요청이 쇄도했다. 지난 7월 6일 첫 개시 두 달 만에 비콘 설치 수는 20개에서 210개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청학동’ 앱 사용자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역 전체의 관광객 수도 전년 대비 20%정도 늘어난 것으로 하동군은 추산하고 있다.

‘청학동’ 앱을 사용한 관광객 김용혁 씨(34)는 “청학동 앱이 근처 식당 소개는 물론이고 사진까지 첨부된 메뉴, 연락처를 알려줘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중국어 서비스는 물론이고 향후 영어와 일본어 등 외국어 버전도 개발하고 있어 보다 많은 외국인들의 발길을 청학동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ICT로 도·농교류의 새로운 창이 열리다

이와 함께 KT는 마을 도서관을 ICT 복합문화공간인 ‘기가서당’으로 새단장했다. 교육·문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타 지역과 청학동의 소통 채널을 마련한 것이다. 주민들은 원격 화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마산 ‘창동예술촌’ 강사들의 문화강좌를 수강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선택한 비누만들기, 도자기 등의 강좌는 전체 주민 380여명 중 160명이나 수강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주민들이 자유롭게 UHD급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마을 영화관도 운영한다.

또한 청학동 훈장이 도시의 학생들에게도 전통문화와 한자 등을 원격으로 가르칠 수 있게 된다. 센서가 장착된 붓펜으로 전자칠판에 필기를 하면 원거리 지역 학생들의 학습창에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모바일 전자칠판 프로그램을 활용해 보다 생생한 원격 서당 교육이 가능해 진 것으로, 내년부터 백령도, 임자도 등 도서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시작할 예정이다.

청학동 하늘에는 안전감시용 드론도 등장했다. 지리산 중턱에 위치한 산간지역인 청학동에서 발생하기 쉬운 추락 및 조난 사고에 대비한 것이다.

드론은 사고 발생 시 조난자의 위치나 상황을 관제센터에 전달해 구조를 도울 뿐만 아니라, 장마철 도로 유실로 인한 주민 고립 상황에서 긴급 구호물품을 수송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재난재해 발생 시뮬레이션 훈련까지 마친 드론은 위험 상황만 오면 언제든 출동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고 있다.



‘농촌 창조마을’ 통해 농촌생활 환경 개선

이 같은 배경에는 우리 농수산업의 근본 체질 개선을 위한 농식품부의 노력이 숨어 있었다. 농식품부는 농어촌 인구 고령화 및 FTA 등 개방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2013년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 수립 내용을 기반으로 △경쟁력 제고 △소득·복지향상 △수급·유통개선을 위한 과제 등을 선정했다.

올해를 국정과제인 ‘농식품 미래성장산업화 원년’으로 삼고 ‘스마트 팜’의 확대와 ICT 기반 ‘농촌 창조마을’ 조성에 나선 것이다. 농업·농촌에 ICT를 융합해 농업경쟁력과 소득을 높이고 교육, 의료 등 농촌생활 환경 개선을 추진 중이다.

농식품부는 연내 세종, 청학동을 포함해 창조마을 시범모델을 9개소 이상 조성한다. 문경 오미자권역, 강진 녹향월촌권역, 합천 가야권역 등에 조성되는 창조마을은 지역개발 등 기존사업을 통해 조성된 기반시설(인프라)에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작은 예산으로도 주민이 체감하는 성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조성되는 창조마을에는 지역별 특성을 고려하여 주민들의 생활 불편 해소, 주민의 안전과 생활환경 개선,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위한 맞춤형 정보통신기술(ICT) 융합모델이 도입된다.

특히 농촌 고령자를 위한 원격 건강관리, 독거노인 응급안전알리미 등 타부처 사업을 연계해 시스템 개발비 등을 절감하고, 주민 서비스 품질을 향상시킨다.

창조마을은 내년도부터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본격 확산단계로 진입한다. 지역개발사업과의 연계를 강화해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ICT 서비스를 포함해 지역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창조마을을 조성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내년도 신규사업 공모시부터 ICT 서비스를 지역개발사업의 세부 메뉴에 포함시키고, 평가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사업시행지침 개편을 준비 중이다. 또한 지자체가 농촌에 적용 가능한 ICT 종류, 기대효과 등에 대해 잘 알 수 있도록 도별 1개소 이상 창조마을 시범사업지를 확대 조성할 예정이다.

최윤호 기자 uk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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