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교실… 해녀 체험… 외국인 몰리고 일손도 몰리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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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문화-체육-관광 청년일자리 대토론회… 관광분야 고용창출 사례들

19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약령중앙로의 ‘오미(五味)요리연구소’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케이트(왼쪽)와 리사 씨(오른쪽)가 김민선 대표와 함께 한식을 만들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19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약령중앙로의 ‘오미(五味)요리연구소’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케이트(왼쪽)와 리사 씨(오른쪽)가 김민선 대표와 함께 한식을 만들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한국 요리 좋아해요. 돼지불고기 정말 맛있어요.”

19일 오전 11시 서울 동대문구 약령중앙로의 ‘오미(五味)요리연구소’를 찾아온 미국인 관광객 케이트(28·여)와 리사 씨(28·여)가 더듬거리는 한국어로 한식 예찬을 했다. 서울 여행 중에 이곳을 들른 이들은 오미요리연구소 대표인 김민선 씨(30·여)와 함께 49m²(약 15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서 김치와 된장찌개, 해물파전을 만들고 있었다.

이곳은 김 씨가 올해 3월 차린 요리연구소이자 그의 사무실이다. 약령시장 골목 안쪽에 위치한 이곳을 한 번에 찾기란 쉽지 않다. 간판도 걸려 있지 않다. 케이트와 리사 씨는 “재료를 직접 사서 한식을 만들어 보고 싶어 지도를 보고 찾아왔다”고 말했다. “김치에 배를 넣으면 시원한 맛이 난다” “양념이 곳곳에 들어갈 수 있게 잘 버무려야 한다”는 김 씨의 지도 아래 이들은 1시간 남짓 직접 한 끼 반찬을 만들었다.

오미요리연구소를 찾은 외국인들이 인근 경동시장에서 재료를 구입하고 있다. 오미요리연구소
오미요리연구소를 찾은 외국인들이 인근 경동시장에서 재료를 구입하고 있다. 오미요리연구소
○ 외국인들과 재래시장 돌며 한식 만드는 전직 대기업 직원

해물파전에 밀가루 반죽을 잘못 묻혀 검게 타는 등 서툰 점도 있었지만 두 외국인 관광객은 “직접 한 음식이라 더 맛있다”며 밥 한 공기를 바로 비웠다. 이후 이들은 경동시장에 가 배추와 된장, 호박 등 재료들을 둘러봤다. 케이트 씨는 “한식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1인당 참가비 5만 원으로 재료 구입부터 조리까지 한식 제조의 전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2년 전만 해도 평범한 대기업 직원이었다. 쉬고 싶다는 생각에 회사를 나와 1년간 중국 독일 말레이시아 등을 여행했다. 그중 말레이시아 피낭에서 체험한 요리 교실에 대한 기억을 잊을 수 없었다. 볶음요리를 만들기 위해 재래시장에서 재료를 사고 직접 요리를 한 것은 명소 방문이나 쇼핑 등에서 느끼지 못했던 경험이었다. 이는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도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김 씨는 지난해 정부 주최로 열린 ‘창조 관광사업 공모전’에 지원, 입상해 창업 지원금 2230만 원을 받아 올해 3월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김 씨는 “한식에 관심 많은 외국인들에게 입소문이 나면서 현재 한 달 평균 100여 명의 외국인들이 참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이 활기를 띠면서 최근에는 정규직 2명, 아르바이트 4명 등도 채용했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관광 분야의 일자리 창출 정책은 김 씨의 사업과 같은 ‘창조 관광사업’으로 얘기할 수 있다. 명소 방문 등 1차원적인 ‘하드웨어 관광’에서 벗어나 이야기를 듣거나 체험하는 ‘소프트웨어 관광’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의 재방문율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궁극적으로는 국내 관광산업의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이 목표인 것이다.

제주 해녀의 물질을 체험하고 이들이 캐 온 해산물을 함께 먹는 해녀 체험 프로그램도 있다. 한 해녀가 바닷물에서 채취한 해산물을 들어 올리고 있다.
제주 해녀의 물질을 체험하고 이들이 캐 온 해산물을 함께 먹는 해녀 체험 프로그램도 있다. 한 해녀가 바닷물에서 채취한 해산물을 들어 올리고 있다.
○ 창조 관광사업으로 일자리 만드는 사람들

25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관광 분야 종사자 수는 2013년 기준으로 22만7135명으로 2012년(22만9658명)보다 다소 떨어진 상태다. 특히 국내 관광 사업체의 약 70.2%가 매출 5억 원도 안 되는 영세 사업자로 나타났고 관광업계 종사자들의 이직률은 평균 13.3%로 국내 전체 산업의 이직률(4%)보다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강규상 한국관광공사 관광벤처팀장은 “관광분야는 대표적인 서비스업이자 고용유발 효과가 높은 산업이지만 기존의 관광 자원으로는 향후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2012년부터 하고 있는 창조 관광사업 공모전은 이에 대한 해결책 중 하나다. 현재까지 정부가 발굴한 창조 관광 사업체는 294곳이며 이를 통해 609명의 일자리를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는 지역 특유의 문화를 접목한 사업도 있다. 제주 해녀의 물질을 체험하고 이들이 캐 온 해산물을 함께 먹는 해녀 체험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예다. 이 프로그램을 현재 시범 운영하고 있는 ‘숨비’의 이한영 대표(42)는 사라져가는 해녀 문화를 보존하겠다는 취지로 사업 아이디어를 내 올해 정부로부터 창조 관광 사업자로 선정됐다. 일반 외국인 관광객이 해녀처럼 물 속으로 들어가기 어려워 해녀들의 머리에 수중카메라를 씌워 바닷속을 보여주는 등 정보기술(IT)을 접목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과정에서 제주 지역 해녀 20명이 정규직으로 채용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유럽, 북미 지역 관광객들이 특히 관심을 보인다”며 “내년부터 여행사와 협의해 여행 패키지 프로그램에 포함시키는 등 사업을 다각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관광두레 사업 중 대표 사례인 경기 양평군의 카누체험장에서 사람들이 카누를 타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제공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관광두레 사업 중 대표 사례인 경기 양평군의 카누체험장에서 사람들이 카누를 타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제공
○ 지역 주민 활용한 관광 사업도 등장

이 밖에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사업인 ‘관광두레’도 있다. 2013년 시작된 이 사업은 관광지 개발을 총괄하는 ‘관광두레 PD’를 중심으로 해당 지역을 관광지로 만드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대표적으로 경기 양평군의 카누 체험 프로그램인 ‘동동카누’를 들 수 있다. 양평 지역 내 카누부로 유명한 중고교가 많다는 점에 착안한 정부는 이들과 ‘양평 카누 레저 협동조합’을 만들어 이 지역을 카누 수상레저 사업 지역으로 만들고 있다. 김성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두레센터장은 “3년간 관광두레사업을 통해 일자리를 얻은 지역 주민이 약 1500명”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다양한 관광사업을 통해 2020년까지 5만5975개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고 국내 관광 분야 종사자 수를 40만 명 이상으로 늘릴 방침이다. 이훈 한양대 교수(관광학부)는 “외식업이나 IT 분야 등 다양한 산업과 연계되도록 관광산업의 범주를 넓힐 필요가 있고 단순한 일자리 창출보다는 해당 분야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청년일자리#오미요리연구소#해녀#재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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