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복싱 스타에겐 마지막 한방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12월 3일 개봉 ‘사우스포’

배우 제이크 질런홀은 ‘나이트 크롤러’(2014년)에서 기자 루이스 역을 맡아 앙상한 몸을 보여준 뒤 ‘사우스포’를 위해 체중을 늘려 라이트헤비급 복싱선수의 몸으로 변신했다. 영화인 제공
배우 제이크 질런홀은 ‘나이트 크롤러’(2014년)에서 기자 루이스 역을 맡아 앙상한 몸을 보여준 뒤 ‘사우스포’를 위해 체중을 늘려 라이트헤비급 복싱선수의 몸으로 변신했다. 영화인 제공
다음 달 3일 개봉하는 영화 ‘사우스포’는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가 밑바닥까지 추락한 복싱 선수의 눈물겨운 회복기를 다룬 영화다.

보육원 출신인 주인공 빌리 호프(제이크 질런홀)는 당대 최고의 복싱선수다. 다혈질적인 그의 경기 스타일은 성격만큼이나 화끈하다. 경기 초반 그의 사전에 ‘디펜스’라는 단어는 없는 듯 가드도 올리지 않은 채 상대의 공격을 허용하며 기어코 피를 본다. 맞으면서 쌓인 분노를 한꺼번에 상대에게 터뜨려 극적인 승리를 거둔다.

링 밖의 일상생활에서도 똑같은 호프의 성격은 돌이킬 수 없는 화를 부른다. 시비가 붙은 자리에서 감정을 통제하지 못해 그동안 자신에게 헌신해온 아내를 잃는다. 슬픔을 이기지 못한 그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유일한 혈육인 딸의 양육권까지 빼앗기며 과거의 모든 영광은 ‘일장춘몽’이 된다.

이야기는 복싱을 소재로 한 기존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영화 ‘알리’(2001년)의 무하마드 알리와 ‘신데렐라 맨’(2005년)의 제임스 브래독 등 주인공도 한때 잘나갔다 바닥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사우스포’가 기존 영화와 다른 점은 주인공이 각성한 뒤 자신을 조련하는 과정이 훨씬 극적이라는 점이다. 실존 인물을 다룬 ‘알리’ ‘신데렐라 맨’과 달리 이 영화는 총기사고로 지기를 잃고 평소 딸을 극진하게 아끼는 가수 에미넘의 삶으로부터 영감만 얻은 ‘허구’다. 그래서 빌리 호프는 딸을 위해 새로운 스승의 조련 속에 전혀 다른 유형의 복싱선수로 화끈하게 ‘환골탈태’한다. 복싱 스타일을 단기간에 바꾸는 건 현실 속에선 매우 어려운데 영화는 당연한 듯 보여주는 것. 또 링 밖에서는 가족을 지킬 수 있는 ‘진짜 가장’으로 거듭난다. OST 프로듀서로 참여한 에미넘의 심장 뛰게 하는 랩 비트는 관객이 이 모든 과정에 몰입하게 만든다.

주인공이 보여주는 최후의 일전은 복싱 영화의 주요 볼거리다. 5개월 동안 매일 12시간 이상의 강도 높은 복싱 훈련을 받은 질런홀은 12라운드까지 진행되는 경기를 옹골차게 만든다. ‘왼손잡이 선수’를 뜻하는 영화 제목인 ‘사우스포’도 마지막 한 방으로 비로소 의미를 찾는다. 끝날 때까지 판타지 같은 시원한 난타전이 벌어지는 영화 속 일전은 탐색전만 벌이다 ‘세기의 졸전’으로 끝난 거물 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와 매니 파키아오의 올 5월 대결과 확연히 비교된다. 15세 이상.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사우스포#제이크 질렌할#복싱#알리#신데렐라 맨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