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클레지오 “이주민은 위협 아닌 평화-번영 가져와… 빈곤-정치적 절망이 테러괴물 만들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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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르 클레지오 梨大 강연

2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열린 ‘제15회 김옥길 기념강좌’에서 프랑스 소설가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가 ‘세계 문학과 문화로 본 이주’ 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이화여대 제공
2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열린 ‘제15회 김옥길 기념강좌’에서 프랑스 소설가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가 ‘세계 문학과 문화로 본 이주’ 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이화여대 제공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연쇄 테러범의 일부가 ‘위장 난민’으로 밝혀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반(反)난민 정서가 확대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난민 수용을 거부하려는 움직임까지 있다. 정말 난민은 평화에 위협적인 존재일까.

“이주민들이 유럽을 위협하고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유럽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 평화와 번영을 가져다줄 수 있습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프랑스 소설가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75)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2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열린 ‘제15회 김옥길 기념강좌’에서 특별강연을 맡았다. 그는 이주민이 있었기에 지역 간 교류가 가능했고 그 결과 과학기술, 문화 발전 등 인류의 번영이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청바지와 니트 차림으로 강연에 나선 르 클레지오는 “최근 테러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면서도 현재 불거진 반난민 정서에는 “정직하지 못한 정치인들이 경제 위기와 국가 부채의 짐을 (난민들에게) 지우며 갈등을 악화시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테러의 근본 원인을 인종이나 종교, 사상이 아니라 빈곤과 경제위기, 정치 불안에서 비롯된 ‘절망’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절망이 자살 테러범과 같은 괴물을 만들었다”며 “사회 내부의 토양이 테러를 피할 수 없다면 어디서든 테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결책은 무엇일까. 그는 “타인에게 문을 열지 않는 문화는 죽은 문화다. 인종에 편견을 둔 폐쇄적인 문화는 평화와 번영에 가장 큰 위협이 된다”며 ‘포용’을 강조했다.

르 클레지오는 2007년 1년 동안 이화여대 석좌교수로 재직하며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프랑스어 통역, 문학 등을 가르친 것을 계기로 이번 강연에 연사로 초빙됐다.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
#르 클레지오#노벨문학상#파리 연쇄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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