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도 끝도 논란으로 얼룩진 메르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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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환자 세계최장 172일 투병 끝 숨져… 190일만에 감염자 ‘0’명
유족들 “지병인 암 적극 치료 안해”… 보건당국 상대 법적소송 검토
초동대응부실, 186명 확진 38명 사망… 정부, 12월 공식 종식선언 안할수도

국내 마지막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였던 80번 환자(35)가 사망했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80번 환자가 그동안 앓아 왔던 악성 림프종(혈액암의 일종) 치료 중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25일 오전 3시경 서울대병원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내 메르스 사망률은 20.4%(감염자 186명 중 38명 사망)를 기록하게 됐다.

80번 환자는 확진일로부터 사망일까지 172일 동안 투병생활을 해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메르스와 싸웠다. 이 환자는 5월 27일 감기 증세로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다가 응급실에서 14번 환자에게 감염됐다. 6월 7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지난달 1일 음성 판정을 받고 이틀 뒤 퇴원했다.

하지만 80번 환자는 지난달 11일 고열 증세를 보여 병원을 찾았고 메르스 바이러스 양성 판정을 다시 받아 서울대병원 음압 격리병상에서 치료를 받았다. 림프종 치료를 위해 골수이식을 받을 준비를 했지만 최근 폐렴 등의 증세가 심해지면서 숨진 것이다.

80번 환자가 사망함에 따라 국내에서 메르스 환자는 190일 만에 0명이 됐다.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 보건의료기구들이 제시하고 있는 기준에 따르면 메르스 환자가 0명이 된 시점부터 4주(최대 잠복기의 2배) 뒤인 다음 달 23일에는 ‘공식적인 종식 선언’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환자가 숨진 직후 곧바로 종식 시점을 발표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조만간 결정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보건당국 안팎에서는 별도의 종식 선언 발표 절차가 없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7월 28일 정부는 황교안 국무총리를 통해 메르스가 유행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내용의 ‘사실상의 종식’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WHO도 80번 환자가 다시 양성 반응을 보였을 때 ‘새로운 유행이 아니고, 감염력이 현저히 낮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이미 메르스 확산 가능성이 없다는 게 여러모로 증명됐기 때문에 WHO의 종식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게 큰 의미가 없다”며 “현재 ‘주의’ 단계인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을 조만간 ‘관심’으로 낮추는 식으로도 메르스가 국내에서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을 알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80번 환자의 유족들은 보건당국이 항암치료 등 림프종 치료를 적극적으로 진행하지 않았다며 보건당국을 상대로 소송 등을 제기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유족들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뒤 4차례의 간헐적인 항암치료만 받아 림프종이 악화됐다”며 “특히 환자의 건강상태가 상대적으로 괜찮았던 7∼9월에도 적극적으로 항암치료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보건당국과 서울대병원은 “환자의 건강 상태, 질병 특성 등을 의료진이 종합적으로 판단해 필요한 치료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메르스#감염자#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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