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석 통일전략연구실장 “金, 내가 벽을 문이라 하면 열고 가라며 복종 강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국정원 안보전략硏 26일 학술회의
황병서엔 “이 ×× 처형할 줄 알아”… 黃 ‘알았습니다’ 노래 軍에 보급

“내가 ‘벽’을 ‘문’이라고 하면 열고 들어가는 자세가 필요하다.”(올해 1월)

“내가 ‘하나’를 하라고 하면 ‘열’을 하고 싶어도 ‘하나’만 하라.”(지난해 4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측근들에게 이런 협박성 지시를 했다는 전언이 나왔다. 무조건 충성을 강요하는 것이다. 측근들을 수시로 처형, 숙청하는 ‘공포통치’로 지탱해 온 김정은 리더십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원장 유성옥) 이수석 통일전략연구실장은 25일 미리 배포한 ‘김정은 정권 4년 평가와 남북관계 전망’ 발표 자료에서 이같이 밝혔다. 세미나는 2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

자료에 따르면 김정은(31)은 황병서(75)와 최룡해(65) 등 나이 많은 핵심 권력 엘리트들에게 “야, 이 ××야” “(내가 너희를) 처형할 줄 알아” 등의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이 실장은 “신뢰도가 높은 대북 소식통이 확인해준 내용”이라며 “김정은의 현장 시찰 때 나온 말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병서는 올해 김정은에 대한 맹종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알았습니다’라는 제목의 노래를 보급했다고 한다. 김일성 시대에 불렸던 노래를 리메이크해서 북한군에 노래 부르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수령님 위하여/당을 위하여/충성의 대답소리 높이 울려라/‘알았습니다’”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우리는 대답한다/오직 한마디/‘알았습니다’”라는 후렴구가 반복된다.

이 실장은 “김정은이 집권한 2011년 12월 이후 4년간 130∼140명의 간부가 처형된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김정은이 제왕적 우월의식과 독단에 빠져 자신의 지시에 무조건적인 복종과 집행을 강요하고 있다는 얘기다.

북한의 공장 가동률은 30%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주민들의 사(私)경제가 급성장해 북한 경제의 40%를 차지하고, 시장에서 외화 사용 비중도 50% 이상으로 늘었다고 한다. 이 실장은 “북한 당국의 경제 장악력이 약화돼 체제 이완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국정원#김정은#황병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