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내고용 잠시 줄더라도 해외서 벌어 저성장 탈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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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by 코리아’로 전환]기업 해외생산 장려로 정책 선회

삼성전자는 2009년 10월 베트남에 휴대전화 공장을 지었다. 2008년 초 해외 공장 신설 계획 발표 당시만 해도 ‘국내 일자리가 빠져나간다’는 비판이 많았지만 한국의 10분의 1이 안 되는 인건비 등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베트남 공장에서 삼성전자가 번 돈 중 일부는 배당, 로열티 수입 등의 형태로 국내로 들어와 경기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

정부가 내년 경제정책 방향에 기업의 해외 진출을 장려하는 ‘메이드 바이 코리아’ 정책을 포함시키면서 삼성전자의 베트남 공장 사례를 모델로 삼았다. 정부 당국자는 “국내 고용이 일시적으로 줄겠지만 국내의 ‘고비용 구조’ 속에 기업들을 붙잡아 두다가는 결국 있던 일자리도 사라질 것”이라며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 제조업의 탈출구는 해외 진출”이라고 말했다.

○ 한중일이 일감 나누는 구조 붕괴

정부가 한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독려하고 나선 것은 기업들이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국이 중국에 부품과 소재를 수출하고 중국은 완제품을 수출하는 식의 분업구조는 이미 깨지고 있다. 중국의 기술력이 한국을 바짝 따라잡았기 때문이다.

25일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제조업체와 중국 제조업체의 기술격차는 2011년만 해도 3.7년이었지만 올해에는 3.3년으로 줄었다. 중국이 중간재를 수입해 가공한 뒤 완제품을 수출하는 비중도 2000년에는 전체 수출의 절반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30%대로 하락했다.

한국의 고비용 구조도 문제다. 인건비를 포함한 비용이 동남아 국가보다 크게 높은 수준인 데다 수도권 이외 지방에서는 그나마 인력을 구하기도 어렵다. 지난해 국내 기업들은 1000원어치를 팔아 42원의 순이익을 남겼다. 2010년의 62.3원과 비교할 때 5년 만에 수익성이 급락한 것이다.

국내외 생산성 격차는 만회하기 힘든 수준으로 벌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 국내 공장이 차 1대를 생산하는 데 드는 시간은 2014년 6월 기준으로 26.8시간이었다. 현대차의 미국 공장은 14.7시간, 체코 공장은 15.3시간, 러시아 공장은 16.2시간, 중국 공장은 17.7시간, 인도 공장은 20.7시간 등으로 한국보다 훨씬 짧았다. 현대차는 1995년 전주 공장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한국에 공장을 짓지 않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해외에 진출한 기업이 한국으로 유턴하도록 정책을 펴는 것이 정치적으로는 매력적이겠지만 기업은 생산성 면에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 “국내든 국외든 한국인 부가가치 키우는 구조로”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의 한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일본이 중국 시장을 공략할 때 쓴 전략을 빌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일본은 2000년대 중반부터 중국 시장에 현지법인 또는 합작법인을 세우면서도 저비용 생산거점 확보 차원에서 인도 베트남 태국 러시아 진출을 확대했다. 중국이 한국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고, 인건비 부담이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한국도 저비용 생산거점 다양화 전략을 펴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특히 정부는 세계 제조업 체계가 하나의 사슬처럼 묶이는 경향이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휴대전화 한 대를 팔면 휴대전화에 부품을 댄 외국 제조업체와 물류에 참여한 국내 서비스업체의 수익이 함께 늘어난다는 것이다. 한국이 물류 금융 등 서비스 분야의 경쟁력을 높인다면 글로벌 서비스산업의 파이를 나눠 가질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이런 ‘글로벌 제조업 사슬구조’에서 최근 소외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2011년 기준으로 100원어치를 수출할 때 59원을 국내에 남겼다. 2005년 100원어치를 수출해 67원을 남긴 것에 비해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다. 반면 중국 일본 독일 미국 등은 부품 공급원이 세계 각국으로 다양해지는 추세 속에서도 수출을 통해 자국에 남기는 돈이 별로 줄지 않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정부는 엔지니어링, 설계, 연구개발 등 기업의 핵심 역량 분야는 국내에 두고 조립, 사후 서비스 등 비교적 단순한 업무 위주로 해외에 별도 법인을 세우거나 외주를 주는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조동철 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국내든 국외든 한국인이 부가가치(순수하게 버는 돈)를 많이 가져가는 구조가 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세종=홍수용 legman@donga.com /박형준·박은서 기자
#한국#해외생산#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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